◆그리핀, 스프링 이어 서머도 깜짝 카드?
그리핀은 깜짝 픽을 두려워하지 않는 팀이다. 이미 지난 스프링 결승전에서 탈리야와 판테온으로 하단 조합을 꾸려 SK텔레콤을 압박했던 바 있다. 1세트에서 이 조합을 사용한 그리핀은 3세트에서 또 다시 쓰면서 '우리는 틀리지 않았어'라는 명제를 고집했기에 패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김대호 감독은 27일 진행된 미디어데이 인터뷰를 통해 픽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전략 픽으로 인한 패배에 부담이 없다고 전한 김 감독은 "예를 들어 오리아나가 통계상 0승 14패일지라도 통계에 의존하지 않고 주관적으로 나가겠다"며 "탈리야-판테온이 지난 스프링뿐 아니라 결승마다 계속 졌다고 해고 괜찮으면 거리낌 없이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호 감독은 "선수들과 의논한 결과 좋다고 판단이 내려진 챔피언이라면 언제든 쓸 수 있다"라며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비원거리 딜러 기용 가능성도 내비쳤다. 실제로 '바이퍼' 박도현은 서머 정규 시즌 파이크, 빅토르, 블라디미르 등을 고루 사용했다. 김대호 감독은 "비원거리 딜러를 해야지 하고 한다는 느낌보다는 상대와 우리 조합, 해당 챔피언에 대한 숙련도 등을 감안해 선택했다"며 “비원거리 딜러 챔피언을 썼을 때 우리가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쓸 것이며 비원거리 딜러보다 원거리 딜러가 메리트가 있다고 느껴지면 원거리 딜러를 플레이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제의 '캣타워' 가렌-유미 조합 나올까
최근 리그 오브 레전드 유러피언 챔피언십에서 등장해 화제를 모은 가렌-유미로 구성된 '캣타워' 조합 역시 등장 가능성이 있다. 그리핀은 대담하게 독특한 픽을 꺼내드는 것을 주저하는 팀이 아닐 뿐 아니라 비원거리 딜러를 적극 사용하는 팀이기에 쓸 확률이 높다고 예상되고 있다.
그리핀의 서포터 '리헨즈' 손시우는 가렌-유미 조합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는 조합인데 승리로 이어졌다는 점이 놀라웠다. 둘의 조합이 생각보다 밸런스가 잘 잡혀 있어 굉장히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손시우는 "박도현이 유미가 나오기 전에도 가렌을 꽤나 좋아했다"라며 "만약에 가렌-유미를 하게 된다면 박도현이 먼저 말을 꺼내지 않을까"라는 말로 깜짝 카드로 기용할 수도 있다고 내비쳤다.
캣타워 조합을 구성하기에는 여러 난점이 있다. 9.16 패치를 통해 또 한 번 유미가 하향을 받았음은 차치하더라도 SK텔레콤이 포스트 시즌을 치르며 꾸준히 유미를 금지했기 때문. 하지만 SK텔레콤 김정균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밴픽의 변화를 암시했다. 김정균 감독은 "팬들이 우리가 유미를 어떻게 할지 궁금해 할 것 같은데 이를 생각하고 1세트를 보면 재미있을 것"이라는 말로 유미가 등장할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서포터 '에포트' 이상호는 시즌 내내 유미를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지만 SK텔레콤은 포스트 시즌과 정규 시즌에 꺼내지 않았던 다양한 챔피언들을 선보이고 있다. 미드 라이너인 '페이커' 이상혁을 비롯해 톱 라이너 '칸' 김동하와 이상호 모두 포스트 시즌 9세트를 치르면서 7개의 챔피언을 활용했다. 원거리 공격형 챔피언을 잡았을 때 빛이 나는 '테디' 박진성을 보유한 만큼 가렌을 사용할 확률은 낮아 보이지만 유미를 활용한 새로운 밴픽 양상을 기대해볼 수 있을 듯하다.
◆정규 시즌 18개 챔피언 '쵸비'-PS 팔색조 '페이커' 맞대결
결승전이 진행되는 9.16 패치 버전에서는 미드 라이너용 챔피언들의 대규모 밸런스 조정이 진행됐다. 아칼리 정도를 제외하면 톱 티어 챔피언이 사라진 현 상황에서 다양한 챔피언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양 팀의 미드 라이너 '쵸비' 정지훈과 '페이커' 이상혁의 넓은 챔피언 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지훈은 서머 시즌 가장 많은 챔피언을 기용한 선수다. 주특기인 아칼리, 이렐리아를 비롯해 대세 챔피언인 코르키, 아트록스, 깜짝 카드로 사용한 카사딘, 리산드라 등 42세트에서 총 18개의 챔피언을 꺼냈다. 정지훈은 시즌 초반 경기력이 떨어지며 챔피언 폭이 좁다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시즌 후반에는 완벽하게 경기력을 되찾았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챔피언을 활용하며 여러 무기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정지훈은 단순히 많은 챔피언을 사용한 것 이상으로 어느 챔피언을 꺼내도 라인전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리프트 라이벌즈에서 탈론을 고르며 보여줬던 그리핀의 섬세한 운영은 과감하게 챔피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지훈을 뒷받침해준다. 정지훈의 단짝 챔피언인 아칼리는 플레이오프전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첫 페이즈에서 밴이 됐던 만큼 결승전에서도 볼 수 없을 듯하지만 정지훈의 다른 암살자 챔피언들을 볼 수도 있다.
이상혁은 정규 시즌 많은 챔피언을 쓰기 보다는 특정 챔피언을 주력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포스트 시즌에는 완전히 달라졌다. SK텔레콤을 상대하는 팀들은 아지르, 니코 등 이상혁의 주력 카드를 금지하며 이상혁의 선택지를 좁혔지만 이상혁은 9세트에서 총 7개의 챔피언을 꺼내들며 명불허전의 챔피언 폭을 자랑했다. 이상혁이 다양한 챔피언을 높은 숙련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SK텔레콤의 '도장 깨기'를 이끈 중요한 원동력이었다.
SK텔레콤은 이상혁의 넓은 챔피언 폭에 힘입어 레드 진영을 선택해 중단 챔피언을 숨기는 밴픽 전략을 취했고 마지막 픽으로 에코, 카사딘 등 깜짝 카드를 꺼내 상대의 노림수를 무너뜨렸다. 지금까지 공식 대회에서 총 65개의 챔피언을 꺼내든 바 있는 이상혁이기에 결승전에서 어떤 카드를 꺼내 들어도 놀랍지 않다.
김현유 기자 hyou0611@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