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션별로 최고라고 평가받던 선수들을 받아들인 SK텔레콤은 스프링 초반에는 손발이 맞지 않았지만 후반에 기세를 타면서 정규 시즌을 2위로 마쳤고 포스트 시즌에서는 킹존과 그리핀을 3대0으로 완파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서머에서도 초반에 5연패를 당하며 9위까지 떨어졌던 SK텔레콤은 9연승을 달리면서 반전을 만들어냈다. 정규 시즌에서는 4위에 머물렀지만 포스트 시즌에서 집중력을 발휘, 아프리카 프릭스, 샌드박스 게이밍, 담원 게이밍에 이어 결승에서 그리핀을 물리치고 끝내 우승을 차지했다. LCK에서 처음 등장한 와일드 카드전부터 결승까지 모두 승리하는 포스트 시즌 스윕 우승이었다.
SK텔레콤이 20019년 LCK 최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근간에는 미래를 위한 투자가 깔려 있었다. 이상혁에 대해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해준 것은 물론, 영입한 선수들도 대부분 포지션별 최고 금액을 받았다. 대접을 받은 선수들은 몸값을 해냈다. 서머 초반에 흔들리기도 했지만 자신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었고 스프링과 서머 연속 우승으로 몸값은 물론, 이름값까지도 해냈다. 큰 마음을 먹고 아낌없이 투자한 SK텔레콤은 전세계 리그 오브 레전드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면서 롤드컵 무대에 나설 기회도 잡았다.
선수들에게 많은 연봉을 주는 것만 투자는 아니다. 스타크래프트2 종목에서 유일하게 팀 합숙을 유지하고 있는 진에어 그린윙스도 또 다른 방식의 투자 성공 사례다.
2016년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가 막을 내리고 난 뒤 대부분의 팀들이 해체 수순을 밟았지만 진에어는 선수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프로토스 김유진, 조성호, 장현우, 테란 조성주, 김도욱, 저그 이병렬, 방태수 등 세 종족 선수들을 2명 이상씩 보유한 진에어는 한국 유일의 스타크래프트2 팀으로 남았다.
팀 체제를 갖춘 진에어의 위력은 서서히 발휘되기 시작했다. 2017년 GSL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가장 큰 대회인 WCS 글로벌 파이널에서 이병렬이 정상에 올랐고 2018년에는 세 번의 GSL을 모두 조성주가 싹쓸이했다. 조성주는 2019년 GSL 시즌1까지 제패하면서 GSL의 역사를 바꿔 놓았다는 평가를 받아내기도 했다.
2019년 GSL 시즌2에서 고수 크루 소속 박령우에게 우승컵을 내주긴 했지만 결승에 프로토스 조성호가 올라가면서 진에어는 최후의 2명 가운데 한 명을 배출했다. 조성호의 패배가 아쉬웠는지 진에어는 GSL 시즌3 결승을 팀킬 잔치로 만들어버렸다. 4강에 3명이 올라간 진에어는 이병렬이 지난 시즌 우승자 박령우를 4대1로 격파하면서 결승전 대진을 진에어 선수간의 대결로 확정지었고 지난 21일 조성호가 조성주를 4대1로 제압하면서 이병렬과 조성호가 결승에 올라갔다. GSL 시즌3 결승이 진에어 팀킬로 확정되면서 2018년과 2019년 GSL 결승에서 진에어 선수가 빠졌던 적은 한 번도 없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스타2라는 종목의 현재 상황이 같을 수는 없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의 SK텔레콤 T1과 스타2의 진에어는 해당 종목에 대한 투자를 가장 많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다.
가장 큰 투자를 하고 있는 팀들이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은 2020 시즌을 앞두고 리빌딩을 준비하고 있는, 혹은 새로운 종목에 투자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3일 젠지 e스포츠가 '룰러' 박재혁과 3년 계약을 체결하면서 최고의 대우를 해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젠지는 박재혁이 팀의 핵심, 리더로서 갖고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했고 꼭 잡아야 할 선수로 인정했기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젠지의 미래를 위해 박재혁이 반드시 필요하며 향후 박재혁을 중심으로 리빌딩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팀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1위라면 그에 부합하는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시대가 왔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