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참가팀들의 경기력이 좁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올해에는 플레이-인 스테이지부터 뜨거운 경합이 벌어지면서 그룹 스테이지에서도 우열을 가릴 수 없는 혼전 양상이 예고됐다.
데일리e스포츠는 오는 12일부터 열리는 그룹 스테이지에 참가하는 16개 팀의 장단점을 분석했다. 그룹 스테이지가 한 조로 묶여 있는 팀들의 경쟁이기에 같은 조에 편성된 팀들을 하나로 묶었다. < 편집자주 >
◆펀플러스 피닉스 '도인비'를 주목하라
펀플러스 피닉스가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 리그(이하 LPL) 서머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중국 1번 시드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2018년 롤드컵 우승을 차지한 인빅터스 게이밍이 로스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고 전통의 강호인 로얄 네버 기브업 또한 전력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펀플러스 피닉스는 미드 라이너와 정글러 보강을 통해 2018년보다 확실히 업그레이드된 라인업을 형성하면서 스프링부터 LPL의 구도를 흔들었다. 펀플러스는 스프링에서 13승2패를 기록하면서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했지만 포스트 시즌에서는 톱스포츠 게이밍에게 1대3으로 패하면서 결승에 오르지는 못했다. 서머 정규 시즌에서는 인빅터스 게이밍에게만 한 번 패했을 뿐 14승을 거두면서 또 다시 1위를 차지하며 스프링보다 나아졌음을 보여준 펀플러스는 포스트 시즌에서 비리비리 게이밍을 3대1로 격파한 뒤 결승전에서 로얄 네버 기브업을 3대1로 제압하면서 LPL 1번 시드를 차지했다.
눈에 띄는 선수는 미드 라이너 '도인비' 김태상이다. 치아오구 리퍼즈를 시작으로 계속 중국 팀에서 뛰었던 김태상은 작년에 로그 워리어즈에서 활동하다가 올해 펀플러스에 합류했다. 상식을 뛰어 넘는 챔피언 폭을 갖고 있는 선수로 유명했던 김태상은 펀플러스에 와서도 특이한 챔피언을 다수 사용하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
스프링에서 15개의 챔피언을 사용했던 김태상은 서머에서 18개의 챔피언을 쓰면서 폭을 더욱 넓혔다. 김태상의 플레이에서 주목할 점은 챔피언을 많이 썼다는 것보다는 남들이 쓰지 않는 챔피언을 선보이면서 성적까지 냈다는 사실이다. 서머에서 김태상이 가장 많이 쓴 챔피언은 노틸러스로 6번 사용했고 4승2패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으며 남들이 전혀 쓰지 않았던 판테온으로도 2전 전승을 기록한 바 있고 녹턴, 스카나로도 1승을 기록한 바 있다. 김태상의 다재다능한 플레이는 한국 팀에게도 위협적으로 다가온 적도 있다. 리프트 라이벌즈 결승전에서 그리핀을 상대했을 때 김태상은 판테온으로 6킬 2데스 1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되기도 했다.
김태상이 다양한 챔피언으로 상대를 혼란에 빠뜨리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기반에는 정글러 'Tian' 가오티안량의 안정감이 자리하고 있다. 서머 정규 시즌에서 그라가스로 6전 전승, 엘리스와 세주아니로 각각 4전 전승, 아트록스와 신 짜오로 각각 3전 전승을 기록한 가오티안량은 포스트 시즌에서도 좋은 기량을 선보이면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특히 비리비리와의 4강전에서 김태상의 판테온과 호흡을 맞춘 사일러스 플레이는 MVP로 선정될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LMS 지배한 J팀 'FoFo', 롤드컵에서도?
2016년 영화 배우 주걸륜이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단을 만들었다고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았던 J팀은 처음으로 롤드컵 무대에 올랐다. 그동안 홍콩/대만/마카오 지역은 플래시 울브즈가 맹주로 입지를 다지면서 대부분의 국제 대회를 독식하는 바람에 J팀은 출전 기회를 거의 얻지 못했지만 2019년 LMS 서머에서 정규 시즌 1위, 결승전 승리를 통해 1번 시드를 획득, 롤드컵에 첫 선을 보인다.
J팀은 LMS 서머 시즌에 12전 전승을 기록하면서 정규 시즌 1위를 확정지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낸 선수는 미드 라이너 'FoFo' 추춘란이다. J팀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타이페이 어새신스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추춘란은 이번 시즌 완벽한 플레이를 펼치면서 ahq e스포츠의 정글러 'Alex' 첸유밍과 함께 정규 시즌 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추춘란이 서머 정규 시즌에서 보여준 수치는 어마어마하다. 팀이 12전 전승을 거뒀기에 당연히 승률은 좋겠지만 세 세트에서 사용한 니코로 1데스도 기록하지 않으면서 KDA 24를 기록했고 세 번 쓴 아칼리로는 1데스만 기록하면서 KDA 22를 달성했다. 정규 시즌에서 31세트를 치르는 동안 평균 KDA가 무려 8을 넘긴 추춘란은 포스트 시즌에서도 네 세트에서 8.25의 KDA를 유지하면서 J팀의 확고부동한 에이스임을 입증했다.
J팀이 롤드컵에 처음 출전하지만 다른 팀 소속으로 롤드컵을 경험한 선수는 있다. 서포터 'Koala' 린치치앙은 2018년 지-렉스 유니폼을 입고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까지 올라간 바 있다. LMS 대표 선발전을 통과하면서 롤드컵 플레이-인 스테이지에 오른 지-렉스는 프나틱, 인빅터스 게이밍, 100 씨브즈와 함께 D조에 속했지만 1승도 거두지 못하고 탈락했다. 당시 린치치앙은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알리스타, 모르가나 등으로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쳤지만 그룹 스테이지에서는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2019 시즌 J팀으로 이적하면서 린치치앙은 서머 시즌에 탐 켄치로 8승1패, 라칸으로 5승2패, 럭스로 3승2패를 기록해씨고 결승전에서는 파이크를 두 번 골라 모두 승리했다. 롤드컵에서 탐 켄치가 중용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린치치앙이 라칸, 파이크 등으로 변수를 만들어준다면 J팀이 플래시 울브즈의 바통을 이어받아 LMS의 강력함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VCS의 슈퍼팀' GAM e스포츠
2017년 기가바이트 마린즈라는 팀으로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과 롤드컵 무대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베트남 지역을 준메이저로 평가절상시켰던 팀이 2년 만에 롤드컵에 다시 섰다. 팀 이름을 GAM e스포츠로 바꾼 이 팀은 베트남 최고의 선수들을 모두 불러 모으면서 베트남판 SK텔레콤 T1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GAM e스포츠는 베트남 챔피언십 시리즈(이하 VCS) 2019 스프링에서 5위에 머물자 영입 작전에 들어갔다. 퐁 부 버팔로의 톱 라이너로 활동하면서 국제 무대에서 마음껏 역량을 펼쳤던 'Zeros' 팜밍록을 받아들였고 2017년 국제 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킬 때 인정 받았던 정글러 'Levi' 도두이칸을 합류시켰다. 여기에 2017년 도두이칸과 한 팀으로 활동했던 서포터 'Slay' 응유엔응곡헝까지 영입하면서 슈퍼팀을 형성했다.
이적 과정에서 징계를 받은 팜밍록이 합류하지 못한 VCS 서머 초반에 연패를 당하면서 하위권으로 떨어졌던 GAM은 2, 3주차에 4연승을 달리면서 상위권으로 올라왔고 플래시에게 일격을 당했지만 이후 7연승을 이어가면서 11승3패로 1위를 차지했다.
서머를 치르는 동안 GAM은 다양한 실험을 펼치기도 했다. 'Hieu3' 응고밍히유가 미드 라이너, 원거리 딜러, 서포터를 담당하기도 했고 'Yoshino' 레트렁키엔은 세 포지션의 라이너를 모두 맡았으며 'Kiaya' 트란두이상 또한 톱 라이너에서 미드 라이너로 변신하기도 했다. 포스트 시즌에 들어와서 포지션을 확정한 GAM은 로우키 e스포츠와 플래시를 모두 3대0으로 격파하면서 베트남 최고의 팀이라는 사실을 확정지었다.
서머 시즌 내내 포지션 변화를 시도한 결과 GAM e스포츠는 어떤 챔피언을 쥐어주더라도 모두 해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다. 롤드컵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보여진 것처럼 하단에 비원거리 딜러 챔피언을 쓰는 트렌드를 적응하는 데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VCS 포스트 시즌에서 로우키를 제압할 때 1, 2세트에서 블라디미르와 볼리베어로 하단 듀오를 구성해서 승리한 GAM은 결승에서 플래시를 상대로는 가렌과 유미 조합으로 3대0 승리를 이끌어낸 바 있다.
◆장단점 명확한 스플라이스
롤드컵 플레이-인 스테이지 1라운드에서 스플라이스는 3승1패를 거두면서 B조 1위를 차지했다. 이스루스 게이밍에게는 2전 전승을 거뒀고 데토네이션 포커스미와의 대결에서 1패를 안았지만 경기력은 깔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라운드에서도 스플라이스는 탈락의 위기를 딛고 일어났다. 독립국가연합 대표이자 2위로 2라운드에 올라온 팀들 중에 가장 경기력이 좋다고 평가 받은 유니콘스 오브 러브를 상대로 진땀을 뺀 스플라이스는 내내 애를 먹었더 미드 라이너 'Humanoid' 마렉 브라즈다의 신드라가 5세트에 결자해지하면서 그룹 스테이지에 합류했다.
스플라이스는 유니콘스 오브 러브와의 5전3선승제에서 확실한 승리 공식이 있음을 재확인했다. 원거리 딜러 'Kobbe' 케스퍼 코베럽이 편안하게 승리하고 여기에 정글러 'Xerxe' 안드레이 드라고미르가 힘을 보태면 확실하게 이긴다. 스플라이스가 가져간 2, 3, 5세트에서 코베럽은 애쉬로 7킬 1데스 4어시스트(2세트), 케이틀린으로 7킬 1데스 4어시스트(3세트), 자야로 5킬 1데스 6어시스트(5세트)를 기록했고 같은 세트에서 드라고미르는 키아나로 5킬 1데스 8어시스트(2세트), 올라프로 3킬 1데스 6어시스트(3세트), 키아나로 4킬 1데스 5어시스트(5세트)로 호응했다. 코베럽이 중심을 잡아주고 드라고미르가 호응했을 때 스플라이스는 안정감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문제는 반대로 흘러갔을 때다. 상대가 하단을 집중 공략하거나 하이머딩거와 같은 챔피언을 통해 라인전을 오래 가져갔을 때에는 코베럽이 성장하지 못하면서 스플라이스의 힘이 빠지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했다.
플레이-인 스테이지를 통해 장단점이 모두 파악된 스플라이스가 1주일이 채 되지 않은 기간이 어떤 보완책을 들고 나왔는지가 8강 진출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