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참가팀들의 경기력이 좁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올해에는 플레이-인 스테이지부터 뜨거운 경합이 벌어지면서 그룹 스테이지에서도 우열을 가릴 수 없는 혼전 양상이 예고됐다.
데일리e스포츠는 오는 12일부터 열리는 그룹 스테이지에 참가하는 16개 팀의 장단점을 분석했다. 그룹 스테이지가 한 조로 묶여 있는 팀들의 경쟁이기에 같은 조에 편성된 팀들을 하나로 묶었다. < 편집자주 >
◆4회 우승에 도전하는 SK텔레콤 T1
SK텔레콤 T1은 2019년 롤드컵 우승을 위해 스쿼드를 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3년과 2015년, 2016년 롤드컵을 제패했던 SK텔레콤은 2017년 준우승을 달성하면서 전세계 모든 팀 가운데 가장 훌륭한 커리어를 갖췄다. 하지만 2018년 롤드컵 진출에 실패하면서 리빌딩을 단행했고 각 팀에서 포지션별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페이커' 이상혁에게 역대 최고의 대우를 해주면서 잔류를 확정시켰고 '칸' 김동하가 톱 라이너로, '클리드' 김태민이 정글러로, '테디' 박진성이 원거리 딜러로, '마타' 조세형이 서포터로 영입되면서 이름만 들어도 세계 최고의 선수들로 새로이 팀을 구성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스프링 정규 시즌에서 2위를 차지했지만 포스트 시즌에서 킹존 드래곤X와 그리핀을 완파하면서 최종 우승을 달성했다.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서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SK텔레콤이지만 4강에서 유럽 대표 G2 e스포츠에게 2대3으로 패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에서 SK텔레콤은 초반에 휘청거렸다. 첫 경기였던 진에어 그린윙스와의 대결에서 승리했지만 그 뒤로 내리 다섯 경기를 패하면서 9위까지 떨어졌다. 서포터를 '에포트' 이상호로 교체하면서 분위기를 끌어 올린 SK텔레콤은 9연승을 질주하면서 시즌 도중 1위까지 되찾았지만 최종 순위는 4위였다.
SK텔레콤은 포스트 시즌에 강점을 보이면서 부활했다. 아프리카 프릭스를 와일드 카드전에서 잡아내면서 기세를 탔고 샌드박스 게이밍과 담원 게이밍을 연파했다. 결승전에서도 정규 시즌 1위 그리핀을 상대로 3대1로 승리한 SK텔레콤은 리빌딩이 성공적이었음을 LCK 안에서는 증명했다.
SK텔레콤의 남은 과제는 롤드컵이라는 최대 규모의 국제 무대에서 최고의 자리를 되찾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신 전략들에 대한 분석과 대응 방안이 발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SK텔레콤이 MSI에서 여러 팀들에게 고전했고 최종적으로는 G2에게 패하면서 결승에 올라가지 못했던 이유는 고정관념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다른 팀들은 능숙하게 쓰는 소나와 타릭 조합을 꺼냈다가 인빅터스 게이밍에게 16분 만에 패한 경기나 G2의 톱 파이크 전략에 그룹 스테이지에 당했음에도 4강 마지막 세트에서 또 당한 경험들은 롤드컵을 준비하는 SK텔레콤 입장에서는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2018년 준우승에 빛나는 프나틱
프나틱은 작년 롤드컵에서 준수한 성과를 냈다. 2015년에 이어 3년 만에 4강에 진출했고 클라우드 나인을 3대0으로 격파하며 2011년에 이어 7년 만에 결승에 올라갔다. 중국 대표 인빅터스 게이밍에게 0대3으로 완패하면서 허무함을 경험했지만 프나틱은 국제 무대에 건재함을 과시했다.
2019년 프나틱은 리그 오브 레전드 유러피언 챔피언십에서 2인자에 머물러야 했다. 롤드컵 준우승을 이끌었던 핵심 선수인 'Caps' 라스무스 빈테르가 G2 e스포츠로 이적했고 'Nemesis' 팀 리포브세크가 메웠지만 손발이 맞지 않았다. 그 결과 스프링 정규 시즌과 포스트 시즌 모두 3위에 머무르면서 G2의 우승을 지켜봐야만 했다.
서머에서 프나틱은 다양한 챔피언을 활용하면서 본격적인 변수 만들기에 들어갔다. 정규 시즌에서 로그를 상대로 톱 케인, 미드 트위치, 하단 듀오가 잔나와 질리언을 구성한 것은 과했다 치더라도 'Rekkles' 마틴 라르손과 'Hylissang' 즈드라베츠 갈라보프가 가렌과 유미를 조합해 포스트 시즌에서 심심치 않게 승수를 올린 점은 변화를 위한 시도가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미드 라이너인 리포브세크도 성장했다. 삼위일체와 고속연사포를 핵심 아이템으로 가져가는 빌드의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정착시키면서 서머 시즌과 리프트 라이벌즈 등 대회에서 7승2패라는 좋은 성과를 올렸고 약점으로 지적되던 아칼리 등 손싸움 챔피언 또한 서머 포스트 시즌에서 여섯 번 연속 사용하면서 승률 5할 이상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2018년 롤드컵 준우승 멤버가 그대로 건재하고 리포브세크의 성장세가 가미됐으며 홈코트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는다는 점에서 프나틱이 선전할 기반을 닦여 있지만 SK텔레콤과 로열 네버 기브업 등 롤드컵에서 상위 입상했던 팀들과 한 조를 이뤘다는 점은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2018년 한풀이 노리는 RNG
2018년 롤드컵을 앞두고 우승팀을 예측했을 때 대부분 로얄 네버 기브업(이하 RNG)을 꼽았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 리그(이하 LPL) 스프링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MSI에서도 정상에 올랐으며 LPL 서머에서도 인빅터스 게이밍을 잡으면서 중국 1번 시드를 받아 롤드컵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번외 대회이지만 아시안 게임에서도 RNG 선수들이 주축이 되어 팀을 꾸렸고 한국 대표를 잡아내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모두가 RNG가 롤드컵을 우승할 때가 왔다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8강에서 G2 e스포츠라는 복병에게 2대3으로 패하면서 4강조차 가지 못했다.
2019년 초반 RNG는 확고부동한 톱 라이너를 찾지 못하면서 정규 시즌에서 4위에 머물렀다. 'Tianci' 잉티안치, ' AmazingJ' 섹와이호, 'Zz1tai' 리우지하오 등 3명의 톱 라이너를 기용했지만 섹와이호가 18승8패, 리우지하오가 2승5패, 잉티안치가 2패로 섹와이호를 제외하면 결과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
서머를 앞두고 RNG는 톱 라이너 보강에 나섰고 쑤닝 게이밍에서 뛰던 'Langx' 시에젠잉을 영입했다. 시에젠잉이 들어오고 톱 라이너로 자리를 잡으면서 RNG의 전력은 안정감을 갖기 시작했다. 시에젠잉은 아트록스, 레넥톤, 블라디미르 등 톱 라이너가 잘 다뤄야 하는 기본적인 챔피언을 주로 쓰면서 라인을 지키는 능력이 좋다고 평가되지만 카밀과 제이스로 각각 2전 전승을 기록하는 등 스플릿 푸시에도 재능이 있다.
정글러 'Mlxg' 리우시유가 올 7월 은퇴하면서 'Karsa' 헝하오슈안이 주전 정글러로 서머 전 경기를 소화했고 미드 라이너와 하단 듀오에 있어서도 변화가 전혀 없는 RNG는 롤드컵 우승 후보로 꼽혔을 때와 멤버 구성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에 여전히 강한 팀으로 분류해야 한다. 특히 원거리 딜러 'Uzi' 지안지하오는 LPL 서머에서 카이사로 7승1패, KDA 5.6, 시비르로 6승1패, KDA 11.4로 강력함을 유지했고 포스트 시즌에서도 팀은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KDA 6.84를 기록하면서 세계 정상급 원거리 딜러임을 보여줬다.
4년 연속 롤드컵에 진출한 RNG는 2016년 8강, 2017년 4강, 2018년 8강 등 그룹 스테이지 단계에서는 탈락한 적이 없다는 것도 유념해야할 데이터다.
◆'후니' 믿고 8강으로 가! 클러치 게이밍
플레이-인 스테이지를 통해 올라온 클러치 게이밍은 1라운드에서는 유니콘스 오브 러브에게 연달아 패하면서 유례 없는 3자 동률 상황을 만들었다. 경기 시간이 짧아 순위 결정전에서 상위 시드를 받은 클러치 게이밍은 맘모스를 꺾고 올라온 유니콘스 오브 러브를 제압하면서 A조 1위 자격을 얻었다.
2라운드에서 터키 대표 로열 유스를 만난 클러치 게이밍은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십 시리즈 3번 시드다운 경기력으로 돌아오면서 3대0 완승을 거뒀다. 그룹 스테이지에 올라온 네 팀 가운데 3대0으로 이긴 팀은 클러치 게이밍이 유일하다.
클러치 게이밍은 '후니' 허승훈이 잘 풀렸을 때 쉽게 이긴다는 사실을 로열 유스와의 대결에서 보여줬다. 1, 2세트에서 럼블을 가져가면서 라인전에서 우위를 점한 허승훈은 이퀄라이저 미사일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면서 맹활약했다. 3세트에서는 원거리 공격 챔피언인 이즈리얼을 가져가면서 제이스의 성장을 억제했고 트리스타나에 이어 이즈리얼로도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음을 보여줬다.
C조에 속한 클러치 게이밍에서 허승훈을 주목하는 이유는 SK텔레콤 T1과 프나틱에 모두 몸담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2015년 '레인오버' 김의진과 함께 프나틱 유니폼을 입고 롤드컵 4강까지 올랐던 허승훈은 2017년에는 SK텔레콤 소속으로 롤드컵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친정팀 두 곳과 롤드컵 한 조에서 만나는 특이한 인연을 가진 허승훈이 얼마나 좋은 활약을 펼치느냐에 따라 클러치 게이밍이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느냐가 결정된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