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 이재혁의 이같은 각오는 그저 신예이자 다크호스인 한 선수의 치기 어린 이야기로 들렸다. '황제' 문호준과 '신황제' 유영혁, 영원한 우승후보 박인수가 버티고 있기에 이재혁의 우승을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게다가 이재혁은 카트라이더 리그를 관통하는 '퍼플의 저주'에 걸려 있는 상황이었다. 통상 결승전에 5위로 올라온 라이더에게 주어지는 퍼플은 '저주 받은 색'이었다. 지금까지 카트라이더 리그에서 퍼플색을 달고 달린 선수는 단 한번도 2위 안에 들지 못했다.
이재혁이 최종전에서 1위를 하면서 퍼플 색으로 결정됐을 때 표정이 좋지 않았던 것도 '퍼플의 저주' 때문이다. 자신을 지도하고 있는 박인재 감독 역시 '퍼플의 저주'의 희생양이었기에 더욱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재혁은 저주를 받았기에 더욱 연습에 몰두했다. 다른 선수들의 견제 대상이 아니었기에 이재혁은 마음 편하게 연습에 임했고 경기에서도 자신의 플레이를 마음껏 펼쳤다. 그리고 결국 문호준, 박인수, 유영혁을 제치고 당당하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재혁은 "'퍼플의 저주'에 대해 잘 알고 있었지만 깨게 된다면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저주도 깼으니 다음 시즌에서는 팀전에서도 분전하겠다"고 전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