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항전 형식을 띈 종합 e스포츠 대회의 대명사로 불렸던 WCG를 다시 열기 위해 스마일게이트는 2017년 삼성전자로부터 상표권을 획득했고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9년 7월 중국 시안에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새롭게 선보인 WCG는 예전에 열린 WCG와는 많이 달랐다. e스포츠 대회 중심이었던 기존의 WCG에서 벗어나 e스포츠는 물론 신기술까지 포함해 미래지향적인 경쟁 구도를 선보이면서 새로 태어났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예전 WCG는 e스포츠를 활용한 다종목 국가 대항전이 중심이었다. 각 국가마다 대표 선발전이 벌어졌고 3~400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그룹 스테이지부터 결승전까지 사나흘 동안 혈전을 벌였다. 한국도 대부분의 종목에 선수들을 파견하면서 종합 우승을 위해 다른 나라 선수들과 경합했다.
올해 WCG는 e스포츠에 대한 비중이 상당히 줄었다. 중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국가별 선발전에 이어 지역 선발전까지 거치면서 압축적으로 인원을 선발했다. 한국에서는 워크래프트3 종목의 장재호와 조주연만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 예선을 통과하면서 2명만 출전했다(초청전 형식으로 열린 스타크래프트2에서는 조성주가 초청됐다).
WCG는 올해 대회를 준비하면서 e스포츠 종목에도 큰 변화를 줬다.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와 피파 시리즈 등 이전 대회에서 매년 정식 종목으로 선정됐던 종목들이 빠졌고 왕자영요, 크로스 파이어, 워크래프트3(워3는 유일하게 중국에서만 꾸준히 대회가 열리고 있다) 등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종목들을 포함시켰다. 그러다 보니 중국은 모든 종목에 2명 혹은 2개 팀 이상의 선수단을 파견했고 그것만으로도 종합 우승은 이미 확정지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e스포츠 부문 종합 우승은 모두가 예상했듯 중국이 차지했다. 6개의 정식 종목 가운데 크로스파이어, 왕자영요, 워크래프트3에서 중국 대표끼리 결승에서 맞붙었고 도타2에서는 중국 대표 뉴비가 우승까지 단 한 세트만 내주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개 종목에서 1위에 오른 중국은 종합 우승을 차지했고 한국은 워크래프트3 종목에 나선 장재호가 동메달을 획득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 팬들은 개최지인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종목들이 대거 포함된 것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e스포츠 이외의 부문에서 WCG는 실험적이라고 불러도 좋을 수준의 도전을 펼쳤다. 새로운 미래 스포츠 영역을 발굴하겠다는 취지를 담았기에 '뉴호라이즌'이라고 이름을 붙였고 로봇 대전, AI 축구 대회, VR e스포츠, 스크래치 등의 콘텐츠를 담아냈다.
AI 마스터즈는 축구 형식을 도입해 관객들의 이해도를 높였고 로봇 대전 또한 격투 게임에서 볼 수 있었던 체력 감소 시스템을 통해 재미를 더했다. VR e스포츠도 플레이어의 위치를 3D로 반영하면서 긴장감을 높였다. 아직 대중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분야이지만 스포츠 형식으로 재해석하면서 보는 스포츠로 만들어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변화를 시도한 WCG는 각종 수치로 봤을 때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했다. 3월 국가별 온라인 예선을 시작으로 본 행사까지 진행되는 동안 111개국에서 모인 4만 여명의 선수가 경기를 펼쳤으며 8개의 플랫폼, 13개 언어를 통해 전 세계에 중계되며 1억 9300만의 뷰어십을 기록했다.
2019년 부활한 WCG의 참가국 규모는 WCG가 개최된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이며 온라인 중계 뷰어십은 다종목 e스포츠 대회 가운데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시안에서 열린 WCG 그랜드 파이널에는 약 12만 명의 관람객이 모이면서 성공적인 부활을 알렸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