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말 블리즈컨에서 열린 히어로즈 글로벌 챔피언십에서 젠지 e스포츠가 우승을 차지한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블리자드는 히어로즈 리그 폐지를 통보했다. 홈페이지 공지와 이메일을 통해 일괄적으로 이 사실을 전달받은 선수와 관계자, 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리그가 사라졌기 때문에 모든 팀이 해체됐고 선수와 관계자들은 종목을 전환하거나 새로운 일을 찾아 떠났다. 이런 허무한 결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신정민 해설위원은 관계자와 선수들을 설득해 팬들에게 끝인사를 전할 수 있는 마지막 리그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2019년 상반기 신정민 해설위원은 리그 기획안을 완성해 아프리카TV를 찾았고 후원을 받아 리그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상처받은 선수와 관계자들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자리라는 사실에 하나둘씩 참가를 결정해 히어로즈 리바이벌이 개최됐다.
히어로즈 리바이벌을 기획했던 신정민 해설위원과 선수 및 관계자들의 기대는 그리 높지 않았다. 리그 시청자 수가 1,000명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고 선수들에게 상금으로 추가될 크라우드 펀딩 금액도 500만 원이 한계일 것이라 예측했다.
하지만 히어로즈 팬들의 관심은 기대 이상이었다. 매 경기 평균 2,000명 이상의 시청자가 모였으며 크라우드 펀딩은 6일 만에 1,300만 원을 돌파했다. 이에 아프리카TV는 크라우드 펀딩 금액이 1,500만 원을 돌파할 경우 차기 시즌을 개최하고 2,000만 원을 돌파하면 5명의 선수를 선발해 네이밍 후원을 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히어로즈 리바이벌 결승전 현장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관람객이 가득했고 결승전이 끝난 뒤 많은 팬이 궁금해하던 크라우드 펀딩 금액이 공개됐다. 2,559만 1,000원.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 위해 마련된 무대가 차기 시즌을 넘어 5명의 선수에게 후원까지 결정되며 새로운 시작을 알리게 됐다.
약 2개월 만에 시작된 히어로즈 리바이벌 시즌2에서도 팬들의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고 선수들도 리그에 대한 갈증을 풀어내듯 치열한 경기를 펼치며 팬들을 만족시켰다. 결승전이 끝나고 시즌3에 대한 궁금증이 커질 때 신정민 해설위원과 아프리카TV는 팬들을 위한 새로운 대회인 히어로즈 매니저를 선보였다.
히어로즈 매니저는 중계진 또는 선수가 구단주가 되어 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팀을 만들어 경기를 펼치는 방식으로 진행돼 팬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팬들은 히어로즈 매니저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리바이벌 시즌3가 끝난 뒤 대표 선수들이 팀장이 되어 선수단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변경한 히어로즈 매니저 시즌2를 진행하면서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했다.
12월에는 올해를 마무리하는 히어로즈 리바이벌 시즌4가 진행됐다. 시즌4 결승전에서는 시즌 1, 2에서 우승을 차지한 '훌리건' 박종훈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KYS와 시즌3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락다훈' 진해훈이 이끄는 당근이 맞붙으며 리바이벌만의 스토리가 만들어졌고 현장에는 히어로즈 스트리머와 '메리데이' 이태준 등이 찾아와 팬들과 함께 축제를 즐겼다.
히어로즈 e스포츠의 부활은 IP를 갖고 있는 게임사들의 결정권이 강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팬들이 주체적으로 나서면 게임사가 포기한 e스포츠 리그도 살릴 수 있다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구남인 기자 ni041372@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