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핀의 롤드컵 경기가 시작된 10월 15일 사태는 다시금 불이 붙었다. 경기 종료 후 그리핀의 '소드' 최성원과 '바이퍼' 박도현이 매체 인터뷰에서 김대호 감독에게 그리핀 언급을 그만 두라는 어조의 인터뷰를 진행했고 김대호 감독이 개인 방송을 통해 조규남 대표와의 마찰에 대해 상세하게 털어 놓은 것이다.
더 큰 이슈가 된 것은 김대호 감독의 16일 개인방송이었다. 김대호 감독은 이날 그리핀의 유망주 정글러인 '카나비' 서진혁의 징동 게이밍 임대 과정을 폭로하며 연말까지 이어진 불공정 계약 논란의 신호탄을 쐈다. 김대호 감독은 징동 임대 과정에서 조규남 대표가 서진혁에게 징동과 탬퍼링을 했다며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고 협박하고 이를 빌미로 서진혁과 징동의 장기 계약을 체결하게 하며 그 과정에서 거액이 이적료를 챙겼다고 주장했다.
김대호 감독이 폭로하자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는 한국e스포츠협회(이하 KeSPA)와 함께 LCK 운영위원회를 구성, 사건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카나비 구출작전'을 펼친다고 전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LCK 운영위원회는 29일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서진혁의 이적에 대해서는 장기 계약이 불법이라는 결론 외에는 확인 중이라는 미온적인 발표로 공분을 샀다.
11월 12일 그리핀 조규남 대표가 자진 사퇴를 발표했지만 서진혁의 이적을 둘러싼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20일 하태경 의원은 그리핀이 법률 대리 로펌인 비트, 키앤파트너스 에이전시과 손잡고 불합리한 이적 계약을 추진했다고 공개하며 스틸에잇과 그리핀에 대한 팬들의 분노는 거세졌다.
같은 날 오후 LCK 운영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LCK 운영위원회는 조규남 대표의 이적 과정의 규정 위반 행위가 인정돼 무기한 출장 정지 징계를 부과했고 그리핀에도 조규남 대표의 행위에 직접 관여 또는 방치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판단해 벌금 1억 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이와 함께 김대호 감독의 폭언과 폭력 행위가 있었음을 확인했고 김대호 감독에 무기한 출장 정지를 부과했고 팬들은 이에 분노하며 보이콧 운동과 국민청원을 통해 이러한 조사 결과에 반발을 표했다.
결정적으로 21일 국민일보에서 불공정 조항들로 구성된 서진혁의 계약서를 공개하며 '노예 계약' 논란이 불거졌다. 국민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서진혁의 계약서에는 선수의 역량이 부족한 경우, 병원 등에 30일 이상 입원하는 경우, 중대한 질병에 걸리거나 상해를 당해 선수활동 및 방송활동을 계속하기 어려운 건강상태에 놓인 경우 시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과 연락 두절 시 계약 해지 및 5천 만 원의 위약금을 문다는 조항 등 여러 불공정한 조항들이 포함돼 있었다.
스틸에잇의 불법 계약의 중심으로 떠오른 키앤파트너스 에이전시는 23일 영업 중단을 발표했다. 이어 25일 스틸에잇은 불공정 계약서의 심각성과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잘못된 관행으로 맺은 계약서를 모두 파기하고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발표했고 그리핀의 주축 선수들인 '쵸비' 정지훈과 '도란' 최현준, '리헨즈' 손시우과 그리핀과 결별했다.
LCK 운영위원회는 27일 추가 발표를 통해 서진혁이 FA 신분이 됐다고 발표했고 최근 불거진 논란들에 대해 2020 시작 전까지 계약서 전수 조사에 나서며 상반기까지 표준계약서 마련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여전히 '노예 계약'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12월 1일 국민일보는 현행 KeSPA 표준 계약서를 공개했고 KeSPA 표준 계약서 역시도 서진혁의 계약서와 별다를 바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철저한 조사와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팬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불공정 계약 논란은2019년을 넘겨 2020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변호사들이 해당 계약서들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고 법무법인 오른에서는 무료 법률 자문에 나섰다.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은 e스포츠표준계약서법을 마련하기 위해 나섰고 국민청원 20만 명을 넘긴 팬들의 참여까지 더해져 공정거래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e스포츠 업계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김현유 기자 hyou0611@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