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에 이어 4개 프로팀이 시드를 받아 팀전에 참여하는 가운데 네 팀 모두 멤버에 큰 변화 없이 차기 시즌을 치를 예정이다.
멤버 변화는 크지 않지만 지난 시즌을 거치며 4개 팀 모두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게 드러났기에 이번 시즌에는 과연 자신들의 장점을 잘 살리고 약점은 극복했는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한화생명e스포츠, 전승 준우승의 한 풀까
정규시즌에서 전승을 기록했지만 결승전에서 샌드박스 게이밍에게 아깝게 패한 한화생명e스포츠(이하 한화생명). ‘전승 준우승’이라는 다소 불명예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사실 한화생명은 지난 시즌 엄청난 성장을 통해 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팀이다.
지난 시즌 초까지만 하더라도 문호준이 속한 팀이라는 사실을 빼면 한화생명은 우승권으로 꼽히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유영혁과 강석인과 결별한 문호준은 배성빈, 박도현 등 리그 경험이 없는 선수들과 한 팀을 이뤄 참여했다. 팀워크를 맞춘 것도 얼마 되지 않았고 경험도 별로 없는 신예들과 한 팀을 이뤘기에 한화생명을 우승 후보로 꼽는 전문가들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배성빈과 박도현은 시즌을 치르면서 성장했다. 팀워크는 점점 잘 맞아갔고 정규시즌에서는 샌드박스를 압도적으로 제압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신예들을 데리고 결승전까지 올라간 문호준의 리더십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기도 했다. 그만큼 지난 시즌 한화생명이 보여준 드라마는 팬들을 감동시키고도 남을 정도였다.
게다가 박도현은 개인전에서 내로라 하는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2인 결선에 오르면서 실력을 증명했다. 이재혁에게 밀려 준우승을 하긴 했지만 박도현은 데뷔 시즌 개인전, 팀전 모두 준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배성빈 역시 전천후 활약으로 한화생명의 기동으로 성장했다. 개인전 결승에서 3위를 기록한 배성빈은 스피드전과 아이템전 모두에서 활약하며 최영훈과 함께 전천후 프로게이머로 성장하고 있다.
결승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경험 없는 신예들이 속해있었기에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된 성적이기도 했다. 이번 시즌 한화생명이 더 무서운 것은 이제 3천명의 팬 앞에서 경기를 치른 경험이 박도현과 배성빈에게 쌓였다는 사실 때문이다.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됐던 경험 부족도 지난 시즌 충분히 채워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문호준 역시 건제하다. 지난 개인전 예선전에서 죽음의 조에 속했던 문호준은 당당하게 조1위를 차지하며 여전한 실력을 과시했다. 박인수, 전대웅, 박현수 등 개인전 결승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은 선수들과 함께 달리면서 줄곧 1위를 차지, 황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번 시즌 한화생명의 로스터는 작년과 변동 없다. 게다가 아이템전 선수인 이은택을 제외한 스피드전 네 명의 선수가 전부 개인전 본선에 올랐다. 이보다 더 탄탄할 수 없는 선수층을 보유한 한화생명이 2연속 준우승의 한을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대웅 영입해 전력 보강한 아프리카 프릭스
프로팀 가운데 유일하게 로스터를 변경한 아프리카 프릭스(이하 아프리카)는 비시즌 동안 선수 영입과 관련해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스피드전 강화를 위해 전대웅을 영입한 아프리카는 원활하지 못한 커뮤니케이션 때문에 팬들에게 비판을 들어야 했다.
비시즌 동안 팀을 재정비한 아프리카는 다행히 개인전 예선을 통해 구성원들이 건제함을 증명했다. 전대웅은 죽음의 조에서 본선 진출에 성공했고 유영혁, 정승하 모두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지난 시즌 아프리카는 유영혁이 스피드전, 강석인이 아이템전을 이끌었다. 하지만 유영혁을 받쳐줄 스피드전 선수가 없었고 아이템전 역시 강석인 혼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 전천후 활약을 펼칠 선수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전대웅을 영입한 것은 신의 한 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피드전은 말할 것도 없고 아이템전에서도 전대웅은 강석인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아프리카의 전력은 지난 시즌보다 크게 상승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정승하 역시 스피드전에서 이미 실력을 검증 받은 선수이기에 팀워크만 잘 맞춘다면 스피드전 만큼은 어떤 팀과 비교했을 때도 결코 뒤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에이스 결정전에서도 유영혁과 전대웅 두 개의 카드가 있기 때문에 전략을 세우기에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변수는 팀워크다. 지난 시즌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더 많은 시간 연습에 몰두해 팀워크를 맞춰야 한다. 특히 유영혁과 전대웅은 같은 팀을 해본 적이 없는데다 두 선수 모두 색이 강한 에이스이기 때문에 서로의 역할을 잘 배분하고 연습에 임한다면 경험 많은 선수들의 만남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그러나 서로 역할을 침범하거나 러너와 스위퍼 역할을 적절하게 소화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두 선수의 만남은 좋지 못한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연 두 선수가 얼마나 호흡을 잘 맞췄느냐가 아프리카의 이번 시즌 성적을 좌지우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