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최초의 무관중 경기는 2004년 스카이 프로리그 2라운드 7주차 소울과 KTF 매직엔스의 경기였다. 당시 소울 팀을 이끌던 김민기 감독이 2세트가 끝난 뒤 경기 도중 팬들의 소리를 듣고 전략을 미리 알아차리는 '귀맵' 의혹을 제기했다. 심판진은 이를 받아들여 당시 규정에 따라 관중 전원 퇴장 조치를 내렸고 남은 세트를 무관중으로 진행했다.
전용 경기석 부스가 제작되면서 '귀맵' 논란이 사라졌지만 안전상 이유로 또 한 차례 무관중 경기가 열렸다. 2007년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후기리그 6주차가 진행되던 코엑스 히어로 센터의 유리창이 삼성전자 칸과 kt 롤스터의 경기날 아침에 파손돼 관중 없이 경기를 치렀다.
2009년 신종 플루가 발발했을 때 리그 주최사들은 예방 현수막이나 손 소독제를 경기장에 비치한 채로 경기를 이어갔다. 무관중 대회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신종 플루에 대한 위험으로 인해 관중은 급감했고 11월 29일 허영무와 박지호가 맞붙은 서바이버 토너먼트는 경기 시작 후 관중이 한 명도 없어 무관중 경기가 됐다.
대회 규모와 특수한 상황에 따라 무관중 경기가 진행되는 경우도 생겼다. 2017년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글로벌 챔피언십 코리아는 소규모 스튜디오에서 경기가 진행돼 현장 관람이 불가하고 온라인으로만 대회를 시청할 수 있었다.
2018년에는 IEM 평창이 무관중으로 대회를 치뤘다. IEM측은 평일 오후에 경기가 진행돼 관중이 많이 찾기 힘들고 평창 동계 올림픽 때문에 장소 섭외에 제한이 있다는 이유를 밝히며 스튜디오에서 관중 없이 대회를 진행했다.
2019년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 KeSPA컵 울산 8강 2라운드 한화생명e스포츠와 아프리카 프릭스의 경기가 관중 없이 진행됐다. 사운드 하드웨어 문제가 발생하면서 두 시간 넘도록 복구하지 못했다. 결국 한국e스포츠협회는 현장을 찾았던 관중들을 돌려보낸 뒤 관중 없이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 12시가 넘어 시스템을 복구했고 새벽 3시가 되서야 경기가 마무리됐다.
독특한 방송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선수들과 관객들을 분리시킨 경우도 있었다. 2009년 열린 네이트 MSL에서는 선수들이 경기하는 현장과 관객들이 관전하는 장소가 분리됐다.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결승전은 이영호와 이제동 등 선수들을 위해 별도의 스튜디오를 구축했고 관중들은 1,000석 규모로 마련된 별도의 홀에서 가상으로 구현된 경기장을 화면을 통해 지켜봤다.
구남인 기자 ni041372@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