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시즌을 앞두고 '표식' 홍창현, '케리아' 류민석 등 LCK 경험이 전혀 없었던 신예를 주전으로 내세운 드래곤X가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고비였던 첫 주차를 잘 넘겼고 2주차에서는 신구 조화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유일하게 전승 달리는 드래곤X
지난 13일 한화생명e스포츠와의 대결에서 드래곤X는 상대의 변칙 조합에 전혀 휘둘리지 않는 탄탄함을 보여줬다. 한화생명이 소라카와 카르마, 트린다미어를 섞으면서 솔로 랭크에서도 나오기 어려워 보이는 챔피언을 구성했지만 드래곤X는 '케리아' 류민석에게 파이크를 쥐어주면서 한화생명이 낸 고차 방정식을 풀어냈다. 깊은 바다의 처형으로 순간적인 대미지를 넣을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해 소라카와 카르마의 전투 지속력을 떨어뜨린 것. 2세트에서 한화생명이 정상적인 조합으로 나서자 드래곤X는 10.2 패치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았던 이즈리얼을 '데프트' 김혁규가 들고 나와서 류민석의 카르마와 함께 하단 라인전부터 터뜨리면서 낙승을 거뒀다.
15일 아프리카 프릭스와의 대결은 백미였다. 아프리카의 톱 라이너 '기인' 김기인에게 세트를 내줬다가 호되게 당한 드래곤X는 2세트에서도 김기인의 아트록스에게 연신 당하면서 끌려갔다. 하지만 류민석의 노틸러스가 '미스틱' 진성준의 징크스에게 폭뢰를 건 뒤 김혁규의 미스 포츈, '쵸비' 정지훈의 직스가 궁극기 연계를 적중시키면서 한 번에 역전했다. 기세를 탄 드래곤X는 3세트에서 정지훈의 조이가 화력 시범을 펼치면서 25분 만에 아프리카의 넥서스를 파괴하고 역전승을 따냈다.
4전 전승을 달리는 동안 드래곤X는 2대0 승리가 한 번 밖에 없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선수들의 손발이 맞아 들어가면서 더 강해지고 있다. 밴픽에 있어서도 크게 흔들지 않으면서도 핵심 선수들이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자그마한 변화를 주면서 상대 허점을 파고 드는 점도 주목할 만한 요소다.
◆물고 물린 상위권
2주차에서는 연승이 끊어진 팀이 꽤 된다. 드래곤X가 4전 전승을 달리고 있지만 그 자리를 노렸던 아프리카 프릭스, 젠지 e스포츠가 3연승에서 일격을 당했다. 아프리카는 드래곤X와의 맞대결에서 1대2로 아쉽게 패했고 젠지는 KeSPA컵 8강에서 석패했던 T1에게 또 한 번 무너졌다.
젠지와 T1의 16일 경기는 신흥 라이벌의 대결이라는 호칭에 걸맞는 명승부였다. 치열하게 눈치 싸움을 벌이다가 30분 이후에 벌어진 교전에 의해 승패가 갈렸다. 1세트에서는 T1의 원거리 딜러 '테디' 박진성의 아펠리오스가 내셔 남작 지역에서 트리플 킬을 가져가며 승부를 갈랐고 2세트에서는 젠지가 시종일관 우위를 점하면서 1대1을 만들었다. 3세트에서 드래곤 쟁탈전을 벌이던 두 팀의 승부는 박진성의 미스 포츈이 교전 상황에서 맹활약하면서 T1의 승리로 돌아갔다.
1주차에서 한화생명에게 덜미를 잡혔던 T1은 2주차에서 kt와 젠지를 연달아 무너뜨리면서 3승1패가 됐고 3연승을 달리던 젠지는 올 시즌 첫 제동이 걸렸다.
그 결과 상위권 구도에서는 드래곤X가 4연승으로 단독 1위에 올랐고 젠지와 아프리카, T1이 모두 3승1패이지만 세트 득실에 따라 젠지가 2위, 아프리카와 T1이 공동 3위에 랭크됐다.
◆APK-kt, 언제 눈 뜰까
APK 프린스와 kt 롤스터는 아직 시즌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까지 그리핀과 함께 무승이었던 두 팀이었지만 그리핀이 샌드박스 게이밍과 APK를 연파하면서 중위권으로 올라갔고 APK와 kt만이 전패로 남았다.
지난 주 경기력만 놓고 보면 APK가 첫 승을 먼저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아프리카와 그리핀을 상대로 모두 풀 세트 접전을 펼쳤던 APK인 반면 kt는 T1과 담원 게이밍을 상대로 0대2로 완패했다. 경기 내용을 봐도 쫓기는 듯한 플레이는 물론, 손발이 맞지 않는 플레이도 자주 등장했다.
APK와 kt는 3주차인 20일 맞대결을 펼치기에 누군가는 전패의 늪에서 탈출한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