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2020 스프링 시즌 1라운드를 마친 상황에서 샌드박스 게이밍은 하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샌드박스 게이밍의 1라운드 성적은 2승7패, 세트 득실 -6으로 8위에 랭크되어 있다. 시즌이 개막하기 전에 열린 KeSPA컵 2019 울산 대회에서 내로라 하는 강호들을 연파하면서 결승까지 올라가면서 기대를 모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LCK 승격 이후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다.
◆계속되는 하단 듀오 실험
샌드박스는 1라운드 내내 하단 듀오를 교체하면서 딱 들어맞는 조합을 찾기 위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시즌을 앞두고 원거리 딜러로 '레오' 한겨레와 '루트' 문검수를 영입했고 서포터로는 '고릴라' 강범현을 받아들인 샌드박스는 기존 서포터인 '조커' 조재읍까지 포함해 4명이 하단 듀오로 활약하고 있다.
KeSPA컵에서도 조합을 실험하던 샌드박스는 LCK가 개막하고 나서는 한겨레와 강범현을 묶고 문검수와 조재읍을 듀오로 구성하면서 일정을 소화했다. 한겨레와 강범현 조합은 세트 기준 7승9패, 문검수와 조재읍 조합은 1승5패를 기록했다.
객관적인 성적으로 봤을 때에는 한겨레-강범현 조합이 문검수-조재읍 조합보다 압도적으로 성적이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단 듀오가 잘해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느냐라고 물었을 때에는 그렇지도 않다. 팀 승리에 기여한 바가 큰 선수에게 주어지는 MVP 타이틀을 샌드박스의 하단 듀오는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즉 2019 시즌 호평을 받았던 샌드박스의 상체가 2020 시즌을 앞두고 개편된 하체를 끌고 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 패턴이 읽히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 중요해진 연결 고리 '도브'의 역할
MVP 포인트를 봐도 알 수 있지만 샌드박스의 강점은 '서밋' 박우태와 '온플릭' 김장겸으로 구성된 상체다. 박우태가 400 포인트, 김장겸이 300 포인트를 받으면서 샌드박스 선수들이 받은 800 포인트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했다.
박우태와 김장겸이 싹쓸이하고 남은 100 포인트를 가져간 선수는 미드 라이너 '도브' 김재연이다. 2019년 스프링과 서머 정규 시즌에서 팀이 상위권을 차지할 때 톱 라이너와 정글러에게 시선이 쏠릴 때에도 김재연은 묵묵하게 허리를 받치면서 팀의 균형을 잡아줬다.
이번 시즌에도 김재연은 허리 역할을 잘해주고 있지만 부족한 부분이 보이기도 한다. 이번 시즌 조이(4승3패), 에코(1승1패), 라이즈(1승1패), 신드라(1승1패), 오른(1승), 빅토르(2패), 아지르(1패), 다이애나(1패) 등 8개의 챔피언을 사용했던 김재연은 AP 챔피언을 선호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번 스프링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팀들의 미드 라이너는 오른과 세트 등 톱 라이너와 교환해서 사용하는 양상을 자주 보이고 있다. 즉 AP 대미지를 주는 챔피언 뿐만 아니라 탱커이자 이니시에이터 역할까지 해낼 수 있는 챔피언도 잘 다뤄야 한다는 뜻이다. 오른으로 1승을 가져간 적이 있는 김재연이 다양한 스타일의 플레이를 해줘야만 박우태에게 주어진 부담을 덜면서 샌드박스의 플레이가 살아날 수 있다.
상체가 강하고 하체가 약한 역삼각형 구도의 몸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허리다. 허리가 받쳐 준다면 하체 강화를 통해 균형 잡힌 몸매로 돌아올 수 있지만 허리가 무너진다면 과도한 상체는 오히려 부담이 되면서 전체적인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선택이 필요한 시기
샌드박스는 1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젠지 e스포츠와의 대결에서 특이한 엔트리를 내놓았다. 톱 라이너로 '론리' 한규준을, 미드 라이너로 '페이트' 유수혁을, 하단 듀오로 문검수, 조재읍 조합을 출전시켰다. 주전급 선수로는 정글러 김장겸만을 내세우면서 나머지 선수들을 대거 교체했다.
결과적으로는 젠지에게 0대2로 패했지만 1세트에서 샌드박스의 독특한 조합은 경쟁력을 보여줬다. 젠지를 상대로 47분 동안 경기를 펼쳤고 28킬을 내주긴 했지만 18킬을 가져오면서 후반까지 팽팽한 양상을 만들어냈다. 경험을 조금만 더 쌓는다면 가능성이 있음을 증명했다.
2승7패로 1라운드를 마친 샌드박스는 포스트 시즌 진출 가능성을 갖고 있다. 기존 선수들의 경쟁력을 제고해서 확실하게 5명 체제를 구축한 뒤 2라운드에 나설지, 1라운드와 같이 신인들의 경험치를 끌어 올리기 위한 교체 투입을 이어갈지 선택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