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스코어 1대1에서 소라카와 올라프, 유미를 가져간 한화생명은 유미가 올라프 위에 올라타고 소라카가 계속 회복시켜주면서 T1 선수들을 연달아 잡아내면서 11킬을 달성하는 등 화끈한 경기를 보여준 것.
1라운드에서 한화생명이 보여준 임팩트 있는 경기력은 T1과의 대결이 끝이었다. 시즌 초반에는 다른 팀들이 쓰지 않는 챔피언을 사용하려는 노력이 이어졌지만 승리로 귀결되지 못했고 다른 팀과 비슷한 밴픽으로는 승리를 따내지 못하면서 3승6패, 세트 득실 -6에 그치면서 7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끝나지 않은 원거리 딜러 실험
한화생명은 KeSPA컵에서 '라바' 김태훈을 원거리 딜러로 기용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김태훈은 2019 시즌 LCK에서 '템트' 강명구와 함께 미드 라이너로 경쟁했기에 원거리 딜러로 기용됐을 때 G2 e스포츠의 용병술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김태훈에게는 '코리안 퍽즈' 혹은 '코리안 캡스'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LCK가 개막되기 전까지도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김태훈이 원거리 딜러 자리를 맡고 강명구가 붙박이 미드 라이너가 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한화생명 코칭 스태프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 넘는 선택을 했다. 로스터에 서포터로 등록됐던 '비스타' 오효성을 원거리 딜러로 기용한 것.
한두 경기 실험해보고 김태훈이나 '제니트' 전태권을 내세울 것이라고 보였지만 한화생명은 오효성에게 계속 기회를 줬고 오효성은 1라운드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오효성은 아펠리오스로 3승2패, 미스 포츈으로 2승6패, 이즈리얼로 1승1패, 세나로 1승, 소라카로 1패, 자야로 2패를 기록했다.
정통 원거리 딜러 출신이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효성의 성적이 나쁘지는 않다고 볼 수 있지만 1라운드 중후반부터는 라인전에서 우위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한화생명은 김태훈과 전태권에게도 기회를 줬다. 김태훈은 2월 22일 그리핀과의 대결에서 1, 2세트에 출전했고 두 세트 모두 이즈리얼로 플레이했다. 1세트에서 5킬 1데스 5어시스트를 가져갔지만 2세트에서는 1킬 1데스 2어시스트에 그쳤고 3세트에 오효성으로 교체됐다. 전태권은 2월 27일 담원 게이밍과의 대결에서 1세트에 나섰고 바루스로 플레이했지만 5데스 3어시스트에 그치면서 2세트에서는 교체됐다.
◆창의력도 좋지만…
한화생명이 T1과의 경기에서 올라프와 유미, 소라카를 조합시킨 플레이는 대박을 터뜨렸지만 이후에 진행된 창의적인 시도들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아프리카와의 3세트에서 사용한 톱 퀸이나 드래곤X와의 1세트에서 보여준 톱 트린다미어 등은 팀이 패하면서 선택의 이유를 입증하지 못했다.
한화생명의 창의적인 밴픽은 대부분 톱 라이너 '큐베' 이성진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홀로 라인에 서는 톱 라이너가 특이한 챔피언을 선택하고도 잘 버텨낸다면 위력이 증폭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가 이를 노리고 초반부터 집중 공략한다면 중후반까지 성장하기가 쉽지 않다.
1라운드 중반 이후 여러 팀들은 서포터를 활용한 창의적인 밴픽을 시도하고 있다. 원거리 딜러로 자주 등장하는 세나가 단식 메타를 활용했을 때 서포터가 미니언을 가져가면서 중후반에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전략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 톱 라이너에게 특이한 챔피언을 맡겨왔던 한화생명은 2라운드에서는 두 명이 라인에 서는 하단에서 변수를 만드는 것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끈기 부족도 해결 과제
3승6패의 한화생명은 샌드박스 게이밍, APK 프린스, 그리핀보다 1승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세트 득실에서 큰 차이를 벌리지 못했다. 심지어 2승7패인 샌드박스 게이밍과는 세트 득실이 같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한화생명이 0대2로 패한 횟수가 하위권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6패를 당하는 과정에서 한화생명은 네 번이나 0대2로 완패했다. 드래곤X, 젠지 e스포츠, kt 롤스터, APK 프린스 등 네 경기에서 0대2로 패했다. 이는 영봉패를 5번 당한 APK 프린스보다는 적지만 그리핀과는 타이이며 3번의 샌드박스 게이밍보다는 많다.
특히 한화생명은 1라운드 막바지에 치른 kt전과 APK전에서 모두 완패를 당하면서 페이스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이길 때 어렵게 이기고 질 때 쉽게 지는 패턴은 세트 득실까지 따지면서 순위를 정하는 시스템에서 가장 좋지 않은 흐름이다.
한화생명은 2라운드에서 체질 개선을 통해 정반대의 흐름을 만들어내야만 포스트 시즌 진출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