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 나가본 경험이 있는 선수가 다수 포함되어 있고 메이저 대회에서 뛴 경험도 적지 않은 선수들에게 발전을 요구한다는 점은 맞지 않는 듯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강 감독은 "나이가 많든 적든 선수로 활동하는 동안에는 어제의 기량 혹은 팀워크보다 오늘이 더 발전되어야 한다라는 마음을 선수들이 갖길 원한다"라면서 지도 방침을 설명했다.
kt는 LCK 2020 스프링 1라운드에서 강 감독의 방침을 너무나 강렬하게 보여줬다. 5연패로 시작하면서 극도로 미약했지만 4연승으로 마무리하면서 창대하게 마쳤다. 아직 스프링의 절반 밖에 지나지 않았기에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매 경기 발전해야 한다는 감독의 방침은 완벽하게 따르고 있다.
◆뒷심 부족의 절정이었던 5연패
kt는 스프링 시즌 시작부터 뒷심 부족을 드러냈다. 젠지 e스포츠와의 팀 개막전에서 1세트를 승리한 kt는 대어를 잡아내는 듯했지만 2, 3세트를 연달아 패했다. 젠지가 '반지 원정대'라고 불릴 정도로 탄탄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팀이었지만 kt의 1세트와 2, 3세트 경기력은 완전히 다른 팀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드래곤X와의 두 번째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드래곤X가 톱 라이너 '도란' 최현준이 징계를 받아 출전하지 못하면서 LCK에 처음 출전하는 '쿼드' 송수형이 미드 라이너로 나서야 하는 상황을 맞았기에 kt로서는 수월하게 풀어가야 하는 경기였다. 1세트에서 이서행이 르블랑으로 펄펄 날며 승리했던 kt는 2세트에서 2킬 밖에 내지 못하며 무너졌고 3세트에서도 초반에 무너지면서 승패패로 패했다.
두 경기 연속 승패패를 당한 kt는 전열을 가다듬을 새도 없이 무너져 내렸다. 새로운 라인업으로 치른 이동 통신사 맞대결에서 T1에게 완패했고 담원 게이밍에게도 0대2로 패한 kt는 4연패를 당하고 있던 APK 프린스와의 '멸망전'에서도 0대2로 패했다. 이번 시즌 가장 긴 연패인 5연패의 수렁에 빠졌을 뿐만 아니라 세트 득실에 있어서도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아프리카를 딛고 일어서다
kt의 반전 드라마는 2월 23일 아프리카 프릭스와의 대결부터 쓰여지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아프리카의 승리가 당연한 싸움이었다. 드래곤X에게 일격을 당하긴 했지만 아프리카는 당시 4승1패로 1위 싸움에 한 발 걸치고 있던 상황이기에 kt와는 절대적인 실력 차이가 있다고 분석할 수밖에 없었다.
kt는 아프리카가 심리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용했다. 1세트에서 아프리카가 '에이밍' 김하람의 아펠리오스를 풀어주자 곧바로 가져갔고 노틸러스와 블리츠 크랭크 등 변수를 만들기 좋은 챔피언을 챙기면서 1세트를 따냈다. 2세트에서 패하긴 했지만 3세트에서 아프리카가 '플라이' 송용준에게 소라카를 쥐어주면서 상단으로 올려 보내자 '레이' 전지원의 세트가 솔로킬을 따내면서 성장을 저지시키며 승리했다.
3주차까지 최대의 이변이라고 평가됐던 아프리카전 승리를 따낸 kt는 4주차에서 하위권에 랭크된 샌드박스 게이밍을 2대1로 꺾었고 한화생명e스포츠에 이어 그리핀까지 제압하면서 4연승을 내달렸다. 5연패 뒤 4연승을 이어간 kt는 불과 2주 만에 최하위에서 6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고참의 각성이 만들어낸 반전
5연패에서 4연승으로 반등을 이뤄내는 과정에서 선수 개개인과 코칭 스태프 모두 고생했지만 강 감독은 고참 선수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칭찬했다. 연패를 당하면서 자괴감이 들 수도 있었지만 누구보다 먼저 나와 훈련했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으면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고. 특히 경기력이 좋지 않다고 혹평을 받았던 '투신' 박종익이 새로운 전략을 익히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높이 평가했다.
4주차 한화생명e스포츠와의 대결에서 세나가 풀리자 박종익에게 볼리베어를 안기면서 화끈하게 성장한 뒤 팀을 승리로 이끌어 보라는 미션을 줬을 때 박종익이 불안함을 표하면서도 믿음에 부응한 결과를 만들어내면서 시즌 첫 2대0 승리를 만들어냈다.
강 감독은 "'1대0으로 이기고 있으니 마음 편하게 연습 때처럼 해도 된다'라고 주문했지만 너무나 잘해줬고 그 경기를 통해 팀 경기력이 전체적으로 올라왔다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4연승을 달리고 있는 kt는 2라운드 첫 경기를 APK 프린스와, 두 번째 경기를 샌드박스 게이밍과 치른다. 지금의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6연승까지도 가능하기에 2라운드 최대의 변수로 떠오를 수도 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