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 1라운드에서 담원은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4승5패, 5위로 마무리했다. LCK에서 세 시즌을 치른 담원이 한 라운드에서 5할 승률을 내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9년 스프링 1라운드에서 5승4패를 기록한 담원은 2라운드에서 6승3패를 보태면서 5위로 마무리했고 서머 1라운드에서 7승2패를 기록한 담원은 2라운드를 6승3패를 가져가면서 정규 시즌을 2위로 마친 바 있다.
◆'너구리'가 잘해야 이겼다
담원의 이번 시즌 승리 공식은 '장하권이 잘하면 이긴다'이다. 굳이 담원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톱 라이너가 초반부터 성장하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팀들이 수월하게 승리를 가져간다. 하지만 담원은 장하권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이번 스프링에서 세트 기준으로 10승12패를 기록한 담원은 10번의 MVP 중 6번을 장하권이 가져갔다. 다른 선수들 중에 MVP를 수상한 선수는 미드 라이너 '쇼메이커' 허수가 3번, 원거리 딜러 '뉴클리어' 신정현이 1번이다. 지난 스프링과 서머에서 3명이 톱 10에 오르면서 균형 잡힌 모습을 보여줬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2019년부터 장하권이 돋보인 실력을 발휘했기에 올해 스프링에서도 각 팀들은 담원을 상대할 때 상단을 집중 공략했다. 그 결과 장하권은 한 세트당 평균적으로 3.18번 죽었고 이 수치는 APK 프린스 '익수' 전익수의 3.5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집중 공격을 받으면서도 장하권은 놀라운 복구력을 보여주면서 팀을 끌고 갔다. 세트당 2.95킬을 만들어낸 장하권은 10개 팀의 톱 라이너들 중에 가장 많은 세트당 킬을 기록했다. 장하권의 회복력을 단적으로 보여준 경기는 한화생명과의 3세트다. 이렐리아를 가져간 장하권은 초반에 4번이나 잡히면서 도저히 살아날 수 없을 것 같았지만 교전이 일어날 때마다 멀티킬을 쓸어담더니 KDA를 복구하기 시작했고 10킬 4데스 2어시스트로 경기를 마쳤고 담원에게 승리를 선사했다.
◆판독기는 이제 그만
스프링 1라운드에서 보여준 행보는 LCK의 순위 판독기나 다름 없었다. 1라운드 최종 순위와 담원이 이기고 진 팀을 보면 순위표와 양상이 매우 비슷하다.
개막전이었던 T1과의 대결에서 1대2로 패한 담원은 APK 프린스를 2대0으로 가볍게 잡아냈고 젠지 e스포츠에게는 0대2로 패했으며 kt 롤스터를 2대0으로 잡아냈다. 3주차에서는 그리핀을 2대1로 꺾었지만 샌드박스 게이밍에게 0대2로 패했고 4주차에서는 한화생명e스포츠를 2대1로 잡아냈지만 아프리카 프릭스에게 1대2로 패했고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드래곤X에게 0대2로 지면서 5할 승률을 맞추지 못했다.
담원보다 순위표가 높은 팀에게는 모두 패했고 순위표가 낮은 팀들 중에서는 샌드박스만 빼고 다 이겼다.
역대로 순위 판독기라는 평가를 받은 팀들은 5위 안에는 들었지만 포스트 시즌에서는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기보다 순위가 높은 팀들만 만나기 때문이다. 창단 첫 LCK 결승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담원은 판독기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해야 한다.
◆'쇼메이커'-'캐니언'의 '케미' 살아나야
담원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미드 라이너 '쇼메이커' 허수의 분발이 절실하다. 허수는 스프링 시즌 내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식전을 치르면 연습할 때보다 경기력이 나오지 않아서 고민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컨디션이 나쁘지는 않지만 경기에 들어가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허수는 소위 2년차 징크스라고 불리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CK에 입성한 첫 해에는 견제를 받지 않으면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지만 2년차가 되면서 전력 분석이 이뤄지고 집중 공략의 대상이 되면서 기량이 나오지 않거나 성적이 하락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 시즌은 미드 라이너와 정글러의 호흡이 잘 맞아 들어가는 팀이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허수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정글러 '캐니언' 김건부의 도움도 필요하는 뜻이다. 작년 LCK 서머에서 김건부는 2라운드에 돌입하자 MVP 포인트를 휩쓸면서 MVP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번 시즌 MVP 포인트를 하나도 얻지 못한 김건부가 허수와 함께 부활해야만 장하권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담원이 판독기를 넘어 진정한 상위권에 안착할 수 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