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개막 첫 경기부터 아프리카는 빼어난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리핀을 상대한 아프리카는 2대0으로 깔끔하게 승리를 따냈고 이어진 한화생명e스포츠, APK 프린스와의 대결에서도 2대1로 이기면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잘 나가던 아프리카는 2월 15일 드래곤X에게 1대2로 패하면서 덜미를 잡혔고 23일에는 당시 5연패를 달리면서 최하위에 랭크됐던 kt에게 1대2로 패하며 충격에 빠졌고 바로 다음 경기였던 젠지 e스포츠와의 경기에서도 1대2로 무너지면서 스프링 첫 연패를 당했다. 4승3패로 5할 승률로 수렴될 가능성을 내비쳤던 아프리카는 1라운드 막바지에 담원 게이밍과 T1을 연이어 꺾으면서 6승3패, 세트 득실 +4로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1위인 젠지와는 두 경기 차이가 나지만 드래곤X나 T1과는 한 경기 밖에 격차가 벌어지지 않기 때문에 상위권 싸움에 명함을 걸어둔 상태다.
◆자리 잡아 가는 플래툰 시스템
아프리카 프릭스의 사령탑인 최연성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기 위해 치열하게 내부 경쟁을 펼치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선수를 내보내겠다"라며 경쟁 체제를 구축할 것이고 이를 통과한 선수는 누구든 공식전에 출전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아프리카는 스프링에 플래툰 시스템을 통과한 선수들을 실제로 내보냈다.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10명의 선수 가운데 '기인' 김기인과 경쟁하고 있는 '훈' 이장훈을 제외한 9명의 선수들이 LCK 스프링에 출전했다.
스프링 1라운드에서 아프리카의 주전 라인업은 김기인, '스피릿' 이다윤, '플라이' 송용준, '미스틱' 진성준, '젤리' 손호경이지만 정글러 '드레드' 이진혁과 미드 라이너 '올인' 김태양은 주전 못지 않게 많은 출전 기회를 받았고 실제로 성적도 좋았다. 김태양은 조커 카드로 출전해 3승1패로 제 몫을 해냈고 이진혁은 승과 패를 오가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1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T1과의 대결에서 팀이 1세트에서 패한 뒤에 출전, 엘리스와 리 신으로 MVP급 활약을 펼쳤다.
이진혁과 김태양 이외에도 '더블에스' 서진솔이 2번, '벤' 남동현이 1번 출전 기회를 얻으면서 아프리카는 LCK에 참가한 10개 팀 가운데 샌드박스 게이밍과 함께 가장 많은 인원을 출전시킨 팀으로 기록됐다.
◆'플라이'와 '미스틱'이 보여준 고참의 품격
요즘에 유행하는 단어 중에 '짬바'라는 말이 있다. 짬에서 나온 바이브라는 뜻인데 한 가지 일을 오래 했기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노하우를 말한다. 2020 시즌 아프리카에 합류한 '플라이' 송용준과 '미스틱' 진성준은 '짬바'의 진수를 선보이고 있다.
송용준과 진성준 모두 LCK에서 형제팀 시스템이 가동될 때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2015년 단일팀 체제로 바뀌었으니 햇수로 5년 넘게 선수로 뛰었다는 뜻이다. 둘다 북미와 중국 등 외국팀에서 상당해 오래 뛰었고 자발적인 의지로 한국팀으로 돌아오면서 팀 적응 능력에 대해서는 두 말할 것이 없을 정도로 녹아들어갔다.
실력에 있어서도 20대 초반 선수들에 뒤처지지 않았다. 송용준은 오른으로 4승1패를 거두면서 '미드 오른'의 선봉장과 같은 역할을 해냈고 판테온으로 과감하고 포탑 다이브를 시도하는 화끈한 모습도 보여줬다. 아지르, 신드라 등 전형적인 미드 AP 챔피언으로는 승리를 따내지 못했지만 팀이 원하는 스타일의 챔피언을 들고 나와 제 역할을 해냈다.
진성준은 9개의 챔피언을 사용하며 다른 팀의 원거리 딜러 선수들보다 넓은 챔피언 폭을 자랑했다. 이번 시즌 LCK에서 거의 등장하지 않았던 케이틀린으로 3승1패를 거뒀고 애쉬로도 2승1패로 좋은 성과를 냈다. 진성준은 초반 라인전에서 우위를 점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폭발력을 발휘하면서 뒷심이 좋다는 평을 듣고 있다.
송용준과 진성준이 허리와 하체에서 든든하게 버텨주면서 아프리카는 2019년 지적됐던 김기인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나 높다는 평가에서 벗어났다. 상대팀이 김기인을 집중 공략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송용준과 진성준이 성장하면서 새로운 변수를 만들어내고 있다. 송용준과 진성준이 제 몫을 해내면서 핵심 선수들을 다변화시킨 아프리카는 공략하기 어려운 팀이 되어가고 있다.
◆풀세트 8번은 아쉬움 남아
올 시즌 아프리카는 이기든 지든 풀세트를 치렀다. 팀 개막전이었던 그리핀과의 경기에서 2대0으로 승리한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경기를 3세트까지 치렀다. 8번의 풀세트를 치르다 보니 아프리카는 승패승, 승패패, 패승패, 패승승 등 나올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보여줬다.
아프리카가 풀세트를 자주 치른 이유는 다양한 선수들을 기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세트에 주전을 내세워서 승리할 경우 2세트에서는 다른 선수들을 내보내서 패하자 다시 주전들로 교체한다든지, 거꾸로 뛰지 못했던 선수들을 1세트에 내세웠지만 패하자 2세트에 주전을 기용하면서 3세트로 끌고 가기도 했다.
아프리카가 6승3패를 기록했지만 세트 득실이 +4에 머무르는 것도 풀세트 접전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길 때 2대0으로 크게 이기고 질 때 1대2로 패했다면 +9까지도 기록할 수 있었지만 이길 때 시원하게 이기지 못했기에 승수에 비해 세트 득실이 좋다고 할 수 없다.
여러 선수들에게 경험을 제공하고 희비를 맛보여줄 수 있는 기회는 정규 시즌 뿐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포스트 시즌에 나설 수 있는 진정한 주전을 가리는 것이 아프리카 코칭 스태프의 의도라면 1라운드에 치른 8번의 풀세트는 선수들에게 최고의 배양지일 수 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오류 수정했습니다.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