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신종 바이러스는 21세기에도 꾸준히 출현했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부터 2013년 살인진드기,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2015년 메르스까지. 하지만 코로나19는 전례 없이 평범한 일상부터 정치, 경제, 문화, 관광, 제조, 무역, 종교, 교육 나아가 스포츠 영역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주면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코로나19를 세계적인 유행병, 즉 팬데믹(pandemic)이라 선언하면서, 안타깝게도 우리의 사회적 재앙(social catastrophe)은 계속 진행 중이다.
◆스포츠에도 타격 입힌 코로나19 쇼크
스포츠계도 코로나19 쇼크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와 경북지역에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자 외국인 선수들은 우리나라를 급히 떠났다. 하지만 지금은 귀국을 하고 싶어도 하늘 길이 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코로나 19 확산이 심각해지면서 국내 프로축구와 프로야구도 개막을 잠정 연기했다. 시즌 중이던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는 정규 시즌 순위를 최종 순위로 확정하면서 시즌을 접었다. 결국 무관중 경기를 강행하던 일부 대회들도 취소됐다.
외국 역시 우리와 형편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한 번도 중단 된 적이 없다는 이탈리아 프로 축구 대회부터, 영국 프리미어리그, 윔블던(Wimbledon) 테니스 대회, 브리티시 오픈(The Open) 그리고 글로벌 대회 정도의 관심을 갖고 있는 미국의 야구(MLB), 농구(NBA), 미식축구(NFL) 경기가 개막을 연기하거나 취소되고 있다. 무엇보다 국제올림픽위원회와 일본이 줄다리기를 했지만 올 여름 열릴 예정이었던 도쿄 올림픽마저 내년으로 미뤄졌다.
◆e스포츠가 보여준 가능성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예상치 못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바로 e스포츠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이다. 사실 e스포츠계도 봄철 대회 개막을 미루거나 리그를 중단하고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르는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감염병 확산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네트워크와 디지털 전자 장비 조건이 필수인 e스포츠는 현재 온라인으로 경기들을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월 관중 없이 경기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막을 올린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은 온라인으로 경기를 치르는 것으로 시스템을 전환하면서 대회를 이어가고 있다.
팬들과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3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프로게임단들은 비대면 소통 방식을 구상해냈다. 최근 e스포츠 선수들은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플랫폼에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토크와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온라인에서 팬 미팅을 열면서 접촉 채널의 다양성도 높였다. 또한 생방송으로 경기장 밖의 일상을 보여주거나 일상을 전달하는 브이로그(Vlog)를 촬영해 업로드하는 등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방법도 찾고 있다.
게다가 국내 명문 게임단 T1의 '페이커' 이상혁과 e스포츠 1세대를 대표하는 전 프로게이머 임요환이 참여한 릴레이 스트리밍은 코로나19 기부금도 마련했고 올해부터 홈 스탠드 방식을 도입한 오버워치 리그에 참가한 서울 다이너스티는 게임 내 스킨 수익 전액을 기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밖에도 e스포츠계엔 코로나19 예방에 동참하기 위해 다양한 온라인 캠페인과 새로운 대회 운영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디지털 디바이스에 익숙한 e스포츠 세대의 응원과 참여는 힘든 스포츠계에 희망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 상당히 고무적이다.
물론 비대면, 무관중 경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예측할 수 없는 모든 순간을 현장에서 느끼고 체험하기 위해 팬들은 경기장을 찾는데, 기약 없이 경기장을 갈 수 없게 된 이 상황이 야속하다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시국은 e스포츠의 가능성을 재조명해주고 있다. 즉 현재는 e스포츠 선수들이 각 지역을 돌며 경기를 진행 할 수 없고 열렬히 응원하는 관중 없이 경기를 해야 하지만, e스포츠 선수들은 적어도 경기 중단 혹은 무기한 연장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언제 종식될지 모를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e스포츠의 무한한 잠재력을 보여줄 수 있어 한편으론 기회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이후가 더 중요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생각해본다면 우리 사회가 e스포츠의 미래를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가 무엇인지 더욱 분명해진다. 우선 기술 부분이다. 이미 대회 운영진들의 오랜 고민이겠지만 핑(Ping) 같은 기술적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고화질의 5G 선택 화면 경기 중계, 관람객들과의 온라인 실시간 소통과 상품 소비 연결 등 이상적인(ideal) e스포츠 복합단지(complex)를 현실화시킬 기술이 필요하다. 여기엔 정부와 산업계의 지원이 필요하고 학계의 적극적인 R&D도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e스포츠는 특성상 최첨단의 IT기술과 빠르게 융합하고 있어, 현재의 기술적 제도적 한계를 극복할 중장기 진흥 정책을 수립한 후 접근해야 한다.
둘째는 e스포츠 선수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부분이다. e스포츠선수들은 대중과의 온라인 소통을 중요시 하며 1인 방송도 활발히 하는데, 팬의 입장에선 상당히 반길 일이다. 선수도 부가 수익을 창출하는 차원에서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선수들의 매체 노출은 미디어 교육과 훈련도 필요하다. 또한 선수들의 사생활(privacy)이 보장되지 못한다면 육체적·정신적 휴식이 필요한 선수들에게는 경기 외적인 것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결국엔 이러한 상황이 경기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선수가 훈련에 집중해야 시합에서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고 경기의 질도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때문에 e스포츠 선수의 인권과 현실의 요구는 최대한 신중하게 검토되고 시행되어야 한다.
셋째는 온라인 경기 안에서 페어 플레이, 즉 공정한 경쟁이 보장될 수 있는 환경과 규정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실질적인 논의가 시급하다. 이것은 향후 다양한 e스포츠 종목과 리그가 성장하는데 가장 중요한 원칙을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기술, 정책, 사회, 문화 분야의 전문가들이 의제의 중요성에 먼저 공감한 뒤 치열하게 토론하고 정보를 공유해가면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 밖에도 고려해야할 이슈가 많지만 e스포츠의 미래 발전 방향을 고민하고자 만든 정책 테이블에는 훌륭한 스포츠 정신이 결국엔 승리한다는 불변의 가치를 지켜줄 각오와 책임감을 가진 분들이 더 많이 동참할 수 있길 바란다.
*본 기고는 데일리e스포츠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