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스포츠 학계에서 ‘체육이냐, 운동이냐, 스포츠냐’로 많은 논란을 빚었다. 아직까지도 여론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아 체육과 운동, 그리고 스포츠를 혼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회, 체육단체, 교육 기관 등에서 필요에 따라 같은 의미를 다르게 쓰고 있다.
체육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일본 식민 시절부터였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체육이라는 말이 딱 두 번 나온다. 순종실록에만 이 말이 등장한다. 1919년 8월2일 '조선체육협회에 일금 150원을 하사하였다. 시민 체육 발달을 위해 새로 설치하기 때문이다‘와 1921년 5월2일 ’조선체육회에 일금 200원을 하사하였다‘는 대목이다. 1920년 조선체육회가 출범할 무렵이었으므로 체육이라는 말이 많이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순종 이전 조선 시대에는 체육이라는 의미나 개념이 없었다.
체육이라는 말이 자리를 잡은 것은 일본 메이지 시대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니시 아마네(西周) 등 개화 사상가들이 영어 ’스포츠‘를 ’체육‘으로 번역하고부터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을 거쳐 이 말이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쓰인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다.
서양에서 스포츠는 역사가 오래된 말이다. 영어 단어 ‘sport'의 어원은 고대단어 ’disport'로, 흥겹게 놀다는 의미였다. 중세 프랑스어인 ‘disporten'에서 앞부분이 떨어져 나가 ’sporten‘이 되었고, 현대 영어로 ’sport'가 됐다는게 중론이다. 지루하고 피곤한 일상에서 벗어나 기분전환을 하며 신나게 ‘논다’를 의미에서 나온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메이저 시대 ‘sport'에 해당하는 고유어가 없었던 일본의 지식인들은 교육적인 가치를 담아 ’체육‘이라는 한자어를 고안, 대체하게 됐다. 체육이란 단어는 당시 일본에서 물리적 개념인 ’운동‘과 같은 의미로 사용했는데 구한말 우리나라에 두 단어가 들어와 정착됐다.
체육과 운동, 스포츠는 시대의 변천에 따라 사용범위와 의미가 세분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우리나라는 대체적으로 1980년대 이전까지는 체육을 교육적 차원에서 학교교과 과정의 하나로 많이 사용했으며 운동은 광범위한 범위에서 스포츠와 같은 의미로 주로 썼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보다 먼저 엘리트 스포츠를 성공시킨 일본은 건강에 대한 이해를 본격적으로 하게 되면서 우리나라보다 앞서 사람이 건강을 위하여 몸을 움직이는 의미인 ‘운동’이라는 말을 체육보다는 더 광의의 개념으로 썼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체육이라는 말을 일반적으로 쓰던 1988년 서울올림픽 무렵, 체육 대신 운동이라는 말을 많이 썼다.
언어는 사회, 문화적인 의식과 변화를 반영한다. 대중들이 공감하는 쪽으로 말과 글은 변해갈 수 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스포츠가 이제는 운동의 개념을 넘어 서양의 원어적인 의미로 확장돼 가는 모습이다. 한때는 몸만 움직이는 것을 스포츠로 규정하던 때가 있었다. 몸을 움직이지 않는 바둑, 게임 등은 스포츠라는 말을 붙이는 것을 기피했다. 하지만 이제는 여가활동을 하는 대부분 활동에 스포츠라는 말을 사용한다. ‘댄스 스포츠’, ‘e-sport' 등으로 스포츠의 의미가 확장됐다 .어차피 스포츠가 커뮤니티의 소통수단으로 만들어진 만큼 시대적 변천에 따라 그 말의 쓰임새는 점차 폭넓게 적용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