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나 선수들의 예측은 반으로 갈린다. 항상 결승전을 앞두고 한쪽으로 승부가 기울었던 것에 비해 이번 대진은 유독 팽팽한 접전이 예상된다. 상대전적, 맵 데이터, 상대 종족전 승률 등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두 선수 가운데 누가 더 우승 가능성이 높을지 예상해봤다.
◆상대종족전 데이터...김명운 판정승
승부예측을 진행할 때 가장 먼저 살펴보는 것은 상대 종족전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실 종족 상성으로 볼 때 저그는 테란에게 약하다. 따라서 저그에게 '테란전 스페셜리스트'라는 타이틀이 붙는 것은 무척 어렵다.
과연 저그가 '테란전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려면 어느 정도의 승률을 기록해야 가능한 것일까? 통상적으로는 저그가 테란을 상대로 60% 승률이 넘으면 테란에게 강한 저그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명운은 현재 ASL에서 50%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기에 테란전 스페셜리스트 정도라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김명운에게는 4강에서 최고의 테란인 이영호를 잡아냈다는, 승률을 뛰어 넘는 경험이 존재한다. 이는 김명운을 상대하는 어떤 테란도 무시할 수 없는 데이터일 것이다. 아마도 이재호 역시 이를 당연히 경계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재호의 ASL 저그전 승률은 55%로 김명운의 테란전 승률보다 5% 높다. 하지만 종족 상성이 있기에 5% 높은 것만으로는 저그에게 강한 테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승률은 다소 높을지라도 상대적인 평가로 본다면 김명운과 큰 차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김명운의 테란전 승률에는 최강 테란이라 불리는 이영호와의 경기가 녹여져 있다. 이에 비해 이재호는 신예라 불리는 저그 박상현과 4강에서 경기를 치르고 결승전에 올라왔다. 상대했던 저그와 테란 선수들의 '급'이 다르기에 상대종전만 놓고 봤을 때는 김명운의 판정승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상대전적...이재호 미세한 우위
두 선수가 현역 시절 처음으로 맞붙었던 것은 2009년 1월 위너스리그 08-09시즌이었다. '데스티네이션'에서 맞붙은 두 선수는 난타전 끝에 이재호가 승리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보였다. 이후 2009년 프로리그에서도 이재호는 '배틀로얄'에서 승리를 가져가며 김명운전 2연승을 이어갔다.
김명운의 반격이 시작된 것은 2009년 11월이었다. 김명운은 프로리그 09-10에서 독특한 컨셉의 맵이었던 '용오름'에서 승리를 가져갔고 1년 후인 2010년 11월 '이카루스'에서 또다시 만나 상대전적을 2대2로 맞췄다. 한달 후 다시 만난 두 선수는 진검 승부를 펼쳤고 결국 이재호가 최종 승리를 가져가며 상대전적에서 우위를 점했다.
이재호가 상대전적에서 앞서긴 하지만 겨우 1승 차이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상대전적이라는 것은 그 선수와 다시 만났을 때 사전에 기싸움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 때문에 이재호가 약간의 우위에서 경기를 풀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맵별 전적..초반 김명운 유리, 후반 이재호 판전승
이번 결승전에서는 호라이즌달기지, 네오실피드, 히치하이커, 매치포인트 이너코븐 에스컬레이드, 폴리포이드 등 총 7개의 맵이 쓰인다. 두 선수가 각 맵에서 상대종족전 성적이 어땠는지를 확인해 본다면 각 맵별로 승리자를 예측하기 쉽다.
두 선수의 맞대결에서는 운명의 장난처럼 맵 순서가 짜여졌다. 초반에는 김명운이 유리한 전장들로 꾸려진 반면 4세트 이후에는 이재호에게 더 웃어주는 상황이다.
우선 가장 중요한 1세트 맵인 호라이즌 달기지는 김명운에게 웃어준다. 김명운은 테란을 상대로 1승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반면 이재호는 이 맵에서 저그를 상대한 경험이 없다. 게다가 김명운은 이 맵에서의 1승이 이영호를 상대로 거둔 것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2세트에서 쓰이는 네오 실피드 역시 김명운의 판정승이다. 김명운은 이 맵에서 테란을 상대로 2승, 이재호는 승리 없이 2패를 기록한 바 있다. 김명운은 이 맵에서 이영호에게 1승2패로 밀려 있는 상황에서 승리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던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1, 2세트에서 김명운이 모두 맵 기억이 좋은 상황인데다 3세트에 쓰이는 히치하이커 역시 김명운에게 더 좋은 전장이다. 이재호는 저그전 기록이 전무한 반면 김명운은 이영호와의 5세트 대결에 쓰였던 맵이었고 승리를 경험했기에 기분 좋은 전장이다.
만약 김명운이 승리하려면 1, 2, 3세트를 모두 따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4, 5, 6, 7세트에서는 모든 데이터가 이재호에게 웃어주기 때문이다. 이재호는 매치 포인트에서 저그전 1승, 김명운은 테란전에서 2패만을 기록하고 있다. 매치포인트는 전통적으로 테란이 강했기에 이재호가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5세트에 쓰이는 이너코븐은 김명운은 테란전 1패. 이재호는 맵에서 저그를 만난 경험이 없다. 그러나 이재호는 이 맵에서 패가 없기에 김명운보다는 자신감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6세트 에스컬레이드에서 김명운은 테란전 경험이 없는 반면 이재호는 저그를 상대로 1승을 기록했다. 마지막 폴리포이드 역시 김명운은 테란을 상대로 1패만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이재호의 경우 저그를 상대로 1승을 거뒀기에 이재호에게 웃어준다.
맵별 전적으로 봤을 때는 너무나 명확하다. 경기가 4대1로 끝이 난다면 김명운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지만 6세트 이상 진행될 경우에는 이재호가 유리하다. 경기가 초반에 끝나느냐, 후반에 끝나느냐에 따라 승부가 완벽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로 본 승부예측...이재호 미세하게 유리
각종 데이터를 봤을 때는 미세하게 이재호가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종족전에서 김명운이 판전승이었지만 상대전적과 맵에서 모두 이재호에게 약간 웃어주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차이가 워낙 미세했기에 전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데이터만 봤을 때도 치열한 승부가 예상되는 ASL 결승전에서 과연 누가 우승을 차지하게 될지 지켜보는 것을 흥미로울 것으로 보인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