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컨텐더스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고 있다. 2018년 전 경기 오프라인으로 출발했던 컨텐더스는 온라인 경기로, 또 4강 및 결승전 한정 중계로 규모가 축소됐다. 프릭업 스튜디오에서 팬들이 피나는 티켓팅을 벌여야 했던 추억도 옛말이다. 중계방송의 시청자 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여러 팀과 선수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며 오버워치를 떠났다. 아카데미 팀들의 연이은 해체는 무너지는 컨텐더스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며 오버워치 e스포츠의 내일에 대한 걱정을 증폭시켰다.
◆줄 잇는 아카데미 팀 해체, 흔들리는 컨텐더스
아카데미 팀들의 이탈은 컨텐더스의 균열을 드러냈다. 2018년 휴스턴 아웃로즈의 아카데미 팀 GG e스포츠 아카데미가 가장 먼저 성적 부진으로 해체를 발표했고 2019년에는 샌프란시스코 쇼크의 NRG e스포츠, 플로리다 메이헴의 메이헴 아카데미, 뉴욕 엑셀시어의 XL2 아카데미와 LA 글래디에이터즈의 글래디에이터즈 리전이 차례로 해체 혹은 대회 불참을 선언했다.
2020년의 출발도 삐걱거렸다. 청두 헌터즈와 광저우 차지는 각각 중국 컨텐더스의 LGE.휴야, T1W.GZA와 파트너십을 종료하며 아카데미 운영을 포기했다. 충격적인 일들은 그 뒤로도 이어졌다. 준수한 성적을 내고 선수들을 리그로 승격시키며 모범적인 아카데미 팀의 행보를 걸어가던 애틀랜타 아카데미가 시즌 도중 운영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여기에 지난 6일에는 토론토 디파이언트 산하의 몬트리올 리벨리온까지 해체를 발표하며 위기감은 더욱 고조됐다. 파리 이터널의 이터널 아카데미는 26일 활동을 재개한 지 한 시즌도 되지 않아 다시금 해체를 발표했고 28일에는 초대 에이펙스 우승팀 엔비어스부터 이어진 댈러스 퓨얼의 엔비까지 컨텐더스를 떠났다.
몬트리올 리벨리온의 어시스턴트 매니저/분석가 'Tanizhq' 타니슈크 사바르왈은 자신의 SNS를 통해 강도 높은 비판을 전했다. "오버워치 티어2 대회는 완전히 죽었다"고 입을 연 타니슈크 사바르왈은 "오버액티브 미디어(토론토의 모기업)와 토론토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을 탓할 수도 없다. 컨텐더스 방송에서 최대 천 명의 시청자를 모으는 것은 어떤 수준의 투자도 할 가치가 없기 때문"이라고 컨텐더스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드러냈다.
리그 팀들이 연이어 산하 아카데미 팀을 해체하는 것은 아카데미 제도에 명분도 실리도 부족했음을 드러냈다. 아카데미 팀 운영에 강제성이 없는 상황에서 아카데미 팀이 주는 실제적인 이득도 크지 않았던 것이다. 해외 해설자들이 지적하기도 했듯 한국인 선수 대한 리그의 수요가 압도적인 상황에서 해외 팀들은 많은 선수를 리그로 올려 보내지 못했고 선수 팀의 수익 대부분을 선수 이적료가 차지해 비용을 투자하며 아카데미 팀을 운영하는 것은 불필요한 지출로 받아들여졌다.
이와 함께 2019년 컨텐더스에 도입된 지역 록은 한국인 유망주를 미리 팀에 합류시킬 수 있다는 강점까지 줄였다. 지역 유망주들을 발굴해 아카데미 팀을 꾸리고 후일 이들을 리그로 올려 보내는 구조는 이상적이었지만 지나치게 이상적이었다. 각 지역마다 오버워치에 대한 관심도나 실력 편차가 큰 실정에서 이런 이상론은 효력이 없었다. 필라델피아 퓨전의 아카데미 팀인 퓨전 유니버시티는 지역 록이 도입되자 한국 컨텐더스로 활동 무대를 옮기는 등 강경 대응하며 이 사실을 방증했다.
현재 오버워치 리그에 참여하는 20개 팀 중 아카데미 팀을 유지하는 팀은 총 6팀으로 반도 넘지 않는다. 그나마도 가장 많은 리그 팀들이 있는 북미 지역에는 보스턴 업라이징의 업라이징 아카데미 한 팀만이 남아있는 실정이다.
◆컨텐더스 엑소더스
팀의 존폐 위기는 비단 아카데미 팀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이미 리그로 진출할 확률이 낮은 호주, 태평양 지역이나 남미 지역의 경우 우승팀의 해체도 낯설지 않은 상황이었고 2020년을 전후로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도 여러 팀들이 해체 또는 활동 중단을 발표했다. 앞서 기술한 아카데미 팀들을 비롯해 로우키 e스포츠, 기간티, LGD 게이밍 등 지역 컨텐더스에서 성과를 냈던 팀들에게도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17일 해체를 발표한 클락워크 벤데타는 SNS를 통해 솔직하게 자신들이 처한 상황과 컨텐더스의 그림자를 전했다. 클락워크 벤데타는 "발로란트의 출시와 함께 우리는 오랫동안 함께해온 로스터의 대다수를 잃었고, 주로 금전적인 보상이 거의 없이 선수를 뽑고 팀의 시너지를 발전시켜야 했던 코치진과 매니저의 희생으로 이뤄진 몇 달간의 일들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클락워크 벤데타는 "결과가 유망해보이지만 팀이 의도한 대로 일을 해나갈 로스터와 투자가 부족하다"고 밝히며 "사람들이 오버워치를 떠나는 현재 상태 또한 함께 일할 자격을 갖춘 선수들을 찾는 것을 무척 어렵게 만들었고 미래의 불확실함이 팀을 해체하고 앞으로의 경쟁에서 물러나게 이끌었다"고 해체 배경을 전했다. 클락워크 벤데타는 유럽 컨텐더스에서 2주차 동안 플레이오프 30점을 얻어 7위를 기록했다.
팀의 해체로 FA 신분이 된 많은 선수들은 그대로 오버워치 프로게이머 은퇴를 발표하며 선수 수급 문제를 악화시켰다. 1세대 선수들의 은퇴와 함께 애틀랜타 아카데미 소속이었던 'Sugarfree' 캄덴 히자다의 은퇴 소식은 시사한 바가 크다. 캄덴 히자다는 주목받는 2004년생으로 나이만 되면 곧바로 리그에서 데려갈 거라 평가받은 유망주 딜러였지만 애틀랜타 아카데미의 활동 중단 발표 후 뒤이어 은퇴를 발표하며 흔들리는 컨텐더스의 상황을 여실히 드러냈다.
선수 수급의 어려움은 많은 컨텐더스 팀들이 겪고 있는 문제다. 이미 오버워치 리그 출범 때부터 오버워치 이용자 수의 감소로 인한 유망주의 부재는 주요한 문제점 중 하나였다. 최근 컨텐더스를 보더라도 GC 부산 웨이브가 보여줬던 오픈 디비전 신화, 특급 신예의 등장은 먼말이 됐다. 그나마 국내 팀들은 타 지역에 비해 아마추어 선수층이 있지만 게임 자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상황에서 지속적인 유망주의 등장은 어려운 일이다.
◆중계 없는 대회, 변별력 부족한 제도
컨텐더스 코리아는 다른 지역 컨텐더스에 비해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2019 쇼다운과 건틀렛에서 증명했듯이 가장 실력 있는 선수들이 모이는 대회일 뿐 아니라 가장 많은 선수들을 리그로 승격시켜 리그 팀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지역이다. 또 독자적인 스토리를 보유한 인기 팀들이 있어 지속적인 선수들의 이탈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응원을 이어가는 팬들이 많다.
하지만 이번 시즌 컨텐더스 코리아는 이전 시즌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졌다. 유튜브로 중계 플랫폼을 옮기며 가뜩이나 트위치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진 와중에 관심을 촉구하기에는 중계가 없다. 방송을 통해 볼 수 있는 경기는 5주간의 4강 경기와 결승전, 그리고 정규시즌을 마치고 진행되는 시즌 플레이오프가 전부다.
지난 시즌보다 중계하는 경기 수 자체는 늘었다는 반박도 있지만 전반적인 경기 수가 증가한 상황에서 단순 비교는 의미가 없다. 각 대회 간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위해 오픈 디비전-트라이얼-컨텐더스로 연결되는 대회 구조를 만들었지만 팬들이 볼 수 있는 경기는 컨텐더스 경기 몇 경기로 한정되는 것이다.
2018시즌 이후 오랜만에 오프라인 경기가 진행되지만 4강에 오르지 못하는 팀들은 경기를 보여줄 기회조차 잃었고 이런 현상은 자연히 컨텐더스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이어졌다. 오히려 오픈 디비전 경기의 경우 플레이오프를 모두 볼 수 있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블리자드와 SBS-아프리카TV가 e스포츠 계약을 맺으며 중계가 확대될 가능성도 생겼지만 아직까지 관련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많은 컨텐더스 팀 관계자들은 줄어든 중계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 관계자는 "팬들은 퀄리티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온라인 중계라도 원할 텐데 그것마저 안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현재 상황을 평가하며 "컨텐더스의 목적이 선수의 기량을 알려 리그에서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인데 노출이 안 되면 그게 어려워지니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팀 관계자 역시 "중계가 줄어들어 팬들도 아쉬워하고 선수들도 많이 아쉬워하고 있다"며 "프로게이머는 자기의 플레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게 당연한데 그럴 기회가 적다보니 의욕을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중계 문제를 꼬집었다. 관계자는 이어 "힘든 상황에서도 컨텐더스가 유지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더 중계가 많아지고 더불어 오프라인도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고 현 컨텐더스의 개선점을 제압했다.
중계 축소와 함께 싱글 엘리미네이션 토너먼트 방식과 영웅 로테이션 제도가 겹쳐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문제점도 발생했다. 오버워치 리그는 정규 시즌에 로테이션이 도입돼 경기수로 변수를 줄일 수 있지만 매주 토너먼트를 치르는 컨텐더스에서는 로테이션의 영향력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지난 2주 동안의 컨텐더스 코리아를 봐도 4강에 오른 팀이 모두 바뀌는 등 컨텐더스에는 절대강자가 없는 기묘한 구조가 형성됐다.
모든 지역 컨텐더스에서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점이지만 현재 오버워치 리그의 가장 큰 유망주풀인 컨텐더스 코리아가 여러 긍정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흔들린다는 점은 오버워치 e스포츠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든다.
◆오버워치 e스포츠에 치명타 날린 코로나19-발로란트
흔들리는 오버워치 e스포츠는 외부의 악재에도 휘말렸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19(이하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위협하는 가운데 오버워치 리그 최초의 홈스탠드가 연이어 파행을 맞았고 컨텐더스 코리아는 1년여만의 오프라인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져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뿐 아니라 팬들의 관심을 모을만한 다양한 행사들이 코로나19의 여파로 취소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리그의 경우 전 세계 팀들이 대결을 펼치는 독특함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으며 수차례 일정이 조정되고 연기되며 피로감을 높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버워치 리그의 차별점이자 강점으로 평가됐던 홈스탠드가 다른 e스포츠와는 달리 유독 코로나19의 위협에 더욱 흔들리도록 한 것이다.
라이엇 게임즈의 신작 FPS인 발로란트의 출시도 오버워치에게는 위기다. 팀이 해체된 후 많은 팀 관계자들과 선수들이 직접적으로 발로란트로 넘어간다고 밝히며 오버워치 은퇴를 선언했다. 게임 자체의 차이점은 차치하고 FPS 게임이라는 특성상 이용자가 겹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오버워치에 피로감과 회의감을 느끼는 선수들에게 좋은 대안이 된 것이다.
컨텐더스 대회 규모는 해마다 축소되고 있고 이제는 그 존폐를 걱정해야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적은 관심과 지원을 받으며 불투명한 리그 행의 가능성만을 바라봐야 했던 선수들이 이미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를 안정적으로 구축한 라이엇에 믿음과 기대를 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한 컨텐더스 팀 관계자는 현재 오버워치 선수층에 대해 "이제 진짜 아마추어 풀밖에 남지 않았다"며 "아마 내년 시즌부터 컨텐더스는 많은 팀들이 연습생으로 팀을 채울 것"이라 전망했다. 이미 오버워치라는 게임의 전성기는 지났다. LoL처럼 끊임없이 프로게이머를 지향하는 전도유망한 이용자들이 나오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대회에 대한 정비가 없다면 갈수록 커져가는 다른 e스포츠에 인재를 빼앗기게 되고 선수가 공급되지 않는다면 최상위 대회인 오버워치 리그 역시 유지될 수 없다.
김현유 기자 hyou0611@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