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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컨텐더스에 봄날은 올까

[기자석] 컨텐더스에 봄날은 올까
4월은 잔인한 계절이라고 했던가. 따뜻해진 날씨에 코로나19의 여파도 잠시 잊고 봄 기분을 만끽하는 4월, 오버워치 리그가 슬슬 불이 붙은 순위 싸움과 신규 토너먼트 발표로 들뜬 4월은 오버워치 컨텐더스 팀과 선수들에게는 차갑기만 한 잔인한 계절이다. 4월 한 달 동안 각 지역 컨텐더스에서 5개 팀이 해체 또는 활동 중단을 발표했다. 더 슬픈 것은 5월이 되기 전에 더 많은 팀들이 이 '해체' 명단에 이름을 올릴지 모른다는 것이다.

컨텐더스는 구태여 다 꼽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명백하게 오버워치 리그에서 뛸 재능 있는 선수들을 찾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대회라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아카데미 팀을 제외하고는 상위 리그와 하위 리그의 긴밀한 관계조차 없다는 점, 그 아카데미 팀들이 줄줄이 해산을 발표하고 있다는 점, 오버워치 게임 자체가 하향세를 맞았다는 점, 어느 때보다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지금 모든 경기가 중계조차 되고 있지 않다는 점…….

이 모든 문제점과 함께 컨텐더스는 3년여의 시간 동안 착실히 자신의 설 자리를 갉아먹었다. 위기는 숱하게 이어졌으나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나 시도는 턱없이 부족했다. 게임의 위상이 흔들릴 때 이용자들에게 귀 기울이지 않았고 컨텐더스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할 때도 리그에 집중했다. 지금 현상으로 드러난 컨텐더스 팀, 선수의 연이은 이탈은 꾹꾹 눌러 담았던 모든 문제점들이 튀어나온 것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개선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컨텐더스의 근본적인 문제를 덮기에는 부족하거나 방향이 잘못됐다. 안타깝게도, 블리자드는 지속적으로 컨텐더스의 규모를 줄여왔고 2019년 모든 지역 대회를 온라인으로 전환한 것은 나름대로 활발하던 한국 컨텐더스 커뮤니티의 열기마저도 식게 만들었다. 건틀렛과 쇼다운은 최고의 컨텐더스 팀을 가리기 위해 화려하게 막을 올렸지만 건틀렛 준우승을 차지한 애틀랜타 아카데미는 3월 무대에서 내려가며 그 모든 것들이 '의미 없다'고 선언했다.

컨텐더스의 위기는 컨텐더스만 위협하는 것이 아니다. 오버워치 리그는 블리자드가 말한 '프로로 가는 길'이라는 오버워치 e스포츠 생태계의 최상위에 위치해있으며 이 생태계의 모양이가 피라미드든 사슬이든 어느 하나가 빠져서는 제대로 굴러가지 못한다. 컨텐더스에 대한 투자는 곧 오버워치 리그를 향한 투자로 직결된다. 컨텐더스가 알아서 리그로 좋은 선수를 올려 보내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컨텐더스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관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일단 가장 기본적으로 중계가 필요하다. 선수들의 기량이, 노력의 결과물이, 치열한 승부를 누군가에게 보일 기회가 있어야 한다. 세 번의 시즌동안 꾸준히 리그로 양질의 선수들을 떠나보낸 컨텐더스가 바짝 마른 선수 풀에서 팀을 꾸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면 최소한 이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는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이뿐 아니다. 중계는 정말 기초적인 생명 유지 장치이고 컨텐더스에는 더 대대적이고 적극적인 심폐 소생술이 이뤄져야 한다. 컨텐더스에 귀를 기울이고 비판과 비난을 수용하고, 선수를 리그 팀에 팔지 못하면 팀의 존속조차 힘든 괴상한 구조를 뜯어 고쳐야 한다.

이번 시즌 많은 팀들이 공개적으로, 또 비공개적으로 컨텐더스에 대해 얼마나 많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표했나.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컨텐더스를 떠나며 컨텐더스의 불투명한 미래를 증명했나. 이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없다면 그 목소리들도, 이 글도 그저 컨텐더스의 마지막을 슬퍼하는 힘없는 만가에 불과할 것이다.

김현유 기자 hyou0611@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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