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축구공이 하늘로 떠올랐다. 그 때 사람들은 관중석이 꽉 차 있는 것을 보았다. 고독하게 시인은 골대 앞에 서 있었고, 그러나 심판은 호각을 불었다: 오프사이드’.
오프사이드를 시적으로 잘 표현했다. 낭만적인 한 문장으로 축약해서 오프사이드 조건을 보여주었다.고독하게 서 있는 시인의 위치가 바로 반칙인 오프사이드에 해당한다
국제축구협회(FIFA) 규정에 따르면 공을 가진 선수가 상대 진영에 있는 공보다 앞서있는 플레이에 관여한 공격자에게 패스하는 순간 공을 받을 선수 앞에 상대 선수가 2명 미만으로 있으면 오프사이드가 선언된다. 패스를 할 의도가 없더라도 수비 보다 상대 골문쪽으로 깊이 들어가 있으면 공을 받는 순간 오프사이드가 적용된다.
오프사이드는 중요 국제대회에서 잦은 시비를 불러 일으키는 ‘찻잔 속의 폭풍’같은 규정이다. 만약 골을 넣었어도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면 무효골로 선언된다. 반대로 제대로 판정했으면 오프사이드인데 골로 판정되는 경우도 있다. 오프사이드와 관련된 일화는 그동안 차고 넘친다.
축구 해설가로 이름을 날렸던 신문선 명지대 교수가 2006년 독일 월드컵때 오프사이드 발언으로 심한 곤욕을 치러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과 스위스 G조 예선 3차전에서 당시 SBS 해설을 맡았던 신문선 교수는 스위스의 두 번째 골에 대해 오프사이드가 아니라고 말을 해 여론의 집중적인 난타를 당했다. 당시 상황을 복기해보면 좀 더 오프사이드 규정을 알 수 있다. 한국이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 32분 스위스의 미드필더 사비에 마르제라즈가 오른쪽으로 찔러준 볼이 수비하던 이호의 발을 맞고 굴절해 문전으로 파고들던 알렉산더 프라이에게 굴러가 골로 연결됐다. 당시 부심이 오프사이드 깃발을 올렸지만 주심 오라시오 엘리손도(아르헨티나)는 이를 무시하고 골로 인정해 ‘오프사이드 논란’이 발생했다.
신 교수는 당시 “한국 선수들이 부심의 깃발에 플레이를 멈췄고 골이 인정되자 일제히 주심에게 달려가 항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해설자로서 냉정하게 살펴보니 오프사이드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렇게 해설한 것이다”고 말했다. 누리꾼들로부터 ‘매국노’라며 호되게 당했던 신문선 교수는 대회 기간에 소속 방송사로부터 ‘귀국조치’를 당하는 치욕적인 경험을 한 뒤 국내 최고의 축구해설가 생활을 완전히 접어야 했다. 나중에 신문선 교수의 판단이 맞았던 것으로 밝혔졌지만 이미 일은 엎어진 뒤라 원상 회복이 힘들었다.
말 많고 탈 많은 오프사이드의 유래는 골문 근처에 선수들이 롱패스만 기다리기 위해 몰려 있다가 격투를 벌이는 일이 많아 이를 봉쇄하기 위해 생겨났다고 한다. 1863년 런던에서 축구협회(FA)가 창설되고 룰을 정할 때부터 있었던 것으로, 1896년 명문화할 당시에는 "선수가 공을 찼을 때, 같은 팀 선수가 상대팀 골라인 근처에 있으면 반칙을 선언한다"는 다소 애매한 룰로 했던 게 많은 오심 논란을 빚게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어 ‘오프사이드(Off Side)'가 잘못 발음된 ’업사이드‘로 오랫동안 사용됐다. 아직도 업사이드라는 말을 쓰고 있는 이들이 많다. 오프사이드와 발음이 비슷해서도 그렇거니와 공격수가 최종 수비수를 앞서 나가는 반칙이기 때문에 "업(up)"이라는 단어가 더 그럴 듯하게 들리는 모양이다. 외국어가 국내에 들어와 외래어로 잘못 변형된 쓰이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방송 캐스터 등이 중계방송에서 많이 사용하면서 일반화된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영어식 발음대로 ‘Up side'는 공간의 위쪽이라는 말이 돼 ’오프사이드‘의 영어식 원래 표현과 의미상으로 통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업사이드‘는 영어 축구 규정에는 없는 말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