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발행한 ‘한국축구100년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초의 축구 경기규칙은 1921년 제1회 전조선 축구대회때 등장했다. 일본 아시히신문사가 발행한 운동연감에 실린 축구경기 규칙을 우리 말로 번역해 대회에 적용한 것이 축구용어의 시초라고 한다. 일본의 영향으로 일본식 축구 영어가 자리잡은 배경이다.
무심코 쓰는 축구 용어에는 일본식 영어가 상당히 많다. 축구에서 만들어진 일본식 영어 조어에는 동명사형 ‘ing'가 따라 붙는 예가 대부분이다. ’헤딩(heading)'은 머리로 공을 부딪혀 패스나 골을 넣는 기술이다. 원어는 ‘헤더(header)'이다. 헤더가 헤딩이 된 것은 센터링(크로스), 핸드링(핸드볼)의 경우처럼 단어에 ’ing'가 조합된 것과 같다. 공을 발이나 무릎, 가슴, 어깨, 머리 등을 이용해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계속 튕기는 것을 ‘볼 리프팅(ball lifting)’이라고 한다. 공을 들어 올린다는 일본식 조어이다. ‘키피 업(keepy-up)’이 정확한 표현이다.
축구 포지션 임무와 명칭에도 많은 잘못된 말이 사용된다. 1970년대 이회택, 차범근 등 골을 잘 넣는 골잡이들을 ‘골게터(goal getter)'로 불렀다. 단어를 조합해 만든 전형적인 조어 형태인데 영어 표현은 ’스트라이커(striker)' , 'attacker'로 쓰는 게 맞다. '사이드 어태커(side attacker)'도 마찬가지다. 측면 터치라인 인근에서 공격하는 선수를 뜻하는 말인데 역시 일본식 조어이다. 포지션에 따라 '윙백(wingback)', '미드필더(midfielder)', '윙어(winger)'이 적합한 영어 표현이다.
한때 기자도 경기 혹은 공격을 풀어나가는 최순호 같은 선수를 ‘게임메이커(game maker)'라고 기사로 쓴 적이 있다. 이 표현은 거의 오역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는 ’플레이메이커(play maker)'라 쓰며, '공격형 미드필더(attacking midfielder)'라고도 부른다. ‘원톱(one top)', '투톱(two top)'이라는 용어도 전방 공격수롤 일본식으로 ’톱‘이라는 표현으로 쓴 것인데, ’스트라이커‘ 또는 ’포워드‘라고 써야 맞다.
경기 종료가 된 이후 남은 시간 경기를 갖는다는 표현인 ‘루즈 타임(lose time)' 혹은 ’루스 타임(loss time)'은 영어에서는 ‘인저리 타임(injury time)', '애디드 타임(added time)'라고 쓴다. 몸 동작을 비틀어 찬다는 ’오버헤드킥(overhead kick)'은 한동안 국내 언론에서 잘못 사용됐는데 이제는 영어식 표현대로 ‘시저스 킥(scissors kick)', '바이시클 킥(bicycle kick)'이라고 고쳐 사용하고 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있다. 축구의 참 맛을 즐기려면 기본적인 규칙과 용어에 충실하며 필요에 따라선 우리 문화에 맞는 용어 선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