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은 ‘사다리전법’이라는 특이한 전법을 구사해 세계축구계를 경악케했다. 공중볼을 잡으려는 상대 공격수 한 명을 놓고 시간차를 두고 세 명의 수비수가 같이 밀어 올리며 마크하는 방식이다. 마치 럭비에서 스로인 공격과 유사한 모양새이다. 북한의 사다리전법은 사진 1장으로 남아있다. 수년 전 북한 소식을 전문적으로 한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스튜디오에서 북한 축구의 사다리전법을 출연진들이 어설픈 동작으로 재현하기도 했다.
사다리전법은 당시 신장이 큰 유럽선수들과 맞서기 위해 나란히 서서 뒤에서 허리를 잡아 더 높이 올리는 북한 선수들의 모습이 마치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것 같이 보여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북한은 체격이 좋은 이탈리아 선수들을 상대로 수비전술에서 사다리전법을 활용해 공격을 막아내고 박두익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해 아시아 국가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8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원래 사다리 전법은 북한이 했던 그런 전술이 아니다. 본래는 일자 공격, 일자 수비로 2열 횡대로 펼치는 전술을 말한다. 즉 골키퍼를 뺀 10명의 선수를 공격수 5명, 수비수 5명으로 나눠 5-5, 4-6 포메이션처럼 미드필더없이 공격수와 수비수만 두는 형태이다. 공격수는 공격만 하고, 수비수는 수비만하는 극단적인 전술이다. 이 전술이 성공하려면 빠른 발과 강인한 체력이 요구되는데, 당시 북한은 박두익을 비롯한 발 빠른 선수들을 공격 전면에 내세우고 수비수가 공을 공격 전면에 차 주면 재빨리 상대 수비벽을 허물고 골문을 두드렸다. 이 방법이 주효했던 게 이탈리아전이었다. 사다리전법은 전술 라인을 두 개만 두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한 방법이다. 공간전술이 크게 발달한 현대 축구에서는 이런 형태를 구사하는 팀들은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마치 은유적 표현처럼 보이는 사다리전법이란 말이 나오게 된 것은 고대 전쟁의 군사용어에서 유래됐다. 공성전을 할 때 후방에서 화살이나 돌을 날려 상대 수비군을 흐트려 놓는 사이 공격부대가 사다리를 타고 성벽을 타 넘어가는 것을 사다리전법이라 불렀다. 이는 군사적 전술의 방법이었다. 축구에서는 기본적인 전술 형태를 공격, 수비로 나눠 2개 전선을 구축하며 플레이를 할 때 사다리전법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사진상으로 남아있는 북한이 했던 것과는 다른 전술이다.
북한이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했던 전법이 사다리전법이라고 불리게 된 것은 공교롭게도 시각적으로 마치 북한 수비수 여러 명이 서로를 밀어주며 공중에 떠오른 모양을 보고 하나의 전술로 표현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도 많은 축구팬들은 1966년 북한축구와 사다리전법을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기억으로 갖고 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사다리 전법에 대해 FIFA의 룰 개정으로 반칙이 되었다는 등의 말이 있다. 하지만 이는 북한 선수들의 사진을 사다리전법으로 잘못 알고 나온 정보이다. FIFA는 이런 플레이에 대해 제재하거나 반칙으로 명시한 바가 없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