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는 ‘가릴 선(選)’과 ‘손 수(手)’자가 합친 말이다. 사람을 뽑는다는 ‘선’ 자를 쓴 것은 이해가 가는데 ‘수’가 들어간 이유가 궁금하다. ‘손 수’자는 원래 어떤 일을 능숙하게 하거나 버릇으로 자주 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목수, 가수, 운전수 등이 직업 뒤에 ‘수’자가 붙어 있는 이유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노는 이를 말하는 ‘백수(白手)’에도 ‘수’자가 들어 있다. 이는 원래 ‘백수건달(白手乾達)’에서 나온 말이다. ‘백수’는 하얀 손을 말하지만 아무런 능력이나 재주, 실력이 없는 사람을 붙여서 ‘백수건달’이라고 부른다.
이들 직업 이름에 ‘손 수’가 들어간 것은 주로 손으로 일을 하거나 작업을 하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으로 노래를 부르는 가수에 ‘손 수’를 쓴 것은 다소 예외적이지만 몸을 쓴다는 의미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회사를 다니는 사람을 ‘회사원’에 '수효 원(員)‘, 병을 치료하는 사람인 ‘의사’에 ‘스승 사(師)’, 판검사, 교사에 ‘선비 사(士)’를 쓰는 것과 대비된다. 모두 일본에서 만들어진 용어들인데 운동과 관련된 사람에게 ‘손 수’를 사용한 것은 몸을 움직인다는 의미에서 착상된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고대로부터 일본, 한국, 중국 등 동양에서는 몸을 사용하는 것을 별로 가치있게 여기지 않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정신, 머리, 마음을 앞세운 동양의 관념론이 물질, 몸, 육체를 바탕으로 실질을 중시하는 서양의 유물론을 무시했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개화기 일본의 지식인들은 운동을 다소 불순한 외래 문화로 여기고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몸을 쓰는 직업에 들어가는 ‘손 수’자를 써 주류 직업군과는 구별했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선수라는 말은 일제시대에 들어왔다. 그 이전에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해보면 ‘선수’라는 말이 딱 1번 나온다. 순종 16년(1923년) 5월21일, “옥돌장(玉突場)에 나아가 당구 선수(撞毬選手) 모리자키 쿠라지로〔森崎庫次郞〕 등의 당구(撞毬)를 관람하였다. 그리고 술과 안주 비용으로 일금 55원(圓)과 물품을 차등 있게 내려주었다”며 순종이 당구 경기를 직접 관람했다는 내용이다. 일제시대 순종 때 등장했던 것이다.
스포츠에서 ‘수’자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종목이 야구이다. 투수, 포수, 내야수, 외야수 등 포지션에 ‘수’가 들어가 있다. 손으로 잡는다는 의미에서 '수'자를 특히 많이 사용한다. 야구는 볼을 손으로 잡고 때리는 운동이니까 그럴만도 하다. 하지만 특정 포지션 마다 모두 ‘수’자를 쓴 것은 다른 운동과 차별화하는데 의미를 두려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일본에서 야구가 일찍이 대중들의 인기를 누렸던 것은 ‘수’자가 많이 들어가 많은 공감을 얻으며 관심을 끌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보통 우리나라 중계방송에선 ‘선수’라는 말을 이름 뒤에 많이 사용한다. 인기 스포츠 종목 중계를 보면 선수의 이름만을 사용하면 예의를 갖추지 않은 것으로 여긴 때문인듯 ‘ooo 선수’라고 소개한다. 신문 등 활자매체에서는 선수라는 말을 쓰지 않고 그대로 이름 석자만을 사용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보통 일반인들이 운동 관련 글을 쓰면 ‘ooo 선수’라고 대부분 쓰는데 이는 중계방송의 영향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 등 서양 언론에서는 선수 이름만을 그냥 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