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많은 곳 중에서 유독 왜 텍사스를 유년 시절 호연지기를 키우는 장소로 보았을까. 텍사스는 미국 대륙에서 가장 큰 주로 건조한 평지가 많고 모래폭풍이 많이 불며 사막 등 험한 지역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인구 구성도 다양해 멕시코 계가 5분의 1을 차지하고 인디언과 그 혈통을 가진 주민이 많다. 미국 최대의 유전지대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목화 생산지로 유명해 정유및 농산물 생산량이 미국 전체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면장을 하려면 논두렁의 정기라도 받아야 한다’는 우리나라 말이 있듯이 텍사스에서 험한 풍토적 기질과 다양한 문화를 겪으며 자라난 이들이 인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악당들을 물리치는 스토리를 주로 내세운 서부영화의 무대가 텍사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것도 지역적인 특수성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텍사스주 출신으로 아이젠하워, 존슨, 부시 부자 등 4명의 대통령을 배출된 것도 결코 우연만은 아니다.
야구에는 ‘텍사스 안타(Texas hit)’라는 용어가 있다. 안타는 다른 지역에서도 수도 없이 나왔을텐테 하필이면 텍사스라는 지역이름이 들어간 게 이채롭다. 텍사스 안타는 미국 프로야구 초창기인 1889년 텍사스리그의 휴스턴 팀에서 인터내셔널리그의 톨레도 팀으로 소속팀을 옮긴 아트 선데이(Art Sunday)가 연속해서 빗맞은 안타를 터뜨리자 톨레도 지역신문에서 "또 하나의 텍사스리그안타(Texas league hit)가 터졌다"는 제목을 달아 기사화하면서 유행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텍사스 출신이 내야수를 넘어가는 빗맞은 타구를 때렸다는 의미였다. 이 말은 사막같이 투박하고 거친 이미지의 텍사스 출신이 어설픈 안타를 쳤으니 기이하게 생각해 착상한 것이 아닌가 싶다. 장쾌한 홈런이나 쭉 뻗어나가는 장타를 치지 않고 행운의 안타를 날리는 모습이 영 아니다 싶어서 붙였던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 안타는 영어표현으로 ‘텍사스리그싱글(Texas-league-single)’, ‘텍사스리거(Texas leaguer)’, ‘텍사스리거스히트(Texas leaguer’s hit)‘라고도 불린다.
우리말로는 속칭 ‘바가지 안타’라고 한다. 빗 맞아 포물선으로 날아가는 모양이 마치 바가지 같다고 해서 붙여진 말이다. 국내 언론에서는 텍사스 안타보다 바가지 안타라는 말을 자주 쓴다. 모 스포츠 신문 보도의 예이다. “잘 맞아서 안타가 되면 더없이 좋겠지만 ‘바가지 안타’나 빗맞은 안타가 나와 2안타 이상을 치더라도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텍사스 안타든 바가지 안타도 엄밀히 따지고 보면 실력에서 나온 것이다. 제대로 맞지 않는 타구가 내야수와 외야수 사이에 떨어지는 안타가 되었을 때, 보통 ‘투수에게는 불운’이고 ‘타자에게는 행운’이라고 말을 하곤한다. 기록상으로도 잘 맞은 안타나 빗맞은 안타나 똑같은 안타이다. 하지만 텍사스 안타라도 치지 못하는 타자에게서는 전혀 나올 수 없다. 텍사스 안타는 노린다고 해서 칠 수 있는 건 아니다. 텍사스 안타는 사실 힘이 없는 타자보다는 강타자에게서 자주 볼 수 있다. 따라서 텍사스 안타도 실력에 속한다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운이 좋아 성공했더라도 그것도 실력이 될 수 있으니까.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