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류현진은 왼손투수, 사우스포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00507064943069915e8e94108722362188154.jpg&nmt=27)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왼손으로 볼을 던진다.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타자들이 최고의 투수로 꼽고 있는 KIA 타이거즈 양현종도 왼손을 쓴다. 보통 투수는 오른쪽 손으로 던지는 이들이 많다. 상대적으로 왼손을 쓰는 선수들은 적다. 그래서 왼손투수는 희소성이 높다. 왼손투수를 가리키는 말로 ‘사우스포(southpaw)'라는 영어도 자주 쓴다. 사우스포는 남쪽을 뜻하는 사우스(south)와 손을 가리키는 단어인 포(paw)의 합성어이다. 엉뚱하게도 왼쪽이 아닌 남쪽이라는 말이 붙었다. 왜 그랬을까.
사우스포 어원에는 야구장의 비밀이 숨어 있다. 경기장의 지리적 연관성과 관련이 깊다. 미국유산영어사전(American Heritage Dictionary of the English Language Diction)은 사우스포라는 단어가 '오후의 태양을 피하기 위해 타자를 동쪽으로 향한 채 다이아몬드를 배열하는 야구의 관행'에서 유래했다는 통설을 인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꼭 야간 조명탑이 설치된 이후에는 경기장이 이런 원칙으로 지어지지는 않았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AT&T파크는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해 남동쪽을 바라보도록 설계가 되어있으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펫코 파크는 북쪽, 미네소트 트윈스의 타겟 필드는 동쪽을 바라보고 있다. 태양의 방향과 큰 상관이 없는 개폐식 돔구장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체이스 필드 정북을, 밀워키 브루어스의 밀러 파크는 남동쪽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구장이 동북쪽을 바라보는 건 사실이다.
한국이나 일본의 경우는 대부분의 구장이 남쪽 혹은 남동쪽을 바라보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 이러한 현상은 남향을 선호하는 주택건설의 영향인지 아니면 ‘북(北)’이라는 한자가 패배(敗北)를 의미하는 한자라서 북향으로 건축물을 짓는 것을 피하려는 미신 때문인지는 불명확하다. 2016년 기준 한국에서 북쪽을 바라보도록 지은 경기장은 목동야구장과 대구시민운동장,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 구장 등이다.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의 수석 큐레이터인 톰 쉬버에 따르면 사우스포에 대한 최초의 언급은 1858년 뉴욕 아틀라스지에 실렸으나 투수가 아닌 왼손 1루수에 관한 것이었다. 왼손잡이를 뜻하는 말은 1880년대 시카고의 스포츠 기자인 찰리 시모어가 지리적 연관성과 관련을 짓고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복싱에서 나왔다는 말도 있다. 뉴욕 헤럴드는 1860년 맨몸 복싱 경기를 보도하면서 왼손잡이 데이비드 우즈가 9라운드에서 "상대의 턱 밑에 사우스포를 꽂아 팬케이크처럼 납작하게 눕혔다"고 보도했다. 앞서 1848년 한 정치만화는 휘그 부통령 후보와 13대 미국대통령 밀러드 필모어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 루이스 캐스의 왼손에 주먹으로 맞고 땅바닥에 쓰러져 "사우스포를 꺾어!"라고 한탄하는 장면을 그렸다. 필모어측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왼손을 사우스포라고 불렀다는 얘기이다.
미국 남부의 텍사스, 애틀랜타 등의 지역에서 왼손잡이 투수가 많이 배출된 데서 비롯되었다는 설도 있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