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개인전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이재혁과 함께 가장 주목할 만한 신예로 떠오른 박도현. 스피드전 평균 순위는 높지만 위기 상황에서 자력으로 해결하는 에이스 혹은 러너로서의 모습이 더 나와야 한다는 기대감이 있고, 팬들이 원하는 폭발력이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특히 8강 막바지에 이은택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급하게 아이템전에 투입되어 큰 부담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팀 승리 후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진심으로 안도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비춰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4강부터는 상대하는 팀들의 레벨이 다릅니다.문호준 혼자서 스피드전의 모든 경기를 이끌어갈 수는 없고,아이템전은 단 한명이라도 천사,자물쇠,자석 등 중요한 아이템 사용을 실수하거나 타이밍을 놓치면 경기 자체가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따라서 한화생명에게는 앞으로 박도현의 활약이 더욱 간절해집니다.다행히 넉넉한 연습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에 박도현이 신규 트랙과 바디에 적응하고,아이템전 연습에 매진할 수 있는 여유는 충분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명경기 제조기,위기의 아프리카
유독 이번 시즌 아프리카 프릭스의 경기는 치열했습니다.강팀을 만나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약팀을 만나도 압도하는 모습을 보기는 어려웠습니다.‘아프리카 프릭스는명경기 제조기’라는 이야기가 등장할 정도였죠.스피드,아이템전 할 것 없이 선수 개개인의 피지컬은 뛰어난데,극심한 기복과 흔들리는 팀웍 때문에 번번히 위기를 맞아야만 했습니다.
스피드전에서 유영혁,전대웅은 어떤 팀에 가도 에이스 역할을 맡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들이지만,이번 시즌에는 두 선수보다 오히려 최윤서가 어떻게든 버티면서 상위권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았고,전대웅이 초반부터 치고 나가지 못하거나 집중 공격을 받게 되면 순위 유지가 어려워지는 약점이 종종 드러났습니다.유영혁마저도 아이템전 실력이 일취월장한데 반해 스피드전은 퇴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들어야 했습니다.
아프리카프릭스가앞으로 상대해야 하는 팀들의 실력은지금까지와는 다릅니다.유영혁이 조금 더 에이스로서의 책임감과 존재감을 뿜어내고,아이템전에서도 강석인 원맨팀에서 벗어나 더 짜임새 있는 팀웍을 보여줘야만 플레이오프에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거를 타선이 없다. 개인전 16강
개인전에서도 치열한 조별리그를 거쳐 16명의 선수가 생존했습니다.문호준,유영혁,전대웅 등 이미 리그의 역사가 된 선수들 뿐만 아니라 이재혁,박인수,박도현 등 이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가기 시작한 선수들도 대거 포진해 있습니다.이번 16강의 선수들 면면을 살펴보면,좋은 팀에 소속되어 꾸준한 연습량을 쌓아가고 리그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구성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한화생명에서 무려 4명,샌드박스3명,락스3명,아프리카 2명의 선수가 16강 안착에 성공했습니다.이 중 지난 시즌 개인전에 출전하지 않았던 반가운 두 명의 얼굴이 눈에 띕니다.샌드박스의 유창현,김승태 선수가 개인전에 다시 돌아왔기 때문이죠.가뜩이나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16강 멤버에 두 선수가 합류하면서,개인전은 말 그대로 ‘거를 타선이 없는’ 매치업이 완성됐습니다.
◆엇갈린 희비,승자조와 패자조
지난 시즌 준우승과 3위를 기록했던 박도현, 배성빈은승자조로 직행했습니다.문호준,박인수,유영혁,전대웅 등 결승전에 빠지면 섭섭할 만한 선수들도 안정적으로 승자전에 이름을 올렸죠.그런데 정작 지난 시즌 개인전 우승을 차지했던 이재혁이 패자조로 떨어지는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16강 1경기에서 10트랙까지 가는 접전 끝에 박인수,배성빈,김응태,유창현에 밀려 조 6위(34포인트)로 어렵게 생존하는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현재까지 가장 좋은 기록을 내고 있는 선수는 문호준과 박인수입니다.문호준은 32강 D조에서 7트랙50포인트(평균 7.14), 16강 2경기에서 9트랙56포인트(평균 6.22)를 기록했고,박인수는 32강 C조에서 9트랙 58포인트(평균 6,44), 16강 1경기에서 10트랙 53포인트(평균 5.3)의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지난 시즌 결승전의 아쉬움을 극복하기 위한 두 선수의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황인호의 입대, 그리고 마지막 꿀벌, 최민석
리그 공백기가 장기화되면서 아쉽게 시즌을 끝까지 달리지 못하는 선수가 나왔습니다.원래대로라면 시즌1종료 후인 3월 말에 입대가 예정되어 있던 황인호 선수가 예정대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게 됐기 때문입니다.이에 따라 16강 승자전은8명, 16강 패자전은 7명이 진행하게 됐습니다.입상까지는 못해도 어떻게든 살아남아 결승전 고정멤버로 활약했던 황인호이기에 팬들의 아쉬움도 더 클 것 같습니다.
팀에 소속된 선수들은 각자 팀 유니폼을 입지만,개인전만 출전하는 선수들은 지급된 유니폼을 착용합니다.이 유니폼의 패턴이 꿀벌과 비슷하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꿀벌즈’라는 애칭이 주어졌는데,원래는 황인호와최민석이 마지막 꿀벌 생존자였습니다.이제 황인호 선수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게 되어,최민석이 최후의 꿀벌이 된 것이죠.지금까지 최민석은 개인전에서 32강 B조 3위, 16강 2경기 8위로 주목할만한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하지만 최민석에게 유리한 2가지 이점이 있습니다.
16강에 참가하는 15명의 선수 중 팀전4강 경기를 병행해야하는 선수는 무려 12명.이들 중 대다수는 개인전에 주력으로 쓰이게 될 파라곤X, 스팅레이X가 아닌 다른 카트바디를 타고 연습을 합니다.카트바디마다 트랙 공략법과 빌드,조작감 등이 미세하게 다르기 때문에 개인전에 집중할 수 있는 선수들과 팀에서도 파라곤,스팅레이를 많이 타봤던 선수들의 숙련도가 더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16강부터는 고정 1트랙이 ‘어비스 숨겨진 바닷길’에서 ‘어비스 스카이라인’으로 변경됩니다.
이 트랙의 베스트레코드는 1:24:482. 이 레코드의 주인공이 다름아닌 최민석입니다.첫 고정 트랙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으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신인 선수가 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거물급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결승에 진출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하지만 신인의 패기로 자신의 주행을 마음껏 보여주고,좋은 팀을 만나 더욱 성장하는 선수들이 점점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변경된 규정,그리고 오랜 공백기]
4강 풀리그부터는 리그 트랙과 카트바디 규정에 변경점이 생기게 됩니다.
※ 재경기트랙은 종전 1트랙에서 진행하던 것에서 랜덤으로 선정하는 것으로 변경
만약 4강 풀리그와 개인전 16강이 예정대로 진행되었다면 선수들의 연습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긴 리그의 공백기가 연습량과 경기력 측면에서는 전화위복이 됐습니다.다양한 이벤트 리그와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을 익히고, 트랙과 바디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죠.대신 휴식기가 길어진 만큼 컨디션과 집중력을 잘 관리해야 하는 숙제가 선수들에게 주어졌습니다.
세트별 고정 트랙의 변경도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전체적으로 변수가 많거나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트랙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첫 트랙부터 긴장감이 넘칠 것으로 예상되는데,특히 개인전 첫 트랙인 어비스 스카이라인은 마지막 점프대 구간의 숙련도에 따라 순위가 요동치는 트랙이어서 더욱 재미있는 그림이 나올 것 같습니다.
팀전카트바디 구성에서도 변화가 시작됐습니다.스피드전에서는 기존에도 황금기사X-백기사X-흑기사X-드래곤세이버X-스팅레이X-골든코튼X-스펙터X등 지난 시즌보다 더 많은 주력 카트바디를 선수들이 운용했는데,파라곤X가 리그에 도입되면서 조합과 전략의 다양성이 더욱 늘어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에이스가 파라곤X로 중심을 잡아주면 황금기사X, 드래곤세이버X로 러너 혹은 미들을 받쳐주고, 백기사X, 스팅레이X로 스위핑이나 순위 유지를 노리는 전략이 대세가 될 듯 합니다.또는 선수 개인의 숙련도에 따라,트랙 숙련도에 따라 깜짝 바디가 등장하는 경우도 있겠죠.
아이템전 바디 조합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각 팀들이 히든카드로 숨겨두었거나 트랙에 따라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바디는 분명히 존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황금미사일 공격과 바나나/지뢰 방어 성능이 있는 UAG-I 9가 다시 복귀하거나,얼음 폭탄/물파리 업그레이드 기능이 있는 웨이브 X 등이 깜짝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개인전 카트바디 선택도 조금은 바뀔 것으로 예상합니다.기존에는 몸싸움이 강하고 차체가 날렵한 스팅레이를 주력으로 활용하고, 트랙에 따라 다른 카트바디를 중간중간 섞어주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는데,파라곤X의 등장으로 주력 카트바디에 변화가 나타날 듯 합니다.
정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거리의 옷차림이 패딩에서 반팔로 변할 정도로 긴 시간이었습니다.아직 팬 여러분들을 경기장에서 직접 뵙지는 못하지만,방송으로나마 인사드릴 수 있어서 기쁘고 설렙니다.다시 돌아온 카트라이더 리그 많이 사랑해주시고,선수들에게도 아낌없는 응원을 부탁드리겠습니다.오랜 기다림에 대한 감사와 함께 카트팬 여러분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