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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만큼 치열했던 카트 4강, 기다렸던 팬들은 '눈 호강'

샌드박스와 명경기 끝에 4강 풀리그 1경기에서 승리를 따낸 락스.
샌드박스와 명경기 끝에 4강 풀리그 1경기에서 승리를 따낸 락스.
80일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오랜만에 재개된 카트라이더 리그는 첫 경기부터 결승전 같은 명경기가 펼쳐지며 기다린 팬들의 눈을 '호강' 시켜줬다.

샌드박스와 락스는 9일 서울 서초구 넥슨 아레나에서 열린 SKT 점프 카트라이더 리그 2020 시즌1 팀전 4강 풀리그 첫경기에서 매 세트 풀라운드까지 펼쳤고 에이스 결정전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명경기를 양산하며 팬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8강 풀리그에서 샌드박스는 무적의 존재였다. 지난 시즌 결승 상대였던 한화생명e스포츠를 개막전에서 퍼펙트에 가깝게 제압한 데 이어 유영혁이 이끄는 아프리카 프릭스까지 단숨에 잡아낸 샌드박스는 거칠 것이 없었다. 이대로 가면 이번 시즌 역시 우승은 샌드박스의 것이었다.

다소 싱겁게 팀전이 흘러가고 있을 무렵,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진 것은 락스였다. 사실 8강 풀리그에서 락스가 샌드박스를 잡을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재혁이 개인전에서 우승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팀워크가 완벽하지 않은데다 이재혁이 무너졌을 때 락스가 힘을 쓰지 못하는 장면이 자주 연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락스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샌드박스의 스피드전 12연승 기록을 무참히 깨트렸다. 이번 시즌 단 한번도 스피드전에서 라운드를 내주지 않았던 샌드박스는 락스에게 라운드를 내주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스피드전을 이기긴 했지만 풀세트 접전이었고 이재혁을 필두로 락스의 스피드전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진짜 반전은 아이템전에서 일어났다. 샌드박스는 지금까지 유창현과 김승태를 필두로 완벽한 팀워크를 과시한 아이템전을 보여줬다. 한번도 패하지 않았던 아이템전에서 샌드박스는 락스에 덜미를 잡혔다. 사상훈이 합류하며 달라진 팀워크를 보여준 락스는 그렇게 무적이던 샌드박스에게 아이템전에서 승리하며 에이스 결정전 승부를 만들었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에이스 결정전을 치르는 샌드박스. 그러나 샌드박스는 무서울 것이 없었다. 에이스 결정전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박인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이재혁이 개인전에서 우승했다 하더라도 박인수의 경험과 노련함을 견디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락스에는 박인수를 키워낸, 박인수를 너무나 잘 아는 박인재 감독이 있었다. 박인재 감독은 이재혁에게 박인수가 스스로 실수하도록 만들게끔 플레이할 수 있도록 주문했다. 결국 박인수는 에이스 결정전 첫 톱니바퀴에서 떨어지는 실수를 하며 이재혁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박인수의 첫 에이스 결정전 패배이자 샌드박스의 첫 8강전 패배였다.

두 팀은 힘들었을지 모르지만 락스와 샌드박스의 경기는 그야말로 '꿀잼(정말 재미있다는 뜻)'이었다. 두 팀의 경기를 본 팬들은 다른 팀들 경기가 싱겁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그만큼 두 팀은 사력을 다해 준비해 경기를 펼쳤고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8강 풀리그에서 일격을 당했던 샌드박스였기에 4강 풀리그 첫 경기에서 락스를 만나게 된 것은 운명이었다. 박인수나 샌드박스의 성격상 한 번 진 상대에게는 반드시 복수를 했다. 지난 시즌 4강에서 한화생명에게 패했던 샌드박스는 결승전에서 멋지게 복수하며 피날레를 장식한 바 있다.

이번 4강도 같은 결과일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박인수는 더 강해졌고 잠시 쉬는 동안 샌드박스의 팀워크는 더욱 탄탄해졌다. 샌드박스를 꺾고 물이 올랏던 락스의 기세가 리그를 쉬면서 한 풀 꺾였을 것이라 보는 전문가들도 많았다. 특히 박인수가 이를 갈고 있을 것이기에 이번 에이스 결정전에서는 박인수가 이길 것이라고 모두들 생각했다.

여기서 또 한번의 반전이 일어났다. 마치 결승전을 보는 느낌이었다. 두 팀의 경기력은 그야말로 '미쳤'었고 단 한경기도 놓칠 수 없을 정도로 명경기의 향연이었다. 스피드전과 아이템전에서 승자는 있었지만 한 끗 차이였다.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는 경기들이 이어졌다. 재미있게도 8강 풀리그 때처럼 스피드전은 샌드박스가. 아이템전은 락스가 가져가며 또다시 에이스 결정전이 펼쳐졌다.
락스 이재혁.
락스 이재혁.

그리고 또다시 박인수와 이재혁이 숙명의 맞대결을 펼쳤다. 이번에도 실수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맵이었다. 박인수는 좀더 침착할 필요가 있었다. 굳이 사고를 내지 않아도 주행만으로도 이재혁을 이길 실력이 있었던 박인수였기에 차분하게 이재혁을 상대하면 노련한 박인수가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반전은 또다시 일어났다. 8강 풀리그에서와 같은 실수였다. 박인수는 무리하게 상대에게 공격을 감행했고 이재혁은 슬쩍 피하면서 상대가 제 발어 걸어 넘어지게 만들었다. 결국 박인수는 또다시 낭떨어지로 떨어졌고 이재혁은 유유히 결승전을 통과해 또다시 팀에 승리를 안겼다.

한편의 서사와 같았던 두 팀의 맞대결. 팬들은 오랜만의 경기에 첫번째로 감동했고 명경기가 이어지는 것에 두 번째로 감동했다. 두 팀은 작정한 듯 미친 경기력을 보여줬고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승부가 펼쳐졌다.

락스가 또다시 이겼고 샌드박스는 패자가 됐다. 명경기 제조기인 두 팀이지만 항상 패자는 샌드박스다. 이쯤 되면 박인수도 샌드박스도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카트라이더 리그 최강 샌드박스에게 최대의 위기가 닥친 것이다.

팬들은 즐거웠지만 샌드박스는 어느 때보다 혹독한 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과연 이 위기를 샌드박스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으로 보인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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