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막정구시합의 상황’이라는 제목의 2단짜리 기사에서 경의선 신막철도구락부코트에서 벌어진 신막군과 남천군의 정구경기를 보도하면서 ‘관중’들을 ‘관광자’로 표현하고 인산인해를 보인 모습이라든가, 박수갈채를 벌이는 장면,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 등을 생동감있게 담아냈다. 비슷한 시기 전국 여러 지역의 축구단 창단 소식과 각 종목 후원금 명단과 구락부 창단기사 등을 자주 볼 수 있다. YMCA 구락부를 주축으로 각종 종목별 청년 체육활동이 활발했으며, 경평축구대회가 창설됐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손기정이 마라톤을 제패할 수 있었던 것은 스포츠구락부를 중심으로 꾸준히 체육활동을 했기 때문이었다.
‘구락부(俱樂部)’는 메이지 유신 시절 신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서양의 ‘클럽(club)'이라는 단어를 일본식 음차로 만든 한자어이다. ’俱樂部‘를 한 글자씩 해석해 보면 '갖출 구', '즐거울 락', '떼 부'로 '즐거움을 갖춘 곳'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일본어 발음으로 한자를 가차해서 클럽과 뜻을 맞춰 한자어로 만든 신조어이다.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해봐도 당연히 없는 한자어이다. 구락부의 영어 원어인 클럽은 스포츠 관련어로 쓰일 때는 구단 또는 팀이라는 의미로 통한다. 클럽은 기본적으로 공통된 취미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나 모임을 의미한다. 클럽은 원래 트럼프 카드 중에서는 스페이드, 하트, 다이아몬드에 이어 가장 낮은 서열의 문양을 말한다. 프랑스 등지에서는 '클로버'라고 불러 한국에서는 카드에선 클럽을 클로버라고 한다. 클럽의 어원은 곤봉으로, 중국의 놀이 지패로부터 기원했다고 한다. 곤봉은 지패의 네 가지 모양 중 하나인 동전을 묶는 줄로부터 기원했다고 한다. 일부 학설에서는 노예를 때리던 채로부터 유래되었다고 하기도 한다. 영어 클럽이 골프채 의미를 갖는 것도 곤봉과 관련이 깊다.
일찍이 산업화, 도시화에 성공한 영국에서 수많은 종류의 클럽이 생겼다. 한적한 야외에서 골프를 즐기는 장소를 ‘컨트리 클럽(country club)'이라고 부른 것도 산업혁명 직후였다. 프랑스에선 볼테르 등 계몽주의 사상가들이 클럽에 해당하는 ‘살롱’ 등에서 만나며 사상적 교유를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해방이후 구락부는 한때 스포츠 뿐 아니라 여러 사회 모임체 뿐 아니라 댄스클럽 이름으로도 많이 사용됐다. 소설가 최인훈이 1959년 첫 등단작으로 발표한 ‘그레이구락부 전말기’는 자유당 정권 말기 어둡고 답답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자유를 갈망하는 허무주의적 지식인 청년들의 비밀결사모임인 ‘그레이구락부’에 관한 이야기였다. 1950년 6.25 동란이후 미국의 풍요로운 물질문화가 유입되면서 춤을 추는 댄스홀을 ‘구락부’로 부르기도했다.
지금은 구락부 대신 클럽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모두 스포츠 모임이나 팀, 또는 음악을 듣고 춤을 추는 곳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유소년스포츠클럽과 스포츠클럽시스템 등 스포츠 용어로 쓰이는가 하면 ‘홍대 클럽’, ‘이태원 클럽’ 등 젊은이들이 춤을 추고 술을 먹는 장소를 지칭하기도 한다.
요즘 클럽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지의 온상이 됐다는 보도를 보면서 클럽이란 말이 때와 장소에 따라 의미가 많이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