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코로나19이후 세계 주요 골프대회로는 처음으로 벌어진 제42회 KLPGA 챔피언십은 선수, 대회 관계자, 기자 등 5백여명 남짓한 이들만이 참가한 가운데 무관중 경기로 열렸다. 오는 24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앤 리조트 오션코스에서 갖는 ‘현대카드 슈퍼매치 고진영 VS 박성현’ 스킨스 게임도 일반 갤러리 없이 경기가 진행된다. 갤러리 입장이 없는 골프대회는 코로나19가 낳은 새로운 풍속도이다.
골프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관중을 의미하는 단어로 ‘’갤러리(gallery)‘라는 말을 쓴다. 필자가 스포츠 기자를 막 시작할 무렵, 골프 외신을 처음 번역하면서 갤러리라는 단어를 보고 당황한 적이 있었다. ’갤러리가 무슨 뜻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다 선배에게 물어봐 관중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됐다. 골프를 처음 하거나 골프 용어를 새롭게 배우는 이들은 한번쯤 이와같은 경험을 했을 법하다.
원래 갤러리는 말 그대로 화랑 또는 미술관을 뜻한다. 영국에서는 극장의 맨 윗층 구석자리에 서서보는 공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집합 명사로는 미술관의 관객, 골프에서는 관중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그럼 골프에서 갤러리의 어원은 어떻게 유래됐는 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왜 미술관이라는 뜻이 골프에선 관중이라는 말이 됐을지 말이다. 골프에서 갤러리라는 말은 골프 대회를 보는 게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할 때 로프 바깥에서 관람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사실 미술과 골프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골프가 본격적으로 대중화하기 시작한 영국의 산업혁명 시기에 골프를 구경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귀족 스포츠’로 치부됐던 골프는 대회를 열더라도 극히 일부 선수들이 참가했으며 관중들도 거의 없었다. 드넓은 필드에서 관중의 모습은 그림 속의 한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 골프대회에서 갤러리들은 한 장소에 설치된 스탠드에서 보기도 하지만 실제 선수들이 하는 코스를 따라 다니며 경기를 관람하는 경우가 많다. 대회 주최측은 보통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관중들과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코스를 따라 로프를 설치한다. 자원봉사자들은 로프 안으로 갤러리들이 들어오지 않도록 제지하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은 마치 미술관에서 작품에 손을 대지 않도록 로프를 쳐 놓고 찬찬히 그림을 보도록 하는 것과 비슷한 광경이다. 골프장에서 관중을 보면서 미술관이 충분히 연상됐을 법하다.
사실 골프장 갤러리 문화는 미술관 정도로 엄격하게 정숙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나름대로 특색이 있다.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플레이를 할 때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갤러리가 신경을 써줘야 한다는 사실이다. 선수들이 샷을 하거나 퍼팅을 할 때는 최대한 조용히 해야 한다. 무리하게 잔디를 밟고 다니는 것도 삼가야 한다. 많은 갤러리들이 모이는 경우 가급적 경기 진행 요원들의 요청에 잘 따라주어야 하는 게 갤러리들이 지켜야 할 원칙이다.
유명 선수들은 많은 갤러리들을 몰고 다닌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출전하는 대회마다 갤러리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든다. 수년전 작고한 전설의 골퍼 아놀드 파머도 많은 갤러리들이 따라 다녀 그의 갤러리는 ‘Arnie's Army'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코로나19이후 갤러리 없는 골프대회가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빠른 시일내 골프대회가 정상화 돼 많은 갤러리가 골프장을 찾았으면 좋겠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