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홀(hole)마다 정해놓은 기준 타수를 ‘파(par)'라 하며, 기준 타수보다 하나 많은 타수로 홀에 공을 쳐 넣는 것은 ’보기(bogey)'라 한다. 파와 보기는 평균 또는 평균 이하를 쳤다는 의미이다. 기준 타수보다 하나 적으면 ‘버디(birdie)', 두 타가 적으면 ’이글(eagle)', 세 타가 적으면 ‘더블 이글’ 또는 앨버트로스(albatross)'라 말한다. 기준타수보다 잘 친 용어들은 모두 새와 인연이 있는 것은 새처럼 가볍게 날아 좋은 기록을 냈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 아닐까 싶다 . 버디는 새라는 단어 ‘버드(bird)'에서 온 것이며, 새 중의 왕인 이글은 기준 타수보다 2개 적은 것을 의미해 정착됐다고 한다.
아마도 앨버트로스를 한자말로 ‘신천옹(信天翁)’이라고 말한다는 사실은 대부분 낯설 것으로 생각한다. 신천옹이라는 말은 조선왕조실록 검색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조선시대 이후에 사용됐다는 것이다.
국어사전을 보니, 신천옹은 몸길이 90cm 가량으로 몸빛은 희고, 첫째 날개깃은 검으며 부리는 분홍색인 새이다. 몸은 크고 살이 쪘으며 편 날개의 길이가 2~3m에 이르며 일본 이즈제도(諸島)의 도리시마 섬에만 분포한다고 설명돼 있다. 신천옹은 “하늘(天)을 믿는(信) 늙은이(翁)”란 뜻이다. 왜 앨버트로스가 하늘을 믿는 늙은이라는 뜻의 신천옹이 됐을까.
여기에는 신천옹이라는 새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신천옹이라는 새의 이름은 물고기를 먹이로 하지만, 직접 잡지 않고 다른 새들이 낚아채어 가다가 떨어뜨리는 것을 먹기 위해 늙은이처럼 어정거리며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고 해서 생겼다고 한다. TV 야생동물 '동물의 왕국' 다큐멘터리에서 남극과 북극의 하늘을 나는 앨버트로스를 가끔 소개하기도 한다.
보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한 번 보면 행운을 불러 준다는 새이다. 미국의 상징새이기도 한 이글은 보통 아마추어 장타자들이 한 번씩은 낚는 경험을 한다. 하지만 앨버트로스 기회를 갖기란 좀처럼 어렵다. 아마도 이글보다 훨씬 잡기 어렵기 때문에 신비의 새로 간주되는 앨버트로스라는 이름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예전 야구선수 출신의 언론계 선배가 골드CC 내리막 파4에서 앨버트로스를 잡아 많은 이들에게 화제가 됐다. 지금도 간혹 그 선배를 보면 앨버트로스가 연상된다. 그 선배는 키가 190cm 정도로 대학 때까지 야구를 해 보통 사람들보다 비거리가 좋아 이글은 많이 잡았는데, 앨버트로스는 딱 한 번 낚았다. 앨버트로스는 장타에다 정확성, 그리고 천운까지 따라야 가능해 홀인원보다 잡기가 더 어렵다.
일본에서는 신천옹이라는 한자어를 ‘아호도리(あほうどり )’라고 부르기도 한다. ‘바보 새’라는 뜻이다. 신천옹은 암컷이 둥지에서 알을 품는 33일 동안에 수컷은 먹이를 찾기 위해 날아다니는 거리는 9,345㎞나 된다고 한다. 하지만 몸이 커서 날기 위해서는 미리 어정거리며 달려야 하는데, 이 때 사람들에게 바보처럼 쉽게 잡힌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프랑스의 19세기 대표적인 상징파 시인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는 그의 대표적 시집 ‘악의 꽃’에 수록된 ‘앨버트로스’라는 시에서 앨버트로스가 뱃사람들의 길동무처럼 무심하게 하늘을 비행하는데 뱃사람들은 앨버트로스를 보며 장난을 치고 조롱하고 모욕하는 내용을 담았다. 무기력하게 숨죽이고 있는 앨버트로스를 시인으로 비유하며 상처받은 영혼의 치료를 위해 앨버트로스를 아름다운 시어로 삼았던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