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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락스 박인재 감독이 기억하는 '황제' 문호준 이야기

[칼럼] 락스 박인재 감독이 기억하는 '황제' 문호준 이야기
안녕하세요. 카트라이더 전 프로게이머이자 지금은 락스 감독을 맡고 있는 박인재입니다. 이렇게 글로 인사를 드리게 돼 반갑습니다.

사실 글 쓰는 재주는 없지만 카트라이더 리그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문호준 선수가 개인전 은퇴를 선언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됐습니다. 우리가 많은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줬던 문호준 선수의 은퇴를, 그냥 지켜만 볼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열 다섯살에 친구들과 함께 카트라이더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카트라이더를 하는 유저들이라면 대부분 리그를 시청했을 겁니다. 저 역시 시청자로 TV속 프로게이머 문호준을 보고 그의 플레이를 동경했습니다.

열살이라는 어린 나이의 초등학생이 나와 20대 프로게이머 형들을 상대로 말도 안 되는 경기력을 선보이며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는상금으로 치킨 피자를 시켜먹겠다고 했죠. 아직도 그 결승전을 생방송으로 시청한 기억이 생생합니다. 카트라이더가 정말 인기 있던 시절이었기에 다음날 전교생이 문호준 얘기를 하곤 했습니다.​

이후 게임을 꾸준히 즐기던 저는 18살에 카트라이더 리그 선수로 데뷔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경기장 같은 트랙에서 문호준 선수와 경쟁자로 함께 경기를 했죠. TV에서만 보던 문호준 선수와 경기했던 첫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문호준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가진 선수였다는 것입니다. 연습 경기에서 만나면 해 볼만 하고 이기는 경우도 많았는데, 경기장에만 가면 완전히 180도 다른 사람이 됐던 것 같아요. 10살 때부터 시작한 프로게이머 생활이 0.1초가 승부를 좌우하는 카트라이더라는 게임에서는 정말 중요한 자산이 된 것이죠.

문호준 선수는 경기에 임하는 마인드나, 매 순간에 대한 판단력 등이 확실히 '넘사벽' 이라는 느낌이 들었죠. 그 아우라 만으로 다른 경쟁자들을 압도하기에충분했습니다. 저는 개인전 리그 시절, 결승전을 굉장히 자주 올라갔는데 제가 결승에 오를 때 마다 단 한번도 빼놓지 않고 문호준 선수가 우승했습니다.

열심히 경기를 펼치고 내 점수 쌓다가 문호준에 열광하는 관중석, 해설진의 환호 소리가 들려오고 그 분위기에 압도돼정신을 차려보면 이미 무대 위에 트로피를 들고 있는 (문)호준선수가 보였어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이후 저는 선수를 은퇴하고 군입대를 했습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카트리그에 복귀하여 새로운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카트라이더 리그에 감독으로 데뷔했고 제 2의 문호준을 꿈꾸는신인 후배들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제가 키우는 선수들이 문호준 선수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선수 시절 제가 기억하는 호준이는 모든 선수들의 동생이고 막내였는데 지금 활약하는 모든 선수들은 문호준을 ‘형’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얼마나 오랜 기간 그가 최고의 위치에 서있었는지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학생이었을 때, 선수였을때 그리고 감독이 된 지금까지도 문호준 선수는 카트라이더 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인 셈입니다.

감독이 되고 난 뒤 저는 선수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정말 자주 합니다.

“너희가 정상에 서려면 보통의 노력으로 가능하지 않아. 정말 힘들고 실패도 많을 것이고 고통스러울거야. 네삶의 모든 것을 바쳐야 정상이라는 곳에 설 수 있어.

그런데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너희가 나중에 정상에 선 이후 그 자리를 지키는 거야. 정상을 섰을 때 그 자리를 지키려면 정상에 갔을 때들인 노력보다 두 배는 더 해야 할 각오가 돼 있을 때만 가능해.

원래 내 위에 올라갈 곳이 있고 목표점이 있다는 것은 동기부여와 계속 노력할 에너지를 주지만 정상에 선 순간 모든 목표가 사라지기 때문에 안주하려 하고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워. 그래서 정상을 지키는 일이 더 어려운 거야.”

그런데 문호준 선수는 무려 14년 동안이나 카트라이더 ‘황제’로서정상의 자리에서 리그를 이끌며 수많은 선수들의 라이벌이 되고, 목표가 되고, 꿈이 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문호준 선수에게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팀전 우승 후 눈물을 보인 문호준.
팀전 우승 후 눈물을 보인 문호준.

문호준 선수는 리그가 팀전으로 바뀌던 당시, 개인전 리그가 다시 열리길 기다리겠다며 리그에서 잠정 은퇴를 선언했던 선수입니다. 그랬던 선수가 이제는 개인전을 내려놓으며 후배 선수들을 위해 팀전은 남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개인전 은퇴 발표를 지켜보면서 저는 그동안 그가 카트라이더 리그의 대표로서 느꼈을 무게감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놓고싶어도 놓지 못하는 그의 상황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느껴져 마음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꼭 해주고 싶었습니다. 문호준 선수, 정말 고생 많았고 너무 수고했고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이제는 짐 내려 놓고 푹 쉬라고, 그래도 된다고 어깨를 다독여 주고싶습니다.

현재는 카트라이더 락스팀의 감독이지만, 동시에 카트리그의 후배 선수로서 앞으로 문호준 선수의 행보를 응원합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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