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조에서 꽤 장타를 치는 이가 있었다. 그가 드라이버로 친 볼이 페어웨이 벙커를 지나 거의 300야드 가까이 날아갔다. 하지만 드로우가 걸려 페어웨이 중간 왼쪽에 떨어졌다가 러프쪽으로 굴러갔다. 거리상으로는 이전팀 가운데 롱기스트를 한 이를 나타낸 하얀 종이로 꼽아놓은 표지보다 훨씬 더 나갔으나 롱기스트로 인정을 받지 못했다. 페어웨이에 안착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왜 롱기스트의 필수 조건으로 페어웨이에 떨어지는 것을 내세웠을까. 무척이나 궁금했다. 아마도 거기에는 페어웨이의 기원과 깊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
‘페어웨이(fairway)'는 그린 이외에 잔디를 깎아서 정돈한 구역을 말한다. 티그라운드에서 보면 앞쪽과 좌우로 거친 잔디로 러프가 펼쳐져 있고, 한 가운데 잘 손질된 잔디로 덮인 페어웨이가 마치 푸른 양탄자를 깐듯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다. 골프장에서는 그린과 함께 가장 핵심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페어웨이의 원래 용어는 ‘페어 그린(fair green)'이었다. 골프 발상지 스코틀랜드 골프역사에 의하면 1744년 골프 규칙 제1조 4항에 이 말이 언급되었다. 페어웨이라는 단어는 1세기가 지나서야 등장했다. 본격적으로 잔디를 깎는 기술이 나오기 전까지는 페어웨이라는 공간을 만들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초 페어웨이는 골프규칙에 규정된 용어도 아니었다.
페어웨이의 기원에 대해서는 유럽의 특이한 비밀결사모임인 ‘프리메이슨’과 어부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리메이슨은 중세의 숙련 석공길드에서 시작돼 18세기초 영국에서 세계 시민주의적, 인도주의적 우애를 목적으로 조직돼 발전한 비밀결사 단체이다. 프리메이슨이라는 명칭은 원래 특별한 결이 없는 견고한 돌(free mason)을 세공하는 직업을 가진 자를 의미했다. 자신의 기술과 조직에 관한 몇 가지 비밀을 갖고 있는 프리메이슨은 이 비밀들을 지킬 것을 서약했다. 프리메이슨은 거의 처음부터 기존의 종교조직들로부터 심한 탄압을 받았기 때문에 대부분 비밀결사의 성격을 띠었다. 그리스도교 조직은 아니지만, 도덕성 · 박애 및 준법을 강조하는 종교적 요소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프리메이슨들은 대부분 초기 골프클럽 설립에 크게 관여했다. 그들은 페어웨이라는 용어가 유래됐을지도 모르는 ‘페어 플레이’라는 훌륭한 전통을 만들었다. 이들은 규칙을 공정하게 잘 지키는 태도와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치는 의미로 페어 플레이를 해야한다는 스포츠맨십을 강조했다. 페어웨이, 즉 올바른 길을 가야한다는 의미였다.
원래 페어웨이라는 말은 항해 할 수 있는 채널이나 관습적인 항로를 뜻하는 옛 항해용어이기도 했다. 스코틀랜드의 초기 골프는 항구 옆 링크에서 대부분 시작되었다. 링크위에 그물망 등을 말리기 위해 놓기도 했는데 어부들은 이를 보고 페어웨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어부에게 기원을 한 것으로 보는 이유이다. 이것이 페어웨이라는 말의 실질적 어원으로는 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무리 볼을 멀리친다 해도, 올바른 길을 가지 않으면 인정할 수 없다는 교훈이 페어웨이의 역사적인 기원 속에 담겨져 있다. 페어플레이가 없는 스포츠를 생각할 수 없듯이 페어웨이 없는 골프장은 골프의 참 맛을 잃게 할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