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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36] 왜 ‘티(Tee)'라고 말할까

 E1 채리티 오픈에 출전한 오지현이 1번홀에서 드라이버샷을 날리고 있다.티잉그라운드에 꽂았던 티는 옆에 떨어져 있다. [KLPGA 제공]
E1 채리티 오픈에 출전한 오지현이 1번홀에서 드라이버샷을 날리고 있다.티잉그라운드에 꽂았던 티는 옆에 떨어져 있다. [KLPGA 제공]
오래 전 골프를 막 시작할 때의 얘기다. 싱글골퍼 선배가 첫 홀에서 장쾌한 드라이버샷을 날린 뒤 뒤이어 티잉 그라운드에 올랐다. 하얀색 티마크가 양쪽에 표시된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니 불안감 때문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티마크가 표시된 것보다 좀 앞쪽에다 티를 꽂고 티샷을 하기 위해 웨글을 하는데 선배가 “배꼽 나왔네”라는 말을 던졌다. 티마크 표시는 100m달리기의 출발선 같은 역할을 한다. 2개를 이은 가상의 선을 넘어서 타겟방향으로 티샷을 하면 2벌타이다. 친목모임에서 너그럽게 이해해주고 넘어 가다가 내기가 걸려 있을 때는 ‘배꼽 나온 상태‘로 샷을 하는 것을 기다렸다가, 내기 경쟁자들이 벌타라고 말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티(Tee)'라는 말은 골프 초기 스코틀랜드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1744년 골프의 첫 번째 규칙에 ’당신의 티는 그라운드에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골프역사학자들은 당시 모래를 이용해 한 클럽 길이 내에서 티를 만들고 경기를 했다고 한다. 이후 2클럽에서 4 클럽 길이까지 티박스 지역은 확대됐다.

컬링에도 티라는 용어를 쓴다. 스톤을 ‘하우스(house)‘라 불리는 표적 중심에 가장 가까이 넣는 팀이 점수를 얻는 경기인 컬링에서 4개의 원으로 이루어진 하우스 가장 안쪽에 위치한 원을 티라고 부른다. 1500년대 중세 스코틀랜드의 얼어붙은 호수나 강에서 무거운 돌덩이를 빙판위에 미끄러뜨리며 즐기던 놀이인 컬링에서 티는 집을 뜻하는 게일어 ’타이(tigh)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골프 티라는 용어는 홀을 중심으로 한 클럽 길이의 ‘원’ 안에 있었기 때문에 이것이 용어의 기원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골프 티는 네덜란드어 '타이티(tuitje)'와 유사한 발음인데 이 뜻은 약간의 원뿔형 모양을 의미하기도 한다. 원뿔형 모양의 티는 티 오프 스트로크에 사용될 모래 더미나 눈 더미를 가리킨다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티잉그라운드가 등장한 것은 1875년 세인트 앤드류스에서부터라고 한다. 골프 선수들이 홀아웃 후 티오프하기 전에 대기하고 장소로 활용됐다. 한 세기 전 이미 스톤 티 마커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있다. 1781년 영국 애버딘의 신문 보도에 '골프 돌'에 대한 언급이 있다고 한다.

수 세기 동안 골퍼들은 모래로 티를 만들어 썼다. 모래를 써서 지저분해져 골프공을 씻기 위해 오늘날과 같이 골퍼들이 손을 씻기 위해 수건과 물이 제공되었다. 캐디들은 종종 티를 만들기 위해 홀에서 모래를 퍼내곤 했는데, 이로 인해 홀이 망가져 골프장들은 종종 구멍에서 모래를 빼서는 안 된다는 주의사항을 발표하기도 했다고 한다. 스코틀랜드 브론즈필드 링크스나 얼스페리 링크스와 같은 오래된 코스에서 모래 상자가 티박스 옆에 설치된 사실이 발견되곤 했는데 이는 티샷용과 티잉 그라운드에서 디봇을 메우기 위한 용도이기도 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걸쳐 골퍼들은 코르크, 종이 또는 고무를 이용해 재사용이 가능한 티를 만들어 썼다. 1899년 미국 치과의사로 하버드대학교 첫 흑인 졸업생 중 한명인 조지 그랜드는 원뿔형 티를 최초로 특허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티 모양은 현대 티에 매우 가깝지만 오목한 머리를 없었다고 한다. 티는 고무, 나무 등을 거쳐 현재는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 반 영구형으로 쓰고 있다.

골프장에서 우스개 소리로 전해지는 말이 있다. 예전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이 골프를 치면서 티샷 후 티잉 그라운드에 떨어진 자신의 나무 티는 물론 다른 이들이 놓고 간 티도 항상 챙겼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부자도 비록 나무 티이지만 작은 돈을 아끼는 습관을 생활화 했다는 교훈이었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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