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2020 스프링 우승을 차지한 T1을 포함해, 정규 시즌 1위였던 젠지 e스포츠, 최종 순위 3위인 드래곤X, 4위인 담원 게이밍이 중국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 리그(이하 LPL) 상위 4개 팀을 상대로 결승조차 가지 못하는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첫 날부터 충격적인 성적표가 날아들었다. MSC 개막전에 임했던 T1은 작년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우승을 차지한 펀플러스 피닉스를 상대로 27분 만에 승리하면서 '꽃길'을 걸을 것처럼 보였지만 톱 e스포츠에게 일격을 당했던 담원 게이밍에게 패하면서 A조는 네 팀 모두 1승1패를 기록했다. 마지막 경기 결과에 따라 4강 진출 여부가 가려지는 대결에서 담원 게이밍은 펀플러스 피닉스에게, T1은 톱 e스포츠에게 패하면서 A조에 배정된 한국 팀은 모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틀째인 29일 열린 B조에서는 젠지 e스포츠만이 살아 남았다.중국 대표 인빅터스 게이밍을 3패로 몰아넣은 젠지 e스포츠와 드래곤X는 징동 게이밍을 포함해 물고 물리면서 2승1패로 순위 결정전을 치렀다. 젠지는 드래곤X를 꺾으면서 1위를 확정지었지만 생존이 걸린 경기에서 드래곤X가 징동 게이밍에게 패하면서 탈락하고 말았다.
유일하게 살아 남으면서 LCK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젠지는 4강에서 무참하게 패했다. LPL 스프링 2위였던 톱 e스포츠를 상대한 젠지는 블라인드 모드로 진행된 1세트에서 킬 스코어 6대29로 24분 만에 패했고 2세트도 킬 스코어 5대18로 25분 만에 무너졌다. 그나마 3세트에서 30분 동안 경기를 펼치긴 했지만 반전을 이뤄내지는 못했다.
LCK는 최근 3년 동안 이뤄진 대부분의 국제 대회에서 성적이 하락했다. 2018년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에서 킹존 드래곤X가 결승까지 올라가긴 했지만 중국 로얄 네버 기브업에게 1대3으로 패했고 리프트 라이벌즈에서도 LPL에게 2대3으로 패했다. 2018년 롤드컵에서는 젠지가 16강에서, kt 롤스터와 아프리카 프릭스가 8강에서 탈락하며 4강조차 가지 못했다.
2019년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MSI 4강에 SK텔레콤 T1(현 T1)이 올라갔지만 G2 e스포츠에게 2대3으로 패하면서 대회가 열린 이래 처음으로 LCK가 결승에 가지 못했다. 리프트 라이벌즈에서는 결승에서 LPL을 상대로 3대1로 제압하며 우승했지만 롤드컵에서는 그리핀과 담원 게이밍이 8강에서 탈락했고 유일한 희망이었던 T1은 4강에서 G2에게 또 다시 패하며 2년 연속 LCK을 결승에서 보지 못했다.
LCK가 국제 대회에서 연달아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서 시드권이 줄어드는 아픔도 맛봐야 했다. 2019년 롤드컵에서는 LCK 3번 시드를 받은 담원 게이밍이 플레이-인 스테이지부터 경기를 치러야 했고 2020년에 열리는 롤드컵에서 LPL과 LEC에게 4장의 시드권이 주어졌지만 LCK는 LCS와 함께 3장에 머물러야 했다.
이제는 받아들일 때가 됐다. LCK는 더 이상 LoL 최강국(또는 지역)이 아니다. 햇수로 3년째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의 영광을 떠올리면서 안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LCK를 관전하는 외국 시청자들이 많다는 데이터만으로는 실추된 최강국의 자존심을 유지할 수 없지 않은가.
스프링 시즌이 마무리된 뒤에 MSC가 발표되면서 팀들이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도 이유가 되지 않는다. LPL 또한 휴식기를 보내고 있었고 리빌딩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것은 LCK와 마찬가지다.
LCK가 부진한 이유를 다른 지역보다 프랜차이즈 도입이 늦었다는 사실에서 찾기도 하지만 어찌됐든 2020년 현재 LCK는 실력 면에서 LPL에 크게 뒤처져 있으며 LEC를 능가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프랜차이즈 도입을 앞두고 있는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는 LCK의 경쟁력을 최고의 실력을 갖춘 리그로 잡았고 한국이라는 좁은 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요소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리그라고 밝혔다.
처절한 반성과 업그레이드를 위한 체질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 국제 대회에 임할 때마다 도전자의 자세를 견지하겠다는 말도 더 이상 변명이 되지 않는다. LCK만이 갖고 있는 색깔을 찾는 작업들이 필요하고 우리만의 색깔로 국제 대회를 제패해야만 LCK라는 리그가 갖고 있는 경쟁력이 살아날 수 있다.
MSC는 LCK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회였다. 최강이었다는 과거의 영광에 막연하게 기대기 보다는 정확한 상황 진단을 통해 도약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만 앞으로 있을 롤드컵에서 부활을 알릴 수 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