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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38] 왜 ‘멀리건(Mulligan)’이라 말할까

 최혜진(롯데)이 드라이버샷을 날리고 있다. 멀리건은 아마추어끼리 벌타없이 티샷을 한 번 더 치는 것을 말하는데 골프규칙에는 없는 용어이다.
최혜진(롯데)이 드라이버샷을 날리고 있다. 멀리건은 아마추어끼리 벌타없이 티샷을 한 번 더 치는 것을 말하는데 골프규칙에는 없는 용어이다.
지금도 ‘멀리건(Mulligan)’이 ‘몰간’이라고 잘못 불러진 이유가 아리송하다. 1990년대 처음 골프에 입문했을 때 주위 골퍼들은 대부분 몰간이라고 말했다. 이미 친 샷이 잘못된 경우 이를 무효화하고 새로 치는 것을 이를 때 쓴 말이다. 정확한 어원을 따져 보지도 않고, 또 잘못 사용된 것도 알지 못하고 몰간이라고 말하면 그냥 모두 그렇게 통했다. 몰간이라는 말이 잘못된 거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아마도 우리 사회의 국제화, 세계화와 결코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많은 골퍼들이 해외에서 골프를 하면서 이러한 사실을 알고 원래 영어 발음대로 바로 잡아 사용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생각해보면 멀리건 보다는 몰간이 우리나라 사람의 입장에서는 발음하기가 더 편해 한국식 영어버전인 콩글리시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멀리건이라는 어원을 따지고 보면 '돈키호테'식의 재미난 뒷 얘기가 있듯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미국인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썼던 것이다.

멀리건이란 말은 골프의 발상지인 영국이 아니고 미국에서 나왔다.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는 골프 규칙을 제정, 철저히 준수하는 전통에 따라 멀리건과 같은 변칙적인 행위를 하는 것을 금기시했다. 하지만 미국은 영국과 다르게 실용주의를 표방한다. 영국에서 종교적 박해를 박은 청교도들이 ‘메이 플라워호’를 타고 이주해 세운 나라인 미합중국은 여러 민족과 여러 주가 합성해 이루어진 국가라는 특성 때문인 듯 영국과는 달리 실질적인 요소를 더 중요시한다. 멀리건이 등장한 것은 이런 미국의 역사적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

멀리건의 기원은 사실 불분명하다. 미국골프협회는 멀리건의 유래에 대해 1920년대 캐나다 골퍼 데이비드 멀리건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며 세 가지 버전을 소개하고 있기는 하다. 뉴욕시 호텔 매니저였던 데이비드 멀리건이 어느 날 몬트리올 인근의 골프장에서 친구들과 골프를 치다가 형편없는 티샷을 하고 그 자리에서 다시 샷을 하면서 ‘수정 샷(correction shot)’이라고 외쳤다. 이때부터 벌타없이 다시 치는 샷을 멀리건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두 번째 버전은 데이비드 멀리건이 빅토리아 다리를 지나 골프장까지 오는데까지 멀고 험한 길을 운전하느랴 기진맥진하며 첫 티샷을 실수한 뒤 동승한 동반자에게 추가 샷을 요구한데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늦잠을 잔 후 골프장에 도착해 티타임을 준비하기 위해 서두르자 친구들이 추가 샷을 선사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어원은 뉴저지주 컨트리 클럽의 라커룸 근무자인 존 A 버디 멀리건이라는 사람에게서 나왔다. 멀리건은 1930년대에 라커룸 청소를 끝내고, 다른 멤버가 나타나지 않아 보조 프로인 데이브 오코넬, 나중에 뉴어크 이브닝 뉴스의 골프 편집자였던 기자 겸 멤버 데스 설리번과 라운드를 했다. 그는 첫 번째 티샷이 좋지 않자 "아침 내내 연습을 했다"는 오코넬과 설리번의 동의를 받아 추가샷을 날렸다. 라운드를 마친 뒤 멀리건은 라커룸에 있는 멤버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추가 샷을 받았는지 몇 달 동안 자랑스럽게 외쳤다. 멤버들은 그것을 좋아했고 곧 그를 기리기 위해 '멀리건'을 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멀리건의 어원은 모두 아마추어 골프에서는 있을 법한 상황이다. 친교를 위한 골프 모임에서 굳이 몰인정하게 규칙만을 고집하지않고 서로를 위하여 미스샷에 대해 만회할 기회까지 주는 인심을 베풀 수 있다. 실력차가 현격히 나는 골퍼들과 경기를 가질 때 도저히 동등하게 경기를 하기 힘들면 다시 칠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한다. 보통 전반 나인, 후반 나인에 하나 씩을 적용하거나, 18홀에 하나 씩을 지정한다. 멀리건은 티샷에만 적용하고 두 번째 샷이나 세 번째 샷은 보통 주지는 않는다.

사실 골프 규칙에 멀리건이라는 용어는 없다. 아마추어나 프로가릴 것 없이 스코어로 시상하는 대회에서는 멀리건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추어들의 경기에서도 원칙적으로 반칙이다. 미국의 클린턴 전(前)대통령은 골프장에서 멀리건을 남용해 ‘빌리건’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멀리건은 위기이면서 기회이기도 하다. 멀리건으로 친 샷이 잘 돼 버디나 파를 잡는 경우도 있다. 인생에도 멀리건을 써야 할 때가 있다. 결과만 보고 잘하려고만 하다가 실패를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실패를 통해 배우면서 다시 재기에 성공하는 삶은 더 멋있게 보일 수 있다. 마치 멀리건을 잘 써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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