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도그래그 홀((Dogleg Hole)’란 말은 소설과는 반대의 발상에서 나왔다. 인간의 관점에서 골프 홀을 바라보면서 생긴 용어이다. 도그래그홀은 개의 뒷다리처럼 비뚤어진 골프홀이다. 개의 뒷다리는 두 다리가 쫙 펴진 앞 다리와는 달리 중간쯤에서 약간 각도가 져 있는 모양이다. 개가 뛸 때에 뒷다리와 앞다리는 교대로 몸무게 전체를 부담한다. 적당히 각도가 진 뒷다리는 몸무게를 부담하면서 도약을 할 때 근육의 운동범위가 골고루 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야 빨리 뛸 수 있다 .
도그래그홀은 티잉그라운드에서 길게 뻗어나간 페어웨이가 어느 지점에선가 구부러진 모양을 한 것이 마치 개 뒷다리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꺾인 각도는 작을 수도 있고 45도 정도로 비틀어 질 수도 있고, 심하면 90도 직각일 수도 있다. 지형에 따라 도그래그홀은 모양이 제각각이다. 굴곡이 진 지점을 터닝 포인트, 코너라고 부FMS다. 보통 파4, 파5에서 도그래그 홀을 많이 볼 수 있다. 페어웨이가 터닝포인트를 지나 우측으로 가면 골퍼들은 이 홀을 '우측 도그레그'라고 부른다. 페어웨이가 가다가 왼쪽으로 치우치면 '좌측 도그레그'이라고 말한다. 페어웨이에 두 개의 굴곡이 있는 파5홀은 '더블 도그레그(doubled dogleg)라고 부른다.
골프 코스 설계자들이 도그래그홀을 좋아하는 이유는 골퍼들에게 도전과 선택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밋밋하고 평평하게 이어지는 홀보다 곡선과 꺾기로 홀에 변화를 준 것은 마치 그림이 정물화에서 입체화로 진화한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골퍼들은 도그래그홀을 만나면 다양한 공격전략을 구상하며 골프의 묘미를 즐긴다.
도그래그홀을 제대로 공략하기 위해선 사전에 어떤 문제들이 잠재적으로 있는 지를 알아야 한다 . 만약 처음 만나는 도그래그홀이라면 얼마나 각도가 졌는 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공략이 결코 만만치 않다. 이 경우 홀 그림표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스코어카드를 점검해야 한다. 또 티잉그라운드의 표지판도 참조해야 한다. 야디지 북, 골프 GPS 장치, 동반 파트너나 캐디 등이 가진 정보에 의지할 수도 있다.
페어웨이 코너보다 더 멀리 공을 칠 수 있는 장타자라면 가로질러 공략하기도 한다. 코너 다음에 이어지는 페어웨이의 부분까지 날린다. 타이거 우즈 등 세계 정상급 프로골퍼들은 파5의 도그래그홀에서 이런 전략을 자주 한다.
아마추어들은 욕심을 부리며 프로골퍼들처럼 하다가 거리가 짧아 OB가 나거나, 해저드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독단적인 행동에 댓가를 치르는 것이다. 대체로 도그래그홀은 홀 생긴 모양대로 ‘똑딱이 골프’라는 말처럼 또박또박 끊어서 하면 큰 무리가 없다. 드라이버 잡을 것을 3번, 5번 우드 잡으면 되고, 롱아이언 잡은 것을 숏아이언 잡으면 대개 안전하다. 도그래그홀에서의 선택은 골퍼에게 달려있다. 도그래그홀은 항상 1대1 승부를 걸도록 요구한다.
도그래그홀는 티잉 그라운드에서 코너까지, 코너에서 그린까지의 거리를 합산해 거리 측정이 이루어진다. 요즘은 GPS 등을 통해 정확한 거리측정을 한다.
골프 용어 역사 사전에 따르면 도그래그홀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02년 미국 ‘골프 일러스트레이티드(Golf Illustrated)’ 기사를 꼽는다. "이 홀은 마치 개의 뒷다리 같이 생겨서 골퍼들이 바로 직진을 할 수 없다며 투덜댔다“는 기사였다. 인간의 관점에서 개의 뒷다리 모양을 연상해 이름을 붙인 도그래그홀은 무리를 하지 않으면 김훈 소설가 말처럼 닥쳐오는 기쁨을 기뻐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