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골프에서는 왜 18홀을 도는 것을 라운드라고 말할까? 골프에 처음 입문한 이라든가 골프 용어에 관심을 갖는 이라면 한번쯤 가져볼법한 질문이었을 것이다. 라운드는 영어 말 그대로 둥근 모양을 뜻한다. 한 바퀴 도는 원의 이미지이다.
서울대 불문과 교수를 지내다 48세에 작고한 문학평론가 김현(1942~1990)은 “원은 쓰러지는 법이 없다. 원은 놀이의 표상이다. 시인은 원의 놀이를 꿈꾼다. 그것이 시다”라고 원의 이미지와 시를 연결시켜 풀이를 한 적이 있다. 프랑스 문학 전공자였던 김현은 서양어로 사유하면서 한글로 문체를 개발한 대표적인 평론가였다. 원을 뜻하는 라운드라는 영어 말이 스포츠 용어로 자리를 잡은 것은 김현 교수의 지적처럼 놀이와 연관성이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라운드라는 말을 처음 접한 것은 어릴 적 프로복싱경기에서였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 김기수, 유제두 등이 세계 챔피언에 오르며 프로복싱이 큰 인기를 끌었다. 무하마드 알리, 조 프레이저의 3차례 라이벌전과 조지 포먼의 세계헤비급 타이틀전은 당시 세계 스포츠의 최고 빅카드였다. TV에서 본 프로복싱 중계에서 영어 중 가장 잘 들린 것이 바로 ‘라운드’였다. 보통 3분 15라운드로 벌어지던 프로복싱 세계타이틀전은 이후 3분 12라운드로 바뀌었다. 김득구가 멘시니와의 세계타이틀전서 경기 중 사망한 이후 사고를 막기위해 3라운드를 줄였던 것이다.
두 번째로 라운드라는 말을 배우게 된 것은 고교 시절 제법 영어 공부를 할 때였다. 영어 단어에 ‘메리고라운드(merry-go-round)’가 놀이기구의 하나인 ‘회전목마’라는 뜻이라는 것을 흥미있게 배웠다. 즐겁게 돌아가는 목마라는 의미였다. 그 단어는 정말 멋진 말이라고 생각했다.
스포츠 기자가 된 이후 라운드라는 용어가 프로복싱 말고도 양궁, 사격, 육상, 골프 등에서 경기 용어로 사용된다는 것을 알게됐다. 양궁에서 1라운드는 정해진 화살을 모두 쏜 것을 의미한다. 사격에선 스킷트, 트랩 등과 권총 종목에서 한 차례씩 주어진 총알을 발사하는 것을 뜻한다. 육상에서 라운드라고 하면 제1예선, 제2예선, 준결승, 결승 등을 각각 말한다. 제1라운드는 제1예선이고, 결승은 결승 라운드라고 한다. 멀리뛰기, 세단뛰기, 던지기의 종목에서는 참가 경기자의 전원이 행하는 각 회의 시기(試技)를 말한다.
일반인들에게 라운드라는 말은 이제 골프와 가까운 말로 일상화됐다. 보통 “라운드 가자”고 말하면 골프 치자는 의미로 통한다. 골프에서 라운드라는 말은 아웃 9홀에서 시작해 인 9홀로 끝나며 한 바퀴를 돈다는 의미에서 사용된 것이라 추측해 볼 수 있다. 정규 1라운드는 공식 경기에서는 18홀을 도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라운드를 잘못 사용해 라운딩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꽤 있다. 일부 언론매체에서도 라운드를 라운딩이라고 한다. “라운드를 했다”, “누구와 라운드 도중 어떤 일이 일어났다” 등으로 해야하는데, 여기서 ‘라운드’를 ‘라운딩’이라고 하면 틀린 표현이다. 라운딩은 영어 표현 그대로 진행형으로 그냥 골프를 하는 중이라는 의미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