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제주 스카이힐CC에서 4라운드 대회로 막을 올리는 제10회 롯데칸타타 여자오픈에 앞서 3일 대회장에서 주요 선수들이 포토콜 행사를 가졌다.[KLPGA 제공]](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00604062635095575e8e94108722338217.jpg&nmt=27)
그런데 골프에서는 왜 18홀을 도는 것을 라운드라고 말할까? 골프에 처음 입문한 이라든가 골프 용어에 관심을 갖는 이라면 한번쯤 가져볼법한 질문이었을 것이다. 라운드는 영어 말 그대로 둥근 모양을 뜻한다. 한 바퀴 도는 원의 이미지이다.
서울대 불문과 교수를 지내다 48세에 작고한 문학평론가 김현(1942~1990)은 “원은 쓰러지는 법이 없다. 원은 놀이의 표상이다. 시인은 원의 놀이를 꿈꾼다. 그것이 시다”라고 원의 이미지와 시를 연결시켜 풀이를 한 적이 있다. 프랑스 문학 전공자였던 김현은 서양어로 사유하면서 한글로 문체를 개발한 대표적인 평론가였다. 원을 뜻하는 라운드라는 영어 말이 스포츠 용어로 자리를 잡은 것은 김현 교수의 지적처럼 놀이와 연관성이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두 번째로 라운드라는 말을 배우게 된 것은 고교 시절 제법 영어 공부를 할 때였다. 영어 단어에 ‘메리고라운드(merry-go-round)’가 놀이기구의 하나인 ‘회전목마’라는 뜻이라는 것을 흥미있게 배웠다. 즐겁게 돌아가는 목마라는 의미였다. 그 단어는 정말 멋진 말이라고 생각했다.
스포츠 기자가 된 이후 라운드라는 용어가 프로복싱 말고도 양궁, 사격, 육상, 골프 등에서 경기 용어로 사용된다는 것을 알게됐다. 양궁에서 1라운드는 정해진 화살을 모두 쏜 것을 의미한다. 사격에선 스킷트, 트랩 등과 권총 종목에서 한 차례씩 주어진 총알을 발사하는 것을 뜻한다. 육상에서 라운드라고 하면 제1예선, 제2예선, 준결승, 결승 등을 각각 말한다. 제1라운드는 제1예선이고, 결승은 결승 라운드라고 한다. 멀리뛰기, 세단뛰기, 던지기의 종목에서는 참가 경기자의 전원이 행하는 각 회의 시기(試技)를 말한다.
일반인들에게 라운드라는 말은 이제 골프와 가까운 말로 일상화됐다. 보통 “라운드 가자”고 말하면 골프 치자는 의미로 통한다. 골프에서 라운드라는 말은 아웃 9홀에서 시작해 인 9홀로 끝나며 한 바퀴를 돈다는 의미에서 사용된 것이라 추측해 볼 수 있다. 정규 1라운드는 공식 경기에서는 18홀을 도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라운드를 잘못 사용해 라운딩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꽤 있다. 일부 언론매체에서도 라운드를 라운딩이라고 한다. “라운드를 했다”, “누구와 라운드 도중 어떤 일이 일어났다” 등으로 해야하는데, 여기서 ‘라운드’를 ‘라운딩’이라고 하면 틀린 표현이다. 라운딩은 영어 표현 그대로 진행형으로 그냥 골프를 하는 중이라는 의미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