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년 전 스코틀랜드에서 시작한 골프의 초창기 모습도 카타르 사막골프와 비슷했다. 이 코너 35회차(해안가 골프장 ‘링크스(Links)'란 말은 어떻게 나왔을까)에서 설명한 것처럼 해안 모래언덕과 황무지라는 뜻의 ‘링크스(Links)’에는 풀과 나무가 자라기 어려웠다. 흙과 모래로 뒤덮인 속에서 사막골프처럼 골프를 할 수밖에 없었다. 골프가 스코틀랜드에서 영국 전역으로 확대되면서도 스코틀랜드 링크와 비슷한 골프장이 조성됐다. 흙과 모래로 뒤덮인 거친 잡초와 작은 야생화들만 있는 황야 지역에 그린은 기름칠을 한 흙으로 만들어졌다.
미국 골프 백과사전에 따르면 미국 골프도 20세기초 스코틀랜드와 같이 흙그린 골프장을 갖춘 예가 있었다. ‘미국의 세인트앤드류스’로 불리며 미국 골프의 고향으로 평가받는 파인허스트 골프코스는 1935년까지 기름칠한 네모난 흙그린을 운영했다. 미국의 전통적인 PGA US오픈 대회 등을 개최하기도 한 파인허스트 골프코스는 ‘골프장의 미켈란젤로’로 불렸던 골프장 설계자이자 프로골퍼로 활약했던 도널드 로스(1872~1948)가 처음으로 흙그린을 잔디그린으로 바꾸었다.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세인트앤드류스에서 견습생으로 일하기도 했던 로스는 미국으로 이주한 후 1900년부터 40년동안 미국에서 파인허스트 골프코스를 비롯해 400여개 코스를 설계해 1977년 골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그는 기름칠한 흙모래 그린에서 도전적인 잔디 그린으로 바꾸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역사적인 인물로 남아 있다.
그린의 기원은 스코틀랜드의 링크스였다. 19세기까지 모래 언덕 링크스코스에 일부 골프장들이 거친 자연적인 잔디 상태 중에서 잘 닦인 푸른 잔디를 그린으로 만들었다. 그린이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던 것이다. 100여년전 기술의 발전으로 잔디절단기계가 보급됨에 따라 잔디를 고르게 깎아 조성한 현재와 같은 그린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됐다. 이제 그린은 골프 그 자체를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그린은 골프장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이다. 일반적인 라운드에서 골퍼들의 최종 목적지이자 승부가 결정되는 곳이다. 파3의 짧은 홀(200야드 안팎), 파4(400야드 안팎), 파5의 긴 홀(600야드안팎)에서 그린은 공이 최종 안착하는 장소이다. 그린은 공이 떨어지면 표면 위를 잘 굴러갈 수 있도록 잔디가 매끄러운 상태로 관리되야 한다.
‘골프 신만이 우승자를 점지한다’는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 대회가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그린은 악명 높기로 유명하다. 퍼터로 살짝 공을 건드려도 예측 불허의 경사를 따라 미끄러져 세계적인 골퍼들의 애간장을 태운다. 마스터스 대회가 다른 메이저 대회보다 사랑을 받는 것도 까다로운 그린 때문이기도 하다. 마스터스 대회는 우승자에게 ‘그린 재킷’을 입는 전통을 만들어 그린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지난 4일부터 KLPGA 투어 롯데 칸타타 오픈이 열리는 제주 스카이힐CC 그린도 제주도 특유의 ‘한라산 브레이크’ 특성을 지녀 여자골퍼들이 많은 애를 먹는다. 한라산 주변 골프장들은 눈에 보이지 않은 경사가 있어 캐디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분명 내리막 라인으로 봤는데 실제로는 오르막 라인이라 거리가 짧다든지, 오르막 라인으로 생각했는데 정작 내리막 라인이라 거리가 길다든지 한다는 것이다.
그린은 영국 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 규칙에 따라 크기와 상태가 주로 결정된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