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46] ‘홀컵(Hole Cup)’에서 ‘컵’자는 왜 들어갔나

 김세영이 제10회 롯데 칸타타여자오픈 4라운드에서 퍼팅 라인을 신중하게 읽고 있다. [KLPGA 제공]
김세영이 제10회 롯데 칸타타여자오픈 4라운드에서 퍼팅 라인을 신중하게 읽고 있다. [KLPGA 제공]
살 떨리는 승부였다. 지난 7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 스카이힐 제주컨트리클럽에서 끝난 제10회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마지막 날 연장전 18번홀. 18언더파 동타를 이룬 김효주와 김세영은 연장전 첫 홀 그린에서 버디 퍼팅을 놓고 한판 대결을 벌였다. 퍼팅 하나에 6800만원의 차이. 둘 다 버디를 잡으면 다시 경기를 가져야 하지만 둘 중에 하나만 버디 퍼팅에 성공하면 우승자가 되면서 상금 1억6천만원을 차지한다. 준우승자는 6800만원이 적은 9200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드라이버 거리에서 많이 뒤진 김효주가 그린에서도 김세영보다 조금 불리했다. 김효주가 3m 버디 퍼팅을 먼저 시도했다. 볼은 홀컵을 향해 미끌어지듯 빨려들어갔다. 다음은 김효주보다 핀에 조금 더 가까운 김세영의 2m 버디 퍼팅. 김효주의 버디가 들어가는 것을 보았던 김세영은 조심스럽게 퍼팅을 시도했다. 볼은 잘 굴러가는듯하다가 홀컵을 아슬아슬하게 비켜 나갔다. 김효주는 이 귀중한 퍼팅 한 방으로 LPGA와 KLPGA 모두 2016년 이후 우승이 없다가 이 대회에서 극적으로 4년만에 정상을 다시 밟게 됐다.

프로골퍼들에게 홀컵은 마지막 승부처이다. 홀컵을 앞에 두고 ‘넣느냐 마느냐’는 생존의 게임을 벌여야한다. 마치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셰익스피어 ‘햄릿’의 명문장처럼 홀컵에서 피를 말리는 혈전을 치른다.

골프 코스의 스타일과 길이는 ‘몬스터급’ 길이의 링크 코스에서 짧은 파3홀 골프장까지 제각기 다르다. 하지만 전 세계의 모든 코스에 하나의 똑같은 상수가 있다. 모든 그린에 설치된 홀컵의 치수가 그것이다. 골프 홀컵은 지름이 4와 1/4 인치(108mm)인 원형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직경보다 작거나 크면 퍼팅이 너무 어렵거나 쉬워지고 코스가 표준화되지 않는다. 홀컵 깊이는 최소 4인치이다. 이보다 얕으면 볼이 튕겨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최소 깊이를 정해놓았다. 영국왕립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에서 정해놓은 룰이다. 홀컵 지름이 108mm가 된 것도 공교롭다. 불교 철학에서 '108번 번뇌'를 자주 거론하듯 골프서는 홀컵 지금이 108mm이고, 18번홀 파 72 기준으로 모두 더블보기를 하면 108타가 된다. 또 퍼터 헤드 부분의 크기가 대부분 직경 108mm로 돼 있다. 퍼팅을 하면서 108번 번뇌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홀컵을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린키퍼는 홀 커팅기를 사용하여 그린에 홀컵을 만든다. 홀 커팅기를 선택한 지점에 밀어 넣은 다음 공구를 위로 당겨 그린에서 잔디를 제거한다. 그런 다음 그린키퍼는 홀컵이 제대로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바닥을 매끄럽게 할 수 있다. 홀컵 가장자리 주위에 흰색 스프레이 페인트를 추가하여 보기 쉽게 할 수도 있다. 그린키퍼는 핀대가 수직으로 서 있는지 확인하며 홀컵을 최종적으로 점검한다.

홀컵의 위치에 따라 토너먼트 대회에서 골퍼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쉬운 곳에 두면 버디가 양산되는 반면에 어려운 곳에 두면 버디를 잡는데 매우 애를 먹는다. 아마추어 골퍼의 경우 홀컵이 그린 경사지 등에 있을 경우 “밤새 부부싸움 한 그린키퍼가 분풀이를 그린에 한다”며 투덜대기도 한다. 홀컵 위치는 골퍼장마다 최고의 운영 전략의 하나로 간주하고 있다.

홀컵을 매일 이동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홀컵을 옮기지 않으면 각 홀컵 주변 부분이 계속 사용돼 닳아 없어진다. 또한 홀컵 위치를 이동하면 코스에 다양성이 추가된다. 또한, 골퍼들은 홀 배치에 따라 그린에 매우 다른 어프로치 샷을 할 수도 있다. 파4와 일부 파5홀에서의 티샷 전략도 홀 위치가 다르면 바뀔 수 있다.

당초 홀컵 크기가 어떻게 결정됐는지에 대해서는 상반된 역사가 있다. 일부 골프역사가들은 홀컵을 만들기 위해 공동 배수관을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 홀컵 크기가 표준화되었다고 주장한다. 홀컵의 지름은 바로 4 1/4 인치였다. 1829년 스코틀랜드 왕립 머셀버그 골프 클럽의 관계자들이 처음으로 알려진 홀 커팅기나 홀컵을 발명했다는 증거도 있다. 이 도구가 인기를 끌면서 스코틀랜드 전역의 클럽에서 균일하게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홀 커팅기는 홀의 둘레에 깨끗한 가장자리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홀컵 안에는 홀컵의 구조를 제자리에 고정시키는 플라스틱 컵 등이 있어 모래땅이 무너지고 침식되는 것을 막아준다. 컵은 또한 적절한 배수를 촉진한다. 홀컵이라는 용어가 유래된 배경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에선 홀컵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볼 떨어지는 소리가 둔탁한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홀컵을 금속제로 만들어 ‘땡그랑“하며 명확하게 들린다.

지난 1996년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최고 골프 영화 ‘틴 컵(Tin Cup)'은 한적한 시골의 레슨프로가 멋진 여성에 반해 US오픈에 출전한 뒤 우승을 다투는 이야기다. 여기서 틴 컵은 바로 주석으로 된 금속제 홀컵을 뜻한다. 주석컵이 플라스틱 홀컵보다 더 맑고 울림이 큰 소리를 내 골프의 매력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이런 제목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데일리랭킹

1젠지 17승1패 +32(35-3)
2한화생명 14승4패 +19(30-11)
3디플러스 13승5패 +13(29-16)
4T1 11승7패 +6(25-19)
5KT 9승9패 -2(21-23)
6BNK 8승10패 -7(17-24)
7광동 7승11패 -2(21-23)
8농심 5승13패 -14(13-27)
9DRX 4승14패 -20(10-30)
10OK저축은행 2승16패 -25(8-33)
1
2
3
4
5
6
7
8
9
1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