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번 홀(Nineteen Hole)’은 골프가 끝난 뒤 골퍼들이 뒷풀이를 하는 장소를 뜻하는 속어이다. 장소는 골프장 근처에 있는 펍, 바 또는 레스토랑, 아니면 클럽하우스 그 자체가 될 수 있다. 정규 18홀을 모두 마치고 식사를 겸하며 간단한 음료를 곁들이는 장소를 통칭 19번홀이라고 한다. 미니 골프게임에서 홀인원을 할 경우 19번홀에서 한 홀 더 경기를 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것은 예외적인 경우이다. 보통 19번홀은 골프 뒤의 즐거운 만남을 말한다.
영국의 골프 작가 P.G 우드하우스(1881-1975)가 1922년에 발표한 골프단편소설집에서 다양한 이름을 가진 '최고참 멤버(The Oldest Member)'들이 19번홀에 대해 설명한 대목이 있다.‘클럽 회원들은 18홀 후에 클럽하우스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즐긴다. 그들은 비록 골프를 포기한 지 오래 되었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최고참 회원들이다. 서로의 대화를 받아들이고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들이 일단 말을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종종 최고참 멤버가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떠나기를 열망하는 다른 등장인물인 '젊은이'들이 있다.’
영국과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19번홀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한 것은 우드하우스의 골프단편소설이 나왔던 1920년대, 산업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를 무렵이었다. 산업화, 도시화로 인해 많은 상품이 쏟아지고 경제적 여유가 생긴 중상류층이 레저활동으로 골프를 즐기게 되면서 프랑스, 영국에서의 고급 살롱문화와 같은 여유있는 삶을 찾게된다. 이른바 ‘유한계급(Leisure Class)’으로 분류되는 골퍼들은 자체적으로 18번홀을 돌고 난 뒤 별도의 여흥시간을 갖게된 것이 19번홀의 시작이 아니었나 싶다.
한국에서도 19번홀은 먼저 골프 문화가 성행한 미국, 영국 등과 같이 식사와 음료를 곁들이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건전하지 못한 단어로도 여긴다. 18번홀을 즐겁게 운동한 후 여자와 즐긴다는 의미로도 쓰인다는 것이다. 라운드에서 캐디를 맡았던 여성과 2차를 함께 한다는 뜻이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렇게 좋은 말이 아니라는 게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적으로 나쁜 의미로 받아들이고 사용되고 있는 것이지 사회적, 시대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19번홀은 미국에서는 ‘워터링 홀(Watering Hole)’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골프 뒤에 시원한 생맥주를 마시면서 골프 수다를 떠는 것을 뜻한다. 한국에서도 ‘골프 후삼락(後三樂)’이라는 말이 있다. 골프 끝난 뒤 3가지 즐거움이라는 것이다. 골프를 끝내고 사우나 욕조에 몸을 담근 후, 땀에 절은 속옷을 깨끗한 것으로 갈아입고, 시원한 생맥주를 들이켜는 것을 말한다.
스포츠 가운데 골프만큼 술과 궁합이 맞는 종목도 드물다. 야구, 축구, 테니스를 하며 술을 마시지 않는다. 경기 도중 혹은 휴식시간에 술을 즐기는 스포츠로는 단연 골프다. 골프와 위스키의 본산이 같은 스코틀랜드라는 점도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골프 해방구'로 불리는 미국의 피닉스오픈 때는 갤러리들이 아예 홀 근처에서 술 파티를 벌인다.
19번홀에서 간단히 술을 곁들이는 것까지는 좋으나 무리를 할 경우는 좋은 자리가 음주운전사고로 이어져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점을 골퍼들은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이다. 모든 게 넘치면 부족한 것만 못한 법이다. 코로나19가 대유행을 하는 요즘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엄격히 시행하면서 19번홀을 자제하거나 금지하는 분위기이다. 혹시 하더라도 19번홀에선 행동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