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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53] 왜 ‘메달리스트(Medalist)’라고 말할까

최혜진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KLPGA 제공]
최혜진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KLPGA 제공]
이상한 골프대회 시상식이었다. 분명 여자프로 골프대회 시상식이었지만 평소 모양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지난 14일 제주 엘리시안컨트리클럽에서 끝난 S-OIL 여자골프 챔피언십 대회 시상식 말이다. 보통 프로대회는 우승자에게 우승컵을 수여한다. 마스터스 대회 등은 우승컵과 함께 그린 자킷을 수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대회는 이례적인 시상식이었다. 원래 3라운드 대회가 악천후로 1라운드만을 공식 인정하고 시상식을 갖게됨으로써 시상식에 참석한 선수들은 어색한 표정이었다. 36홀이상을 치르지 못해 공식 대회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1라운드 성적만으로 순위가 매겨졌다. 3위 이소미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미 대회장을 떠난 2위 전우리를 대신해 KLPGA 김순희 전무이사가 시상대에 섰다. 1라운드 8언더파 64타를 기록한 최혜진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승 대신 1위로 인정을 받아 금메달을 수여받은 것이다. 이른바 ‘챔피언’이 아닌 ‘메달리스트’로 시상을 받은 셈이다. 일반 프로대회 시상식 치고는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골프대회에서 메달리스트를 시상을 하는 것은 올림픽이나 아마추어 대회에서 주로 한다. 112년만에 골프가 부활된 2016년 리우올림픽 여자골프에서 박인비가 우승을 차지했을 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인비는 일반 프로대회에서 우승컵을 받았던 것과는 달리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었다. 보통 친선 모임의 일반 아마추어 대회에서 가장 적은 타수를 기록한 이에게 메달리스트 상을 수여한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골프 용어는 골프의 본 고장인 스코틀랜드나 미국과 다른 경우가 많다. 메달리스트도 그 중 하나다. 원래의 의미가 한국으로 넘어와 달리 사용되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각종 아마추어 골프대회에서 최저타 스코어를 기록한 이를 ‘메달리스트(Medalist)’라 부르고 시상을 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베스트 그로스(Best Gross)’ 또는 ‘로 그로스 챔피언(Low Gross Champion)’이라고 부른다. 공식 골프대회 우승자는 ‘챔피언(Champion)’ 이라고 말한다.

아마도 메달리스트 시상을 하는 것을 이번 S-OIL 챔피언십 시상식을 미국인들이 직접 보았다면 매우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프로대회에서 미국과 전혀 다른 생소한 말을 시상 용어로 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올림픽을 치른 것도 아닌데 말이다.

미국에서 메달리스트라는 이름이 들어간 골프장이 여러 개가 있다. 타이거 우즈, 필 미컬슨, 저스틴 로즈 등이 회원인 메달리스트라는 골프클럽이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등 미 전역에 많은 메달리스트 골프클럽 등이 있다. 이는 메달리스트라는 용어가 골프를 잘 친다는 상징적인 의미에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골프백과사전에 따르면 메달리스트는 원래 매치 플레이 경기에서 16강에 진입한 사람을 의미했다. 당초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된 골프 경기 방식은 매치 플레이 방식이었다. 매치 플레이는 매홀 승부를 가리는 경기방식으로 공격적인 플레이가 요구된다. 박진감 있는 경기 장면들이 많이 연출되어 골프팬들에게 큰 흥미를 제공한다. 미국과 유럽의 대항전으로 유명한 라이더컵 대회가 매치 플레이 경기방식의 그 대표적인 예이다. 64명이 선발되어 1위와 64위, 2위와 63위, 2위와 62위, 이러한 방식으로 조 편성이 되어 32강, 16강, 8강, 4강으로 올라가 최후의 승자 2명이 우승자를 가린다. 16강 진출 선수들은 별도로 메달리스트라는 명칭을 부여해 실력을 인정했다고 한다.

이런 유래를 가진 메달리스트라는 말이 한국과 일본에서는 현재 주로 아마추어 대회에서 사용한다. 그로스 스코어로 제일 낮은 타수를 친 사람을 메달리스트로 결정한다. 동 타인 경우에는 하이 핸디자에게 메달리스트를 수여한다.

같은 용어라도 나라가 다르면 다른 의미와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 메달리스트는 이런 차이를 보여주는 가장 흥미로운 골프 용어이기도 하다. 이것도 일본의 영향을 받아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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