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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54] 왜 골프에서 ‘스트로크(Stroke)’라고 말할까

골프에서는 퍼트, 아이언, 드라이버 샷 등을 스트로크 타수로 계산한다. 사진은 기아자동차 제34회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버디퍼팅을 하는 고진영의 모습. [KLPGA 제공]
골프에서는 퍼트, 아이언, 드라이버 샷 등을 스트로크 타수로 계산한다. 사진은 기아자동차 제34회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버디퍼팅을 하는 고진영의 모습. [KLPGA 제공]
우리나라 대통령 골프에 대해 말할 때 꼭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 골프 실력이다. 김영삼은 대통령이 되기 전인 1989년 10월2일 안양CC에서 김종필과 만났다. 3당 합당을 위한 회동 가운데 하나였다. 김영삼은 하얀 긴팔 셔츠에 갈색 조끼까지 차려입고 1번홀로 향했다. 김영삼은 20년 구력에도 불구하고 통 늘지 않은 골퍼였다. 공을 향해 크게 스윙을 했다. 드라이버 샷은 했는데 공은 그대로 있고 몸이 균형을 잃으며 벌렁 뒤로 넘어져 엉덩방이를 찧었다. 김영삼의 헛 스윙은 신문마다 게재돼 골퍼들 사이에서 한동안 크게 회자되기도 했다.

비기너 시절 한 번쯤 김영삼과 같은 헛 스윙을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연습 스윙에도 넘어지는 이를 본 적도 있다. 주위에서는 재미있다고 웃었는데 본인은 결코 기분이 좋았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 공을 치려고 의도를 갖고 스윙을 하는 것을 ‘스트로크(Stroke)’라고 한다. 스트로크는 골퍼들이 공을 치는 수단으로 점수로 계산된다. 공과 접촉하기 전에 자발적으로 정지하는 클럽의 스윙은 스트로크가 아니다. 하지만 공을 치려는 의도로 스윙을 하는 것은 공을 놓쳐도 스트로크로 간주된다. 김영삼의 헛 스윙과 같은 경우이다.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협회(R&A)는 2018년 말까지 시행된 규정집(Rule Book)에서 “'스트로크'는 공을 치고 움직이려는 의도로 만든 스윙의 전진 동작이지만, 클럽헤드가 공에 닿기 전에 선수가 다운스윙을 자발적으로 체크하면 스트로크를 하지 않은 것이다"고 설명하고 있다. 2019년 1월 1일 새로운 규칙서에선 “클럽을 앞으로 휘둘러 공을 치는 것”이라고 설명을 좀 더 단순화시켰다. 스트로크는 골프에서는 '공놀이'라는 동의어로 쓰이기도 한다.
골퍼들이 18홀을 돌며 스트로크를 하기 때문에 각 스트로크는 점수로 계산된다. 드라이버샷, 아이언샷, 퍼트 등이 모두 타수로 점수화된다. 스트로크 플레이에서 가장 적은 스트로크를 한 이가 우승을 한다. 매치 플레이에선 홀별 승자는 그 홀에서 가장 적은 스트로크를 기록한 이가 차지한다.

스트로크라는 말은 원래 ‘스트라이크(Strike)’에서 나온 것으로 팔을 흔들어 대는 행위를 의미한다. 스트라이크는 ‘세계 치다, 부딪치다, 때리다’ 등의 뜻이다. 야구에서 투수가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거나 타자가 헛스윙을 하거나 파울 볼이 되면 스트라이크가 선언된다. 볼링에서는 10개의 핀을 모두 쓰러뜨리면 스트라이크라고 말한다. 노동자들이 업무를 중단하고 집단행동을 할 때도 스트라이크라고 한다.

스트로크는 구체적인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어 화가가 붓을 휘갈기는 행동이나 그림이나 글씨의 한 획도 스트로크라고 한다. 스포츠에서는 공을 치는 타격이나 타법을 스트로크라고 말한다. 테니스나 탁구 등에서 ‘백핸드 스트로크(Back Hand Stroke)’는 ‘백핸드 치기’라고 쓴다. 수영에서 팔을 저어 헤엄치는 행위와 조정에서 노를 젖는 것도 스트로크라고 한다. 의학에서는 뇌의 급격한 혈액순환 장애로 일어나는 증상인 ‘뇌졸중(腦卒中)’을 스트로크라고 말한다.

골프에서는 스윙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쓰기도 하지만 페널티와 핸디캡을 사정할 때도 스트로크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규정에는 골퍼가 골프규칙을 어기면 추가 스트로크를 부과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USGA는 핸디캡 시스템에서 균등한 스트로크 값을 부여하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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