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Par)’가 도대체 뭐길래 골퍼들의 기분을 좌우할까. 파는 골퍼들이 열망하는 기준이다. 파는 전문 골퍼들이 개별 홀을 완주하거나 골프장의 모든 홀을 완주하는 데 필요한 타수다. ‘이 홀은 파4다’ ‘이 골프장은 파 72다’, ‘지금까지 3오버파인데 마지막 3개 홀에서 파를 잡으면 75타를 기록한다’ 는 등의 골프 기사를 보면 골프를 잘 아는 이들은 쉽게 이해하지만 골프를 전혀 모르는 이라면 무슨 뜻인지 잘 알지 못한다. 이유는 파에 대한 용어 이해 차이에서 생긴 것이다.
파의 어원은 라틴어로 동등하다와 탁월하다는 의미이다. 기본적으로 평등하고, 평균적이고, 표준적인 수준이나, 평범한 것을 의미한다. 골프에서는 수 세기전부터 기준 타수라는 의미로 파라는 말을 썼다. 일설에는 1870년 AH 돌만이라는 영국 골프기자가 데이비드 스트라스와 제임스 앤더슨이라는 '디 오픈' 우승 예상 스코어를 물었고, 이에 당시 경기장이었던 프레스윅의 12홀 코스에서 49타를 쳐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고 한다. 돌만이 주식시장에서 사용하는 '액면가(Par Figure)' 개념을 빌려 49타를 '프레스윅의 파'라고 이름을 붙였고, 후에 톰 모리스가 3라운드 결과 2타 오버파로 우승했다고 썼다. 그러나 그가 쓴 파라는 용어는 유행하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 18일부터 기아자동차 제34회 한국여자오픈골프대회가 열리고 있는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 6번홀 파5를 생각해본다. 이 홀은 프로들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마의 홀'이다. 여기서 파5라는 것은 전문 골퍼가 그 홀에서 플레이를 마치는데 필요한 타수라는 뜻이다. 기본적으로 5타로 그 홀에서 경기를 마칠 수 있다는 의미이다. 5타로 끝내면 파로 기록되며, 4타이면 버디, 3타이면 이글이라고 한다. 6타를 기록했으면 보기, 7타면 더블보기, 8타면 트리플보기라고 한다.
개별 홀에서 파는 항상 두 개의 퍼팅에 그린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스트로크 수를 더한 값으로 구성한다. 일반적으로 각 홀은 파3, 파4, 파5로 이루어진다. 파6나 파7홀도 간간이 있기는 하지만 아주 예외적이다. 대체적으로 파4홀은 파3홀보다 길고, 파5홀은 파4홀보다 길다. 이것도 드물게 예외는 있다.
‘쇼트홀’이라고 부르는 파3홀에서 티샷으로 1타, 그린 위에서 퍼트 2개로 총 3타를 기록하면 파를 기록한 것으로 본다. ‘미들홀’인 파4홀에선 그린에 도달하기 위해 두 타를 필요로 하고, 이어서 두 퍼트를 넣어야 한다. ‘롱홀’인 파5에서는 3타를 쳐서 그린에 올라 퍼트 2개를 하면 파를 잡은 것으로 본다.
파3, 4, 5홀은 각 골프장과 골프단체들이 나름대로 홀 길이와 파 등급을 매긴다. 보통 18홀에서 파3홀은 전후반 각각 2개씩 4개, 파4홀은 전후반 각각 5개씩 10개, 파5홀은 전후반 각각 2개씩 4개가 있다. 18홀 기준으로 파는 전문 골퍼가 코스를 완주하는 데 필요한 총 타수다. 대부분 골프장은 파 72가 기준이며 파 70, 파 71인 곳도 있다.
5타를 쳐서 파 4홀을 플레이하면 그 홀에서 1오버파가 되고, 파4에서 3타를 치면 그 홀에서 1언더파가 된다. 각 홀에서 친 타수를 합산해 72타를 기록했으면 ‘이븐파(Even Par)’를 했다고 말한다. 규정 타수를 쳤다는 의미이다. 이븐파는 ‘레벨파(Level Par)라고도 한다. 이븐파 이하는 언더파, 이븐파 이상이면 오버파라고 한다. 파 72 골프코스에서 85타를 치면 13오버파, 68타를 쏘면 4언더파가 된다. 18홀 모두에서 파를 기록하는 ’올파‘를 작성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프로들이더라도 올파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지난 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에서 문경준이 단 한 개의 버디나 보기 없이 18홀 모두를 파로 적어내 화제가 되기
도 했다. 올파는 보는 이에게는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프로골퍼 입장에서는 결코 환영할 수 없는 일이다. 보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좋지만 버디를 못 잡아 순위를 끌어 올리지 못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