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가 뭐길래 애버리지 골퍼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걸까. 사실 골프 스코어를 설명할 때 파로부터 시작한다. 파는 골프를 잘 치는 사람들이 한 홀 플레이를 완성하는데 필요한 타수이기 때문이다. ‘버디(Birdie)’는 파보다 하나 적게 치고 홀을 마친다는 뜻이다. 파가 잘 치는 골퍼들이 홀을 완성하는데 필요한 타수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버디는 파보다 잡기가 훨씬 어렵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골프장의 모든 홀은 보통 파3, 파4 또는 파5 등급이 매겨져 있다. 전문 골퍼가 3타, 4타, 5타씩을 쳐야 홀을 마칠 수 있다는 얘기다. 파 잡기도 만만치 않은데 버디는 더 잡기 힘들다. 매우 좋은 점수인 것이다. 중간 핸디캡에서는 버디를 자주 볼 수 없고 높은 핸디캡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만약 주말 골퍼가 버디를 잡았다면 축하해 줄 일이다.
지난 21일 끝난 기아자동차 제34회 한국여자오픈골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우승 상금 2억5천만원을 모두기부한 유소연의 경기를 살펴보면 프로골퍼에게도 버디를 잡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 수 있다. 김효주와 마지막 18번홀에서 1타차 리드를 지킨 유소연은 그린 옆 벙커에 빠진 뒤 3번째 샷을 홀 60cm에 붙여 파를 잡는 데 성공했다, 벙커에 빠졌던 김효주도 홀 1.5m에 먼저 붙여 유소연을 압박했었다. 만약 유소연이 이 퍼팅을 놓쳤다면 누가 이길지 모르는 연장 승부를 해야했다. 유소연은 “우승을 확정한 짧은 파 퍼팅이 더 떨렸다”며 웃었다. 이날 12언더파로 단독선두로 출발했던 유소연은 6번홀(파5)에서 1.5m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버디 1개만을 기록했고, 김효주는 보기 없이 버디 2개만을 낚아 1타차 준우승을 차지했다.
버디라는 말은 새를 뜻하는 ‘버드(Bird)’에서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처럼 공이 잘 날아가 홀에 들어간 데서 유래했다. 영어에서 사람 뒤에 ‘~ie’라는 접사를 붙이면 귀여운 애칭을 나타낸다. 우리 말에 ‘송아지’, ‘망아지’에서의 ‘~아지’와 같은 역할이다. 골프 스코어를 새에 비유해 사랑스럽게 표현한 용어인 것이다.
골프 용어로 버디는 19세기말 미국 속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1903년 미국에서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애랜틱시티에 사는 스미스라는 골퍼가 한홀에서 파보다 1타 적게 홀아웃 한뒤 'That's a bird of shot(그건 새의 샷이었어)'이라고 외친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장소와 시간 등이 약간 다른 의견도 있다. 뉴저지 골프장이라는 설도 있다. 실제로 뉴저지 골프장에서 버디 기원 기념비도 있다고 한다.
미국 골프용어 역사 사전은 ‘진화론’ 저자인 찰스 다윈의 손자인 영국의 골프작가 버나드 다윈이 1913년 쓴 글을 인용하고 있다. “골프를 잘 모르는 사람이 버디가 언더파라는 것을 이해하려면 하루 이틀 걸린다”며 버디가 쉽지 않은 말임을 강조했다.
‘버디(Birdy)’가 한때 버디의 대체적인 철자법이었지만, 오늘날은 잘못된 철자로 여겨진다. 동사로 쓰이는 버디는 1언더파로 홀 플레이를 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버디를 잡으면 전통적으로 스코어카드에 동그라미를 친다. 버디를 돋보이게 하기 위함이다. 프로골프대회서도 미국이나 한국이나 모두 리더보드에 버디를 잡으면 동그라미를 표시한다. 만약 스코어카드 위에 원이 그려지면 당신은 버디를 잡아 기분이 좋을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