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초등학생도 영어를 좀 배우면 ‘이글(Eagle)’이라는 단어를 한 번쯤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다. 독수리라는 뜻이다. 독수리라는 말이 어떻게 골프에서 사용하게 됐는 지 골프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물론 골퍼들도 궁금해 할 법하다.
인터넷 백과사전에 따르면 독수리는 하늘의 왕으로서 용맹스러움, 지혜로움, 그리고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공간의 초월성 등을 의미하기 때문에 나치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들이 자국의 상징으로 사용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그리스 문명에서의 독수리, 로마 그 자체로 인식된 로마제국의 독수리, 나치의 독수리, 미국의 국장 흰독수리까지. 독수리는 예나 지금이나 용맹하고 날렵하며 호전적인 이미지 덕분에 매우 인기 있는 상징물로 대접받고 있다. 프로 스포츠를 즐기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독수리는 팀의 마스코트로도 이용되고 있다.
골프에서 이글은 홀에서 2언더파를 칠 때 쓰는 말이다. 골프장의 각 홀은 파3, 파4 또는 파5로 지정된다. 파는 골퍼가 그 홀의 플레이를 완료하는데 필요한 스트로크 수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파5홀에서 5타로 끝내면 파를 기록한 것으로 적는다. 만약 3타로 파5홀을 끝내게 된다면 이글을 잡았다고 말한다.
이글은 파4홀에서 1번만에, 파5홀에서 2번만에 그린에 올린다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럴 경우 그린에서 1퍼트를 성공하면 이글을 기록한다. 일단 비거리가 뛰어난 장타자들이 유리하다. 이글은 프로골퍼들도 기록하기가 쉽지 않다. 이글을 잡은 프로골퍼들은 실질적으로 버디를 2개나 잡은 효과를 올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좋아한다. 하물며 아마추어골퍼들이 이글을 잡기는 대단히 어렵다. 아마추어골퍼들이 이글을 기록하면 함께 라운드를 한 동료들이 이글 기념패를 해주며 축하해주기도 한다.
골프사전에 따르면 이글이라는 말을 사용하게 된 것은 버디와 연관성이 깊다. 파보다 1타를 줄이는 말인 버디라는 말이 일단 먼저 구축되면서 골퍼들은 단순히 조류 테마를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홀에서 버디보다 1타 줄이는 것을 이글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정확하고 빠른 독수리처럼 더 멀리 그리고 정확히 칠 수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이렇게 명칭이 붙여지게 되었다는 얘기이다.
원래 이글을 사용하기 전에는 ‘빅 버드(큰 새)’라고 했다고 한다. 1903년 미국의 유력 신문 뉴욕타임스에서 빅버드 대신 '이글' 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으며, 이 이후부터 기준타수보다 2타 적게 홀인 했을 때 '이글' 이라고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골프에서 이글이라는 용어를 여러 단어와 붙여서 자주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신문과 방송에서 ‘이글 퍼트’라는 말을 쓰는데 이는 퍼트가 성공하면 이글을 기록하는 퍼팅을 의미한다. 파4홀에서 1타만에, 파5홀에서 2타 만에 그린에 오른다면 첫 퍼트는 이글퍼트가 된다. 또 한 홀에서 3언더파를 의미하는 더블이글도 있다. 보통 ‘알바트로스’라고 말한다. 파3홀에서 한 번에 들어가는 ‘홀인원’도 엄밀히 말하면 이글이기는 하나 통산 이글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골프 용어에서 조류 용어의 서열을 다시 한번 살펴보면 버디, 이글, 더블이글로 이어진다. 파5 홀인원을 뜻하는 ‘콘도르(Condor)’라는 말을 트리플 이글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골프 역사에서 콘도르를 기록했다는 것은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골프장 규격을 잘못 적용한데서나 가능한 일이지 통상적으로는 나올 수가 없다. 인간의 능력을 벗어나기 때문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