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너는 티에서 먼저 플레이할 수 있는 특권이다. 보통 골퍼들은 누가 먼저 티샷을 할지 결정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먼저 티오프할 준비가 된 선수가 티오프하도록 간단하게 허용할 수도 있다. 남녀가 같이 라운드를 할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먼저 티샷을 하도록 배려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골프 대회라든가 경쟁적으로 라운드를 해야 할 경우 티샷에 대한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다.
골프 룰서 티오프 플레이 순서를 결정하는 조항이 있다. 바로 아너 제도가 그것이다. 영국 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 공식 룰에 따르면 토너먼트대회에서 첫 번째 티의 영예는 추첨에 의해 결정한다. 만약 추첨을 하지 않는다면 제비뽑기로 선택한다. 예를 들어, 만약 두 명의 선수가 있다면 그들은 누가 먼저 티를 내는지 결정하기 위해 동전을 던질 수도 있다. 보통 아마추어 같은 경우 골프티를 드라이버 헤드에 팅겨서 티의 뾰족한 끝이 가리키는 선수부터 시계방향으로 순서를 정하거나 뽑기통에서 눈금이나 숫자가 각각 새겨진 조그만 쇠막대 등을 꺼내 거기에 나온 번호 순서대로 하기도 한다. 1~4번까지 새겨진 화살표가 그려진 작은 판을 떨어뜨려 각각 가리키는 방향대로 순서를 정하기도 한다. 아마도 한국만큼 첫 홀 아너를 다양한 방법으로 정하는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한국 골프문화는 아너에 대한 다양한 문화를 갖고 있다.
룰에 따르면 두 번째홀부터는 이전 홀에서 좋은 스코어를 기록한 선수가 아너의 영광을 차지한다. 점수가 낮은 선수가 먼저 치는 것이다. 만약 같은 점수를 기록한 이가 있다면 그 전홀의 순서대로 티샷을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앞선 홀에서 3명이 파를 하고 1명이 버디를 했다면 버디를 한 이가 아너가 되고, 나머지는 전 홀 순서대로 치면된다. 필드에서는 그린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이가 먼저 샷을 한다.
골프만이 독특하게 갖고 있는 아너제도는 잘 친 이를 티샷에서 배려하고, 필드에서는 경기 진행을 위해 그린에서 가장 먼 이에게 샷을 먼저 하도록 유도한다. 물론 순서를 어꼈다고 해서 굳이 벌타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눈총을 받기 때문에 티샷 순서는 골퍼라면 항상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한다.
아너의 어원은 골프 발상지 스코틀랜드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 세기전 신분사회였던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되면서 생긴 것이라고 한다. 옛날 구두수선공 존 패티슨과 귀족 요크공이 라운딩할 때 비롯됐다는 것이다. 티오프 순서를 정하면서 신분이 낮은 존 패티슨이 신분이 높은 요크공에게 “You are honour, Sir” 하면서 먼저 하도록 권한 데서 유래했다는 얘기이다. 다양한 설이 있기도 하지만 현재는 이 유래설을 많이 언급하고 있다.
아너를 비롯해 샷을 할 때 동반자들은 몇 가지 에티켓을 잘 지켜야 한다. 상대가 샷을 하는데 지장을 주지 않도록 떠들지 않고 조용히 해야 하며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 또 상대가 좋은 샷을 하면 ‘굿 샷(Good Shot)’이나 ‘굿 볼(Good Ball)’이라고 부드럽게 외쳐주어야 한다.
예전 선배와의 라운드에서 대화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고 있는데 티샷을 하는 이가 “말씀 중에 티샷을 하겠습니다”고 말해 동반자들을 머쓱하게 하기도 했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