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든 데스는 골프에서 자주 펼쳐진다. 28일 경기도 포천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최종 4라운드. 김지영2는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기록,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로 박민지와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돌입했다. 방식은 한쪽이 이길 때까지 하는 서든 데스 방식. 18번 홀(파5)에서 치러진 1차 연장은 둘 다 버디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2차 연장에서 김지영2에게 기회가 왔다. 박민지의 두 번째 샷이 왼쪽 카트 도로쪽으로 향한 반면, 김지영2는 두 번째 샷을 홀 6m 거리에 떨어뜨려 이글 기회를 만들었다. 박민지가 포기하지 않고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렸지만 김지영2의 과감한 이글 퍼트가 그대로 홀컵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짜릿한 역전 우승을 이끌어냈다. 지난 7일 KLPGA 롯데 칸타타에서도 김효주가 연장 첫 홀에서 3m 버디를 잡아 1.5m 버디를 놓친 김세영을 꺾고 우승 상금 1억6천만원을 챙겼다. 한 방으로 우승이 가려지는 관계로 서든 데스는 선수들에게는 극도의 압박감을 주나 팬들에게는 승부의 묘미를 즐기게 한다.
서든 데스는 의학적인 용어로는 ‘돌연사’라는 뜻이다. 갑작스러운 죽음을 의미한다. 데스라는 단어는 죽음과 관련한 의미를 담고 있어 공포, 두려움을 주는 표의적인 단어이다. 그 말만 들어도 기분이 오싹해지고 겁을 먹게 한다. 데스라는 말 속에는 이런 의미 때문에 어두운 이미지가 떠오른다.
서든 데스에 데스라는 낱말이 들어간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데스의 반대말인 ‘서바이벌(Survival)’ 또는 ‘라이프(Life)’를 쓸 수도 있다. 그럼 왜 데스라는 단어를 쓴 것일까.
아마도 데스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표의적인 성격 때문이 아닐까 싶다. 팬들은 연장전을 보면서 흥분되고 긴장감 넘치는 승부를 원한다. 여기에 부합하기 위해선 ‘위너(Winner)’보다는 ‘루저(Loser)’측의 이미지를 돋보이게 하는 표현 방법을 쓰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이긴 쪽 관점보다는 지는 쪽 관점의 표현을 쓰는게 경기 용어로 더 어울린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미국 프로골프에서는 전통적으로 동점으로 끝나는 스트로크 플레이 골프 토너먼트는 다음 날 18홀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TV 중계와 바쁜 투어일정은 새로운 방식의 승부를 원했다. US오픈 등 중요한 대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회는 서든 데스 방식으로 바꾸게 됐다. 서든 데스 경기방식은 동점인 선수는 모두 미리 정해진 홀로 이동한 후 필요에 따라 순서대로 플레이한다. 최소 2명이 동점일 경우, 다른 선수보다 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선수는 즉시 탈락하고, 남은 선수 1명이 홀에서 다른 선수보다 낮은 점수를 얻을 때까지 계속 플레이하며, 최종 승자로 선언된다.
원래 서든 데스라는 말은 1971년 미국 미식축구 캔자스시티 치프와 마이애미 돌핀스의 AFC 디비전 챔피언십 경기가 연장전에 돌입하면서 커트 고우디라는 스포츠캐스터가 본격적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현재는 골프는 물론 미식축구, 야구, 축구, 배드민턴, 게임 용어 등으로 많이 사용된다.
축구에서는 연장전에서 먼저 골을 터뜨리면 승리하는 방식을 서든 데스라고 불렀다. 골이 터지는 순간 경기가 끝이 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서든 데스 골’이라는 말의 어감이 좋지 않다고 해서 ‘골든 골(Golden Goal)’이라는 명칭으로 바꾸기도 했다. 몇 차례의 제도 변경을 거쳐 2004년이후 골든 골 제도도 없어졌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