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를 많이 기록할 때 쓰는 스코어 용어 중에 특수하게 쓰는 말이 있다. ‘더블 파(Double Par)'이다. 더블 파는 파3홀에서 6타를 쳐서 트리플 보기를 기록하거나, 파4홀에서 8타를 쳐서 쿼드러블 보기를 치는 경우이다. 또 파5홀에서 퀸듀플 보기를 칠 때도 더블 파라고 말을 한다. 모두 규정 타수의 두 배를 쳤다는 의미이다.
더블파는 우리 말로 ‘양파’라고도 한다. 한자어 ‘두 양(兩)’과 영어 ‘파’를 붙여 쓴 말이다. 파를 두 개 잡았다는 의미이다. 우리 말화한 양파는 골프용어로 잘 만들었다는 느낌이다. 대부분 영어로 된 골프 용어 가운데 양파는 ‘골프공’이라는 말과 함께 우리 말과 영어 원어가 결합된 대표적인 표현이다.
골퍼들은 간혹 “파 하나도 하기 어려운데, 파를 2개씩이나 했네”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캐디들은 양파라고 하면 골퍼들이 수치스러워 할까봐 ‘에봐’라고도 말한다. 많은 타수가 있다는 ‘에버(Ever)’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영어 원어가 많은 골프 용어에서 양파는 진기한 번역어이지만 우리 사고방식으로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진 일면이 있어 보인다. 언제부터 양파라는 말을 사용했는지는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마도 해방이후부터 사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양파는 사실 치명적인 스코어이다. 점수를 많이 갂아먹기 때문에 골퍼라면 치욕을 느낄만하다. 양파는 티샷, 아이언샷, 퍼팅에서 모두 문제가 드러날 때 많이 나온다. 그만큼 샷이 불안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한국이나 일본의 아마추어 골프에서는 양파를 기록하면 경기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 홀에서는 그만 치고 다음 홀로 넘어 간다.
프로에서는 다르다. 무조건 넣을 때까지 해야한다. 프로들도 더블파를 범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연속 OB를 범하거나 룰 미스로 벌타를 먹든지 해서 더블파를 기록하는 모습을 이따금 볼 수 있다. 프로들도 샷이 불안하거나 운이 따르지 않으면 더블파의 함정에 얼마든지 빠질 수 있다. 프로가 더블파를 기록하면 순위에서 바닥을 면치 못한다.
초보 골퍼들은 코스에서 플레이를 할 때 대개 큰 부담을 갖는다.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공을 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반듯한 매트리스에서 치던 것과는 달리 골프장은 홀 마다 마주해야할 상황들이 제각각이다. 오르막이 있는가하면 내리막도 있고, 벙커와 러프도 만난다. 초보 골퍼가 골프장에 적응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필드 컨디션과 다양한 코스 공략에 적응해야하기 때문이다. 초보자들에게 점수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초보자들과 함께 라운드를 하는 경험많은 골퍼들은 초보자들이 좌절하거나 낙담을 하지 않도록 배려를 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실 초보자에게 15타를 치든, 20타를 치든 별로 의미가 없다. 제대로 골프를 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초보자가 더블파, 양파를 했을 때 공을 줍고 긴장을 풀며 다시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줘야한다.
양파라는 말은 아마도 타수를 거듭할수록 숫자만 더해가는 상황에서 잠시 여유를 갖고 골프를 생각하라는 의미에서 특별하게 나온 말일지 모른다. 파를 두 개 잡았다며 ‘덕담 아닌 덕담’을 주고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